한국경제, 고통을 감수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야

  • 등록 2026.06.09 11: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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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한국경제》, 유재원, 시대가치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320]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2차대전 뒤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들은 한결같이 하루빨리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꿈을 이룬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이스라엘, 싱가포르, 대만 정도? 대한민국도 출발 조건은 다른 식민지 해방국가들과 비슷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해방된 지 5년 만에 터진 6.25 전쟁으로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되면서, 이런 나라들 가운데서도 제일 꼴찌로 전락하였습니다.

 

오죽하면 1951년 10월 1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는 「War and Peace in Korea」라는 기사에서, “폐허가 된 한국에서 건강한 민주주의가 생겨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가 자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썼겠습니까?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러한 예측을 비웃기라 하듯이 1960년 말부터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이들 나라들 가운데 꼴찌에서 선두로 도약했습니다. 게다가 군사독재를 끝내면서 민주화로 들어섰고, 윤석열 일당의 친위 쿠데타도 시민의 힘으로 진압하면서 민주화도 더욱 탄탄한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서 탈출하여 선진국으로 진입한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습니다. 더욱이 요즘은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꾼 문화국가로도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성장에는 위험이 잠복해 있는 법.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제일 낮은 출산율로 빠르게 고령화 국가가 되고 있고, 사회도 양극화로 계속되는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혁신이 정체되면서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뻗어나갈 것인가,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 주저앉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추락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이 싹트는 때에 고교 동기인 유재원 건국대 명예교수가 시의적절하게 《갈림길에 선 한국경제》라는 책을 냈습니다. 유교수는 ‘선진국병’이란, 단순히 성장이 둔화하는 현상을 넘어서, 혁신, 제도 및 정치가 동시에 경직되며 사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면서, 여기에 한국 특유의 구조적 문제점을 더하여 ‘한국병’을 얘기합니다. 유 교수는 머리글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혁신과 도전 대신 눈앞의 이해관계와 안전한 선택이 우선시되고, 정치와 행정은 끝없는 갈등과 더딘 조정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선진국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삶의 질과 안정, 개방성과 포용성 대신 집단적 피로와 냉소가 점점 더 깊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경제는 갈림길에 섰습니다. 이러한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유 교수가 이번에 《갈림길에 선 한국경제》라는 책으로 낸 것입니다. 유교수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生卽死 死卽生’의 정신으로 한국병에서 벗어나자고 합니다.

 

그리하여 유 교수는 책 1부에서 먼저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살펴보고, 이어 선진국병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2부에서 선진국병의 사례로 영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의 경우를 살펴봅니다. 그리하여 마지막 3부에서 먼저 한국병의 증상으로 성장동력의 소진, 만성적인 경기침체, 저출산과 사교육 과열, 사회적 균열과 갈등을 살펴본 뒤, 한국병의 근본원인으로 혁신역량의 부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취약한 사회안전망,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에 관해 얘기합니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처방으로 혁신역량 확충과 교육혁신, 포용성과 공정성 제고, 경제제도 개혁과 선진화, 대외충격에 대한 방파제 및 경제복원력 강화를 얘기합니다. 유 교수는 통계와 도표 등 각종 지표를 치밀히 분석하여 한국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을 얘기합니다. 그런데 비전문가인 제가 이에 대해 좀 더 나아가 언급하다가는 자칫 오도할 수 있으므로 깊이 있는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유 교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헛된 백일몽에 취해 있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나 이탈리아의 장기정체는 구조적 문제를 내버려둔 채 통화완화나 재정지출 증대와 같은 대증요법에 의존할 경우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유 교수는 구조개혁은 언제나 비용을 동반하며, 그 비용은 대개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덮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에 연연하다가는 개혁은 늘 미뤄지고, 그 대가로 위기는 더 깊어지고 더 오래 가는 것이지요. 그러니 유 교수는 ‘나중에 천천히’는 결국 ‘더 아프게, 더 오랫동안’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구조개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경제를 잘 모르고, 그래서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이 덜 했던 저로서는 유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나마 경제문제와 그 해법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유 교수! 《갈림길에 선 한국경제》 잘 보았다. 이번에 고교졸업 50돌 기념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같이하면서, 언뜻언뜻 비치는 한국경제에 대한 너의 염려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 책으로 더욱 깊이 있게 자네의 충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 갈림길에 선 한국경제의 앞날을 환히 비쳐 줄 너의 다음 책을 기대한다! 끝으로 유 교수가 책 마지막에서 강조하는 글을 인용하며 《갈림길에 선 한국경제》을 본 제 소감을 마칩니다.

 

한국경제의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과거의 성공 공식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길을 열 것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 위기 대응에 필요한 것은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개혁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서로에 대한 신뢰, 그리고 정책 일관성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무엇을 바꿀 각오가 되어있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한국은 일본의 뒤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한국병을 극복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인가가 결정될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양승국 변호사 yangaram@lawlog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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