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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허름하다
[뜻] 1)조금 낡고 헌 듯하다.
[보기월] 입고 있던 옷 위에 허름한 옷을 입었지만 모기한테 여러 곳을 물렸습니다.
 
 배곳 가는 길 위에서 만난
 자욱한 안개를 보며
 '낮에는 어제보다 덥겠구나'
 
 배곳 안 문 앞에서 만난
 서늘한 바람을 맞고
 '아까 한 말은 물려야겠구나'
 
 낮밥 뒤 수레 안에서 만난
 숨막히는 더위를 맞고
 '아침에 한 말이 딱 맞았구나'
 
  어제 아침엔 챙길 게 있어서 챙겨 나오느라 여느 날보다 집에서 조금 늦게 나왔습니다. 배곳 가는 길 위에 수레들은 적었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습니다. 그걸 보며 '오늘 낮에는 어제보다 덥겠구나' 속으로 생각을 하며 달려갔습니다. 
 
  수레를 배곳 울타리 옆에 대고 잔달음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침에 해야 할 일을 다 못하면 낮에 바빠서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배곳 안에서 문을 열고 보니 밖에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은 더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아까 낮에 덥겠다고 한 말을 물려야겠구나' 생각했지요.
 
  그런데 낮밥을 먹고 바깥 일을 보러 나와서 수레를 타고 보니 이건 여름 더위 저리 가란 듯이 뜨거웠습니다. 숨이 막혀서 얼른 문을 내리면서 '아침에 한 말이 딱 맞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려 봐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서 찬바람을 틀고 갔는데 뒤에 알고 보니 쉰 해 만에 찾아 온 가을 더위였답니다. 
 
 한 걸음에 달려 가서 만난 덕산초 갈침이님들과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인 토박이말 놀배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늘 처음 뵙는 분들이 그렇듯이 토박이말을 챙겨서 배우고 익혀야 할 까닭에는 거의 다 생각을 같이하시는데 낯선 토박이말들을 보신 뒤에는 선뜻 내켜 하시는 분들이 적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데 거기까지 갈 수 있도록 힘과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
 
 마친 뒤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시는 걸 마다하고 아버지를 뵈러 갔습니다. 저녁 밥이라도 한끼 챙겨 드리고 와야겠다 싶어서 갔는데 밥보다 더 바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집 옆에 심어 놓은 밤나무에서 밤이 많이 떨어졌는데 오래 된 것은 마르기도 했고, 벌레가 먹는데 손이 없어 못 주웠다시며 밤부터 주으라고 하셨습니다. 
 
  갈음옷을 챙겨 가지 않아서 입고 간 옷을 입고 얼른 마칠 생각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모기가 엄청 많았습니다. 입고 있던 옷 위에 허름한 옷을 입었지만 모기한테 여러 곳을 물렸습니다. 옷을 껴 입어서 땀은 땀대로 나고 모기가 달려들어 무는 바람에 많이 힘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주운 밤은 한가위 차례상에 오를 것입니다. 
 
  이 말은 2)사람이나 몬이 보통이나 표준에 조금 미치지 못한 듯하다, 3)몬 값이 싼 뜻하다는 뜻으로도 씁니다. 
 
1)-이 건물이 보기에는 허름해도 튼튼하다니까.(고려대 한국어대사전)
   -허름한 옷차림 때문에 그를 거지로 오인했다.(표준국어대사전)
2)-명수가 네 생각처럼 그렇게 허름하지는 않아.(고려대 한국어대사전)
  -그는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허름하게 보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표준국어대사전)
3)-가판대 위에는 허름한 물건 몇 가지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나는 허름한 집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