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는 산불 진화에 효과적인가?

  • 등록 2026.07.18 11: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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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4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6년 4월 23일 국회 본회의는 “임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임도법)을 통과시켰다. 임도법의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임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산불 등 산림 재난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임도 관련 기술의 발전과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임도 사업의 체계적인 추진과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뒷받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전국 임도의 길이는 26,800km(2024년 기준)이다. 이 가운데서 산불 진화용 임도는 856km인데 산림청은 2030년까지 매년 500km씩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2025년 4월에 발표하였다. 경제림 육성단지에는 2030년까지 임도 20,742km를 신설할 계획이다.

 

 

산불 진화 임도는 폭이 5m로서 산불이 났을 때 진화 인력과 장비가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폭이 3m인 기존 임도는 큰 차량 통행에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산불 진화 임도가 있으면 2km를 기준으로 4분 만에 산불 현장 도착이 가능하다. 30kg 이상의 무거운 펌프나 호스릴(호스 내부에 물이 차지 않거나 감겨 있는 상태에서도 즉시 방수(물 분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고성능 특수 장비) 등과 같은 진화 장비도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가 있다. 임도가 없어 걸어서 이동할 때는 2km를 이동하는 데에 48분이 걸리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임도의 유무에 따라 산불 현장 도달 시간이 12배나 차이가 난다.

 

산불 진화를 위해 임도를 만든다는데,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임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지금 필요한 것은 신규 임도의 무분별한 확장이 아니라 기존 임도의 안전 점검과 훼손된 산림 복구”라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임도법에 대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하였다.

 

환경단체에서 임도를 반대하는 까닭은 두 가지이다. 첫째, 임도가 산불을 막는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산불 대응 명분으로 새로이 임도를 만들려고 한다. 대형 산불은 강풍을 동반하며 수관을 타고 확산하므로 임도 방화선 구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산림을 가로지르는 임도가 생태계 파편화, 토양유실, 산사태 위험 등을 키울 수 있다. 임도를 추가로 설치하여 전국의 산을 연결하면 현재도 나뉜 생태계를 더 파편화하여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산림청은 임도가 산불 진화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은 과학적, 경험적 근거가 없다 곧 실측 결과 임도는 풍향과 풍속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산불을 키우는 바람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오히려 임도는 대형 산불을 막는 방화선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헬기 운용이 어려운 야간에 진화 공간을 확보하고 취수장을 확보하는 데에는 임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야생 보호 협회(The Wilderness Society) 연구진은 2026년 초에 지난 30년 (1992~2024) 동안 미국 국유림 산불 데이터를 전수 분석한 논문을 산불 생태학 (Fire Ecology)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임도와 산불의 상관관계는 거리에 따라 명백해진다. 과거 산불 자료를 보면, 임도에서 250m 이내의 구역에서는 1,000헥타르당 6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임도에서 2,000m 이상 멀어지면 발생 밀도는 2건 미만으로 감소했다. 특히 인간에 의한 실화는 임도 근처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이것은 도로가 사람과 차량을 숲속 깊숙이 끌어들여 실화나 방화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임도가 있으면 평상시에 사람과 차량이 숲으로 쉽게 들어가서 산불 발생 위험이 커질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일단 자연 발화 또는 인위적인 산불이 발생한 뒤에는 임도가 있어야 산불 현장에 신속히 도착하여 진화 작업을 시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산불 진화 임도를 통해 금강송 숲을 보호한 바 있다. 또한 2025년 3월 경남 산청 하동에서 발생한 산불에서도 임도 유무에 따라 진화 시간이 최대 9배 차이가 났다.

 

2026년 5월 6일 국무회의에서는 국회에서 통과시킨 임도법을 심의ㆍ의결하여 법률로 선포하였다. 임도법이 선포되자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106개 시민환경단체는 “임도법이 산불 방지라는 명목 아래 무분별한 산림 파괴를 정당화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였다.

 

환경단체들은 산림법이 ‘불탄 숲을 복구하자’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조문 구조는 대규모 개발을 쉽게 허용하는 쪽에 가깝다면서 ‘난개발을 부추기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명분으로는 ‘산불 피해 구제와 재건’이지만 산불 피해 지역에 골프장, 리조트, 호텔, 관광단지 같은 사업을 쉽게 허용하는 개발 특례 조항이 들어가 있다는 주장이다. 산림청은 이러한 난개발 우려에 대해 “법과 제도를 통해 개발 남용을 막고 관리ㆍ감독을 강화하겠다”라고 답변하고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환경 관련 여러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 형식으로 글을 써왔다. 대부분의 글에서 필자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동조하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임도의 산불 진화 효과에 대해서는 산림청의 주장에 찬성한다. 곧 임도는 산불의 피해를 줄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산불 피해 지역의 숲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난개발을 막자는 환경단체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임도법은 2026년 5월 12일에 공포되었지만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7년 5월 13일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는 임도 개발 정책은 유지하되, 산림법을 개정하여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를 막는데 절대적인 이바지를 하는 숲의 면적을 줄이지 않도록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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