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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잔재비

[뜻] 1)자질구레한 일을 아주 잘하는 손재주
[보기월] 제가 잔재비가 있었더라면 좀 나았을 테지만 그런 탓을 한들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건들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가 오다가 그치고 반짝 해가 나왔다가 들어가고 그러기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소나기처럼 쏟아지기도 해서 슈룹(우산)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비를 맞고 가기도 하고 비그이를 하느라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도 자주 봅니다. 
 
 이레끝 쉴 겨를도 없이 일이 있었습니다. 엿날에는 배움자리에 가서 반가운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쉬거나 놀러 가는 이레끝에 배움에 뜻을 두고 모인 분들을 뵐 때마다 우러러보입니다. 그렇게 얻게 될 열매를 가지고 또 다른 일을 짜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지멸있게 사는 걸 보면 느끼는 게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안마다 한가위를 앞두고 풀베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 이레끝에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우리 집안은 어제 모여서 했습니다. 엿날 저녁 때부터 내린 비가 새벽까지 쉬지 않고 내려서 걱정을 좀 했습니다. 아무래도 비가 오면 일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늘이 도운 것인지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그쳤고 구름이 끼어 있어서 오히려 일을 하기가 좋았습니다. 
 
 제가 몇 가지 사서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늦어서 여러 사람을 기다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 안 본 사람들은 알 수가 없으니 속이 탔을 것입니다. 제가 잔재비가 있었더라면 좀 나았을 테지만 그런 탓을 한들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벌집이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쏘인 사람 없이 잘 마쳤습니다. 벌에 쏘여 목숨을 잃은 분들도 있다는 기별을 자주 듣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을 했습니다. 
 
 이 말은 2)큰 일판에 잔손이 많이 가는 일감을 뜻하기도 하고 3)줄 위에서 벌이는 재주(곡예)를 뜻하기도 합니다. 3)의 뜻과 비슷한 말로 '잔노릇'이 있습니다. 
 
 배곳 앞에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를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는 걸 보며 다들 제 마음같이 토박이말을 여겨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와 같은 겨루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