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절의 건물과 탑에는 왜 ‘게’가 새겨져 있을까? 한국인이 흔히 말하는 ‘흥’은 무엇이며, 북한 ‘유희놀이’는 오늘날 남한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이번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이 펴낸 《민속학연구》 제58호는 그동안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민속을 새롭게 조명한 논문 8편을 실었다. 이번 호에서는 불교민속, 민속놀이, 연희, 문자도, 물질민속, 무예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 담긴 의미를 여러모로 살펴본 연구 성과를 만날 수 있다.
□ 절의 게 장식에 담긴 불교적 상징
이번 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연구는 「한국 사찰의 게(蟹) 장식과 종교적 상징성」이다. 연구에 따르면 절의 건물과 탑에서 볼 수 있는 ‘게 장식’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게는 해탈을, 게가 물고기를 잡는 모습은 번뇌와 윤회를 끊어내는 수행을 상징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절 속의 게 장식에는 승려들의 수행과 극락왕생을 향한 염원이 담겨 있다. 주변 절 곳곳에서 게 장식을 찾아보며 이번 여름휴가의 새로운 재미를 느껴보면 어떨까?
□ 북한의 놀이는 남한에서 통할까?
통일교육 수단으로써 북한 놀이의 효용성을 분석한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 유희놀이에 대한 남한 초등학생의 수용 양상 분석과 교육적 통합 방안」은 북한 ‘유희놀이’를 남한 초등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그 반응을 분석한 연구다. 분석 결과 학생들이 절반 이상의 놀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놀이는 북한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교육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 인형은 단순한 소품일까?
대만의 인형극을 다룬 연구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만 포대희의 연행과 물질성 - 손ㆍ인형ㆍ기술의 얽힘에 관한 신유물론적 민속지-」는 대만의 전통 인형극인 ‘포대희’에 등장하는 인형을 다룬 연구다. 내용을 살펴보면 인형은 사람이 조종하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공연의 형식과 리듬, 감각적 효과를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존재로서 기능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조종하는 사람, 무대 환경과 더불어 인형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주체라는 해석이다.
□ 한국인의 ‘흥’은 무엇인가?
한국인의 대표적 정서로 꼽히는 ‘흥’에 관한 연구도 흥미롭다. 「‘흥’ 나는 사람들 - 춘천 우두농악보존회에서 수행한 민속심리학적 연구-」는 풍물굿을 배우고 연행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흥이 단순한 기분이나 성격이 아니라, 풍물굿을 배우고 연행하는 현장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살펴본 연구다. 이에 따르면 흥은 한 개인이 농악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농악을 배우는 과정에서는 체득해야 할 기술이다. 또 농악의 연행 현장에서 풍물패끼리 호흡을 맞추고 관객과 교감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 일본의 화로가 조선에 자리 잡기까지
물질민속에 관한 연구도 관심을 끈다. 「일제강점기 히바치(ひばち)와 조선산 히바치형 화로 연구」는 일본식 화로인 ‘히바치’가 개항장을 통해 조선으로 들어온 이후, 회령도기나 나전칠기 등과 결합하는 양상을 짚어보고, 이를 근거로 사람들이 근대기 외래 물질문화를 실생활에서 어떻게 수용하는지를 보여준다.
□ 지역 화가들 다시 보기
지역의 문자도를 재조명한 연구들도 눈에 띈다. 「근대기 강원지역 화가 취소 김창익(翠巢 金昌益)의 회화와 <효제문자도(孝悌文字圖)>」와 「강원 삼척지역 석강 황승규(1886~1963)의 화조ㆍ책거리 효제문자도 연구」는 그동안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강원 지역 화가들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고 지역 화단 연구의 지평을 넓혀, 지역 화가 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 전쟁 속 나타난 무예의 문화접변
「임진왜란기 중국 도검술(刀劍術)의 문화접변과 《무예도보통지》』의 무예 – 쌍수도(雙手刀)와 제독검(提督劍)을 중심으로-」는 임진왜란 당시 전해진 중국 검술을 조선군이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변용한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일본의 검·검술을 혼용해 조선군에 보급한 과정을 밝히며, 이를 토대로 전쟁이라는 상황과 맞물려 무예에 나타난 문화접변 양상을 보여준다.
□ 문화의 뿌리를 탐구하는 《민속학연구》
《민속학연구》 제58호의 논문들은 여러 소재를 바탕으로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준다. 특히, 곁에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문화적 현상과 의미를 새롭게 제시함으로써 사회ㆍ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민속학은 과거의 것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와 그 문화의 뿌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민속학연구》는 삶과 문화에 관한 연구 성과를 꾸준히 축적ㆍ공유함으로써, K-컬처를 가능하게 만든 문화적 토대와 근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민속학연구》 제58호에 실린 논문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학술ㆍ정보/발간자료 검색)에서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