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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산소리

[뜻]  어려운 가운데서도 속은 살아서 남에게 굽히지 않으려고 하는 말
[보기월]  그건데 아프신 뒤에는 산소리도 안 하시니 오히려 더 걱정이 됩니다.
 
 가을을 빨리 오라고 조르는 비가 내린 뒤 바람은 한결 더 서늘해졌습니다.
 어제 시골집에 다녀왔는데 집 뒤로 보이는 높은 멧마루 빛깔은 울긋불긋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한뎃잠을 자러 온 사람들이 오손도손 모여서 낮밥을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냇물에 물놀이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한쪽에서는 풀베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길가 곳곳에 수레들을 세워 놓은 것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풀베기를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집에 가자마자 아버지 밥을 차려 드렸습니다. 밥을 떠 먹여 드리고 건건이도 젓가락으로 찍어 입에 넣어 드렸습니다. 이가 마뜩잖으셔서 여문 것을 잘 못드시기 때문에 해 드릴 게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일이 많거나 바빠서 얼른 다녀 가야 된다고 하면 오지 말라고 하셨을 겁니다. 건건이도 많다고 하시거나 만들어 드시면 된다고 다음에 오라고 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프신 뒤에는 산소리도 안 하시니 오히려 더 걱정이 됩니다. 얼른 나으시길 바랄 뿐입니다.
 
 이 이레는 다른 이레보다 더 바쁠 것입니다. 오늘 토박이말 앎 솜씨 겨루기 판가름을 하는 것을 엠비시 경남에서 찍기로 되어 있고, 지도 검사(감사), 배움열기(수업공개) 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바쁠수록 더 천천히 해서 빠뜨리는 것,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이 말이 움직씨가 되면 '산소리하다'이고 아래와 같은 보기가 있습니다. 
 -앞길은 막혔는데 명곤은 자꾸 재촉을 하니 입으로는 아직도 산소리를 하기는 하나 속으로는 오직 기막힐 뿐이었다.(유진오, 화상보)
 -아버지는 궁핍하게 살면서도 남 앞에서 늘 산소리하며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 하셨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