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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해작이다

[뜻]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품(태도)으로 무엇을 조금씩 들추거나 파서 헤치다.
[보기월] 오늘도 마지못해 집과 학원을 오가고 굳은 낯빛으로 밥을 해작이고 있을 많은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여러 날 나라 밖에 나갔다 왔습니다. 갈모임(학회)이 있어 갔었는데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왔습니다. 누리는 넓었고 할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좁은 땅에서 우리끼리 겨루고 다툴 게 아니라 너른 곳으로 가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도록 눈과 생각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말과 말차례가 같고 사는 것도 참 비슷한 걸 보면서 먼 옛날 우리와 가까웠던 사람임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은 많이 달라져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뭔가 끌리는 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도울 것도 많고 얻을 것도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를 부러운 눈으로 봐 주는 것이 기분 나쁘지 않았지만 우리와 같은 나라 사람들이 그 나라에 가서 저지른 잘못을 듣고 많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크게 넓게 보고 생각하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돌아오자마자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몰라보게 키가 자란 나무가 있었고, 알이 굵어진 감과 붉어진 열매는 가을을 느끼게 해 주기도 했습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문을 열어 두고 잤는데 새벽에는 추워서 이불을 덮을 만큼 여름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제는 초등학교 배움책에 한자를 넣는 일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 다녀왔습니다. 같은 나라에 같은 때를 사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두 쪽이 다 우리 아이들 앞날을 생각한다고 했는데 어느 한 쪽은 입에 발린 말이었습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우리 아이들이 똑똑히 적어 줄 거라 믿습니다. 
 
 한 가지 반가웠던 것은 이런 싸움을 하지 않으려면 어려운 한자말을 쉬운 토박이말로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가르치는 길(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을 하는 쪽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제가 오래 앞부터 해 오던 말이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준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더 똑똑히 알게 된 것은 어른들 마음을 움직이기는 참 힘들다는 것입니다. 
 
 어제는 '토박이말바라기'가 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시는 (주)하늘빛 전형광 으뜸빛 님을 뵙고 왔습니다. 이미 말이 가진 힘을 알고 몸에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 주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이런 아픔을 다시 겪거나 되풀이 하지 않도록 잘 돕는 일이 무엇보다 값진 일이라는 데 생각을 같이 해 주셨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지 함께 생각해 보자는 말씀과 함께 또 만날 다짐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하늘빛에 있는 꿈나무를 보면서 이렇게 뜻을 같이 하고 힘과 슬기를 보태 주시는 분들이 늘면 제 꿈도 머지 않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키우고 왔습니다. 오늘도 마지못해 집과 학원을 오가고 굳은 낯빛으로 밥을 해작이고 있을 많은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놀 겨를'이라는 빛을 되돌려 줄 날을 앞당길 수 있다는 믿음도 함께 키웠습니다. 
 
 이 말의 큰 말은 '헤적이다'이고 비슷한 말로 '해작거리다', '해작대다', '해작해작하다'가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들이 있구요.
 
-지숙은 입맛이 없는지 밥을 해작이기만 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딸애가 마당 구석에서 나뭇가지로 흙바닥을 해작인다.(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