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이나미 기자] 고양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시민들의 참여자치 역량 강화와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2012년부터 '마을단체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에는 총 43개의 다양한 자원봉사 단체들이 참여하였고 이 중 청소년 봉사단체인 '저현고 견달천의 비상' 활동이 돋보이고 있다.
성사동에 소재한 저현고등학교 동아리 '견달천의 비상'은 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 사건을 알리고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임이다. 2013년에 만들어진 이 동아리는 현재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첫 활동은 위안부 문제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이하 근로정신대)에 관해 공부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근로정신대가 전시체제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라는 것, 초등 5학년부터 중학생 나이의 소녀들이 학업이나 취업을 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으로 끌려가 임금도 받지 못하고 강제노역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를 찾아가 할머니들을 만났다. 할머니들은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왔으나 억울한 심정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정신대로 끌려갔었다고 하면 위안부로 오해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보상운동에 용기를 낸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등 강제노역을 시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차 소송에서 99엔, 항소심에서 199엔(1,884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모욕감을 느낀 할머니들은 보상금을 거부했다.
억울한 사정을 들은 학생들은 즉시 활동을 개시, 나눔장터에 참가하고 팔찌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 500여만 원을 형편이 어려운 할머니 네 분께 전해 드렸다. 또 세 분을 학교로 초청하여 강연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할머니들은 평생 가슴에 묻어두었던 근로정신대의 실상을 증언하였고 "학생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며 많이 울었다.
강연회를 계기로 저현고의 많은 학생들이 근로정신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학생들은 이듬해엔 화정역 광장과 문화공원에서 사진 전시회와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시민들을 대상으로 근로정신대를 알려나갔다.
동아리 지도교사인 안효숙 씨는 "모든 활동이 아이들의 주도로 이뤄졌다."며 학생들을 칭찬했다. 그저 역사 과목을 좋아했던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졸업 후에도 고교시절에 가장 잘한 일로 꼽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교과서에 딱 한 줄 나오는 근로정신대 문제를 널리 알린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박세원, 3학년, 2기 회장), "할머니들이 고향에 돌아온 후에도 평생 고통 속에 살고 계신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어요."(구민정, 2학년)라고 한다.
선배들에 이어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박준식(2학년) 군의 결의도 뜨겁다. "1학기 땐 메르스 때문에 주춤했지만 2학기에는 활동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시청각 자료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알리고, 광장으로 나가 사진 전시회와 설문조사 등을 하려 합니다"
잊어버린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견달천의 비상'처럼 잊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