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훈의 우리말편지 2] 우리말, 소강과 주춤

  • 등록 2013.07.18 07: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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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경제=성제훈 기자]  거칠게 내리던 비가 어제 오후부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하네요.
더는 큰 피해 없이 물러가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며칠 전에 애들과 같이 수원에 있는 서호를 돌다가 '탐조대'를 보고 애들이 저에게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새가 놀라지 않도록 숨어서 새를 보는 곳이라고 일러 줬더니, 어른들은 왜 그리 어려운 말을 쓰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소강상태에 접어들다'는 말도 저희 집 애들은 알아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소강(小康)은 병이 조금 나아진 기색이 있음 또는 소란이나 분란, 혼란 따위가 그치고 조금 잠잠함이라는 뜻입니다. 굳이 이렇게 어려운 한자말을 가져다 쓸 게 아니라, '세차게 내리던 비가 잠시 주춤했다'고 하면 어떨까요? '소강'은 모를 수 있어도 '주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한자가 글자에 뜻을 담고 있어 글자 수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글자 수 줄이는 것보다 우리 얼을 제대로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얼마 전에 예쁜 엽서를 보고 애 엄마가 "밑그림이 참 예쁘다."라고 말하니, 옆에 있던 딸내미가 "맞아요. 엄마, 바탕이 참 곱네요."라고 말을 받았습니다. 그런 딸내미를 보면서 어른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어렸을 때는 이렇게 좋은 우리말을 쓰는데, 자라면서 오히려 우리말을 잃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더울 것 같네요.
비가 주춤할 때 미뤘던 일도 하시면서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성제훈 기자 jhsung@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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