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인선 문화전문기자] 2026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백범 김구의 해'이자 선생의 탄생 150돌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어느덧 하반기에 접어든 즈음,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7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펼쳐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기획공연 음악극 <백범 김구 - 문화의 나라>를 관람하였습니다. 관람한 지 보름이 지났음에도 그날의 뜨거운 여운과 감동이 여전히 가슴 깊이 남아 그 감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 공연은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의 뿌리를 찾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됩니다. 1893년 동학 입도와 치하포 사건 이후 인천감리서 투옥 시절 깨달은 '교육과 배움의 힘',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참여와 1931년 한인애국단 결성을 통한 이봉창ㆍ윤봉길 의사의 의거, 그리고 광복의 길목에 이르기까지 김구 선생의 굳건한 독립 의지와 삶이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단순한 무력 투쟁을 넘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 외치셨던 선생의 '문화강국'을 향한 염원이 공연 전반에 깊게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8개 악장으로 이어진 음악노트의 감동
작곡가 서순정과 편곡자 양동륜이 참여한 음악 구성은 한국 전통음악과 관현악, 합창, 무용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 1장 근(根) - 뿌리 깊은 나무: 관현악으로 대한민국 역사의 깊은 뿌리와 시련 속에서도 끊어지지 않은 자유의 염원을 표현했습니다.
• 2장 인(人) - 사람이 곧 하늘이라: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동학 주문과 함께 사람 안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청년 김구와 합창단의 웅장한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 3장 각(覺) - 사람아 깨어라: 나라 잃은 아픔을 민요와 어린이ㆍ민중 합창으로 담아내며 국민의 깨달음이 곧 나라를 일으키는 길임을 전했습니다.
• 4장 결(決) - 끝내 나아가리라: 고난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백범(白凡)'으로 거듭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 5장 의(義) - 불꽃으로 피어나다: 이봉창 의사와의 만남을 통해 증오가 아닌 자유와 희망의 불꽃을 피워냈습니다.
• 6장 투(投) - 불꽃, 역사가 되다: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의거와 "백 년의 목숨보다 나라의 영광을 택하였노라"라는 선언이 소리꾼의 아니리와 합창으로 장엄하게 펼쳐졌습니다.
• 7장 몽(夢) - 이어질 나라: 해금과 가야금 반주 속에 흐르는 김구 선생의 독창으로, 미래 세대에 전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냈습니다.
• 8장 계(繼) - 그 길을 우리가 잇다: 전원 합창과 사물놀이, 한국무용이 결합하여 "대한의 사람, 대한의 나라"로 향하는 문화강국의 꿈을 오늘날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막을 내렸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장용휘 연출가는 연출노트를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강국이 된 오늘날, 김구 선생이 내린 결론인 '모두가 행복해지는 문화강국'의 뜻을 오늘의 무대에 되살리고자 했다고 전합니다. 박성혜 PD 역시 "문화의 힘으로 나라를 세우자"라는 신념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값어치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백범 김구 선생이 지켜낸 정신과 문화가 새로운 세대의 발걸음 속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준 뜻깊은 무대였습니다. 또 그날 무대 위에서 피어난 울림이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나로서는 다소 생소했던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였지만, 무대를 가득 채운 장엄한 규모와 압도적인 힘에 깊이 놀랐습니다. 피리, 대금, 해금, 아쟁, 양금, 거문고 등 다채로운 악기로 구성된 80여 명 규모의 대형 시나위오케스트라 무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지휘자 김성진님은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악 표현력을 보여주셨는데, 가히 한국음악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계신 거장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연진의 열연 또한 눈부셨습니다. 소리꾼 정은혜 님은 호소력 넘치는 깊은 매력을 선사했고, 중년 김구 역을 한 강신일, 청년 김구 역을 한 박성환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특히 강신일의 중후하고 기품 있는 목소리는 마치 우리 후손들에게 다정하게 속삭여 주는 듯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또한 이봉창 역을 한 최형석과 윤봉길 역을 한 소리꾼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단해의 소리 역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역사를 노래로 승화시키는 데 앞장서는 '역사청소년합창단'의 활약이 더해져, 교육적이면서도 예술성이 탁월한 공연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이 전국 순회공연을 예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디 예정대로 잘 추진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전 국민이 함께 관람하고 마음에 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 무대가 우리나라가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뜻깊은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