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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허릿매

[뜻]가느스름하고 날씬한 허리 맵시
[보기월]그렇게 하루 땀을 흘렸다고 허릿매가 나오기야 했겠습니까?
 
  참 오랜만에 뫼에 올랐습니다. 혼자였으면 그렇게 나서지도 못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가기로 다짐을 한 뒤라 부랴부랴 서둘러 만나기로 한 곳으로 갔습니다. 다들 와 있어서 제가 가자마자 떠날 수가 있었습니다. 가는 길에 살사리꽃 잔치가 열리는 곳을 지나가면서 흐드러지게 핀 살사리꽃 구경을 실컷 하기도 했습니다. 구경 온 사람들이 많아서 꽃멀미에 사람멀미까지 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갔던 곳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는 피아골이었는데 아직 좀 일러서 그런지 잎이 울긋불긋 바뀐 건 드물었습니다. 꼬까잎(단풍)이 한창일 때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발 디딜 곳이 없다는데 그날은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가면서 물소리 바람소리에 힘든 줄 모르고 올랐습니다. 땀이 나고 숨이 조금 차는 걸 느끼면서 뫼에 오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했습니다. 
 
 지난 이레 아는 아우가 뫼에 오르고 와서는 배에 기름을 좀 뺐다며 자랑을 하더라구요. 그렇게 하루 땀을 흘렸다고 허릿매가 나오기야 했겠습니까? 그래도 기분은 허리가 한결 가늘어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올 가을에는 꼬까잎 구경 하러 자주 뫼에 가야겠다고 속다짐을 하며 집으로 왔습니다. 
 
 눈매, 입매의 뜻을 알면 다리매, 허릿매 뜻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맵시' 이야기를 하다보니 서른 해쯤 앞에 팔리던 '맵시나'란 수레 이름이 떠오릅니다. 이런 토박이말 이름을 가진 것들을 좋아해서 많이 사 주고 잘 팔리면 그런 이름을 지을 텐데 그렇지 못 하니 안타까움만 더합니다.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 바탕인 토박이말을 챙기는 마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퍽 크게 만든 관음상인데 잘목한 허릿매와 널따란 옷자락과 너그럽고도 아우러진 상모가 고려라도 초기의 것임이 의심 없으며...(최남선, 심춘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