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서, 여창가곡 <계면 중거>를 부르다

  • 등록 2026.07.21 11: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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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9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변진심이 부른, 계면조 <이수대엽>의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계면조-界面調>란“ 그 소리를 듣고, 슬프거나 비애를 느끼게 되어 얼굴에 경계(境界)가 생긴다”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란 점, 그가 시조창을 배우다가 월하 스승과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 서울지방의 무형 유산, <경제(京制)시조>의 예능보유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가 말하는 월하 명인의 매력은 꿋꿋하면서도 꽉 찬 성음(聲音)과 무대에 오르면 꽉 차는 듯한 무게감 등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 변진심 명창은 앞으로 <여창가곡>과 <경제(京制)시조>의 확산을 위해, 더더욱 열(熱)과 성(誠)을 다하겠다는 의욕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 이야기는 당일 발표무대에 마지막으로 등장한 젊은 김윤서 가객의 <계면, 중거-中擧>이야기로 이어간다.

 

<우조, 중거>는 앞에서 이미 얘기한 바 있는 것처럼, 이번 주에 소개할 <계면-중거>도 이삭대엽(貳數大葉), 또는 <이수대엽>에서 파생되어 나온 악곡의 이름이다. 이 곡을 <중거>라 부르는 이유는 초장(初章)의 중간 부분을 높게 들어 올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 이유로 <중허리>, 또는 <중허리 드는 잦은한잎>으로 부르고 있다. 여기서 잦은=삭(數), 한=대(大), 잎=엽(葉)을 뜻하는 말이므로 <잦은 한 잎>이란 곧, 삭대엽(數大葉)을 순수 우리말로 풀어낸 이름이다.

 

 

공연 당일, 젊은 가객, 김윤서가 불러 준 <계면 중거>는 계면조 음계에 의한 <중거>라는 뜻이다. 이에 관한 설명은 전에 소개한 <우조 중거>의 내용들과 유사하기에 생략하고 이 악곡에 얹어 부르는 노랫말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대략 6종이 전해 오고 있으며 대표적인 노랫말이 바로, 발표회 당일 김윤서가 부른 “산촌에 밤이 드니--”로 시작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가사였다.

 

“산촌에 밤이 드니, 먼 듸(먼 곳에서) 개 짖어 온다.

시비(柴扉-사립문)를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저 개야, 공산(空山) 잠든 달을 짖어 무삼 하리오.”

 

깊은 산촌(山村)은 낮에도 인적이 없고 조용한 곳이다. 그런데 밤이 되면 더더욱 완벽한 침묵에 잠기게 마련이다. 이 고요함을 깨뜨리는‘ 개 짖는 소리를 작자(作者)는 단순하게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소리로 인해 산촌의 밤이 얼마나 적막한가? 하는 점을 생생하게 표현해 주고 있어 정겹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산촌의 고요함을 극대화하는 그 감각이야말로 누구나 느끼게 되는 평범함이 아님을 말해 준다, “혹시나 반가운 친구나 연인이 찾아 왔을까?” 하는 마음으로 사립문을 열어보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환한 달빛만이 흐를 뿐인데도 그 허공을 향해 우는 견공(犬公)과 자신은 함께 밤을 지새우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여창가곡, <중거>는 바로 이러한 분위기를 여창의 맑고, 높은 가성(假聲- 속 소리)과 진성(眞聲)으로 이어간다. 그 가늘고 길게 뻗어나가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현대사회에 엉켜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마음의 평화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 노래를 불러 객석의 호응을 얻은 젊은 가객, 김윤서는 월하 여사와 사제(師弟)의 관계를 맺기 이전부터 ‘할머니와 손녀딸’이란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한 집에서 함께 살아온 한 가족이다,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를 맺게 된 구체적인 배경이나 이유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젊은 가객, 김윤서가 어렸을 때부터 월하 여사와 한 가족의 연(緣)을 맺고,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日常)에서 월하 선생을 ‘할머니’라 부르면서, 월하 여사 또한, 그녀를 손녀딸로 소개하면서 함께 지내온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속사정에 관해 글쓴이는 직접 김윤서 가객을 통해, 월하 여사와 인연을 맺게 된 시기라든가, 또는 같은 공간에 살면서 그 속에서 확인하게 된, 월하 여사의 성격이나 습관, 생활 모습, 또는 주위 사람들과의 인간관계(人間關係) 등등, 관련 이야기들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손녀, 김윤서에게 물었다.

 

- 월하 선생과 가족의 인연을 맺은 시기를 기억하고 있는가?

“네. 제가 다섯 살 때였어요. 집안 시정으로 인해, 저희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저는 시조(時調)창을 하시는 지인(知人) 할아버지의 소개로 월하 선생님께 맡겨지게 되었다고 해요. 당시, 첫인상이 너무 곱고 밝으신 할머니를 보고, 따라갔던 기억이 생생해요.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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