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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펀더기
[뜻] 넓은 들
[보기월] 어릴 때부터 듣던 '뒤뻔더'가 '뒤펀더기'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날씨가 달라지는 것을 보며 새삼 놀라게 됩니다. 아침저녁 바람이 어제와 또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긴 옷을 입고 오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낮이 되어도 덥다고 하지 않는 건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렇게 낮과 밤이 크게 다르니 고뿔이 걸리기 쉽다며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집에는 철이 바뀌는 걸 알려 주는 사람이 있어서 눈과 귀 아니 온몸으로 느끼며 지냅니다. 재채기와 코를 푸는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구겨진 얼굴까지 다 보면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걸 느낍니다.
 
 열흘 동안 덧낫집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드디어 집으로 가시는 날입니다. 다른 사람 도움이 없이도 움직일 수가 있고 아픔도 많이 가셨다며 살 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아직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시고 앉았다 일어나시기가 힘들다고 하시는데 혼자 계실 수 있을지 걱정은 됩니다. 
 
 어제도 일을 마치고 저녁 드시는 걸 봐 드리러 갔었는데 낮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누가 다녀 간 이야기, 볼 일 보신 셈까지 다 말씀하셨지요. 그 가운데 뒤뻔더 00아재가 다녀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어릴 때부터 듣던 '뒤뻔더'가 '뒤펀더기'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참일 그곳에 사시는 그 분을 뵙기도 했고 듣기도 많이 들었던 '뒤뻔더'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불현듯이 '펀더기'와 이어지면서 그 뜻을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또 한 가지 기쁜 일은 우리 배곳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 잔치를 엠비씨(MBC) 경남에서 찍고 싶다는 기별이 온 것입니다. 토박이말 놀배움을 좀 더 널리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아이들한테도 잊지 못할 좋은 겪음으로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양씨 부인은 시아버지한테 닷새 갈이 밭을 얻은 뒤에 넓고 넓은 펀더기에 온통 박씨를 뿌려 버린다.(박종화, 임진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