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으로 반출됐던 문화유산 4점, 첫 공개

  • 등록 2026.09.11 10: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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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백세노두타〉, 정선 〈강상조어도〉, 정약용 〈간찰〉 등
서울옥션, 《195회 미술품 경매》 22일 열려
박수근 회화 완숙기를 보여주는 1960년작 〈거리〉부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옥션은 오는 22일 화요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195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 이번 경매에는 모두 101랏(근현대 72랏, 럭셔리 1랏, 고미술 28랏)이 출품되며, 낮은 추정가 총액은 약 85억 원 규모다.

 

▶ 나라 밖으로 반출됐던 문화유산 4점, ‘귀환’ 특별 마당으로 첫 공개

 

이번 경매에서는 ‘귀환-환수문화유산’이라는 이름의 특별 마당이 마련된다.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문화유산 4점이 소개되며, 그 중심에는 단원 김홍도의 〈백세노두타〉가 있다. 출품작은 번뇌를 떨치고 수행에 전념하는 두타와 그 곁을 따르는 동자를 배경 없이 배치해 두 인물을 강조한 구성이다. 간송미술관과 호림박물관에 유사한 도상과 동일한 화제의 작품이 전하는데, 단원의 감상용 불교회화는 염불용 불화와 달리 개인적인 감상과 신앙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그의 다른 소재 작품에 견줘 전하는 수가 매우 적어 희소성이 크다.

 

 

특히 이 작품은 이토 히로부미의 뒤를 이어 대한제국 말기 한국 통감을 지낸 ‘소네 아라스케(曾禰荒助, 1849~1910)’의 소장품으로 추정된다. 그가 소유했던 군마의 사진과 이에 대한 석운 권동수(權東壽, 1842~?)의 글, 일본인 화가의 그림과 화제 등이 적힌 긴 두루마리가 함께 보존된 점이 이러한 추정의 근거가 된다.

 

단원 김홍도의 작품과 함께 정재 오일영의 〈풍림정거도〉, 석파 이하응의 〈괴석묵란도〉, 운미 민영익의 〈묵란도〉도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작품으로, 이번 ‘귀환’ 마당을 통해 공개된다.

 

또 겸재 정선의 〈강상조어도〉는 한적한 강변에 일엽편주를 띄운 인물이 홀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을 그린 관념산수화(상상이나 간접적인 체험, 학습을 통해 정신적ㆍ개념적으로 그려낸 산수화)다. 몇 가지 핵심 경물만으로 자연의 기세와 정취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간결한 구성과 힘 있는 필치에서 겸재 화풍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 겸재의 손자인 손암 정황의 〈산수도〉도 함께 출품돼, 대를 이어 전해진 화풍을 나란히 확인할 수 있다. 두 작품은 단원의 출품작과 함께 이번 고화 부문의 한 축을 이룬다.

 

 

 

다산 정약용의 간찰도 오랜만에 경매에 나온다. 이 간찰은 다산이 ‘김재곤(金在崑)’이라는 인물에게 보낸 편지로, 김재곤의 둘째 아들의 총명함을 칭찬하며 학문하는 자세부터 예의범절, 옷차림새까지 세심히 일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함께 출품되는 《목민심서》 후대 필사본 16책 완질은 일제강점기 문화유산 유출을 막는 데 앞장섰던 한남서림의 소장본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 밖에도 김구 탄생 150돌, 광복 81돌을 맞이해 출품했던 지난 194회 경매의 백범 김구 〈독립만세〉가 26회의 뜨거운 경합 끝에 새 주인을 찾았던 분위기를 이어, 이번 경매에도 그의 유묵 〈헌신조국(獻身祖國)〉 한 점이 출품된다.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친다'라는 뜻의 이 네 글자는 힘 있게 뻗어나가는 굵은 필획과 거침없는 운필로,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김구의 신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작품 좌측에는 '대한민국 삼십일년 원일(元日), 74세 백범'이라는 관지가 함께 적혀 있어, 1949년 새해 첫날 김구가 써 내려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해 6월 세상을 뜨기 불과 다섯 달 전, 생애 마지막 새해에 남긴 유묵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 박수근 회화 완숙기를 보여주는 1960년작 〈거리〉 출품

 

근현대 마당에서 박수근의 1960년작 〈거리〉가 별도 문의 작품으로 출품된다.

이 작품은 미시간 대학교에서 영화학 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석학 ‘휴 코헨(Hubert Irwin Cohen, 1930~2024)’ 교수가 오랫동안 소장해 온 특별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코헨 교수가 1960~70년대 동아시아 여행 중 박수근의 예술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산 뒤 평생 간직해 온 이 작품은, 시각 예술에 안목이 깊은 나라 밖 학자가 전쟁 뒤 한국 서민들의 삶을 담아낸 그림을 알아보고 수집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문화적 교류의 사례기도 하다. 그의 손길을 거쳐 국내 미술 시장으로 돌아온 이후, 다시 한번 경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수집가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품은 함지를 머리에 인 채 걸어가는 아낙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1950~60년대 한국 서민의 삶을 온기 있게 투영했다. 표정이 생략된 단순한 형태 속에서도 인물의 자세와 화면의 구도는 높은 조형적 밀도를 이루어, 보는 이를 화면 속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한다.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톤의 화면에서도 인물들의 옷차림에는 옅은 붉은색과 노란색, 초록색이 은은하게 가미돼 시각적 매력과 생동감을 더한다.

 

출품작이 제작된 1960년대 초반은 박수근의 유화가 외국인들에게도 크게 주목받는 동시에 그의 회화적 완숙이 이뤄진 때다. 여러 차례 밑칠을 쌓아 올린 뒤 표면의 질감을 구축해 나가는 독창적인 제작 방식이 이 무렵 완성됐으며, 출품작은 형태와 질감이 가장 밀도 있게 결합한 박수근 회화의 조형적 성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이밖에 박서보의 붉은 〈묘법〉 대작이 출품되고, 이배의 작품도 구작부터 근작까지 총 5점 한자리에 출품된다.

 

또 나라 밖 작가군에서는 지난 8월 세상을 뜬 야요이 쿠사마의 1994년작 〈Pumpkin〉이 눈길을 끈다. 또 앤디 워홀의 1967년작 〈Marilyn Monroe〉와 1964년작 〈Liz〉도 함께 출품된다. 더불어도 슈무, 최혜지, 장콸, 디렌리, 백현진 등 최근 미술 시장에서 젊은 컬렉터들에게 각광받는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소개된다.

 

《195회 미술품 경매》 프리뷰는 9월 11일(금)부터 9월 22일(화)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 5, 6층에서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날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이며, 자세한 정보는 서울옥션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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