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자] 명리학이 맛을 탐구하는 이유는 맛의 음양을 구분하여 체질 개선에 활용하려 함이다. 예컨대, 음기가 강한 체질은 양기의 맛을 지닌 음식으로 이를 다스리고 음기가 약한 체질은 음기의 맛을 지닌 음식으로 보완해 주어 체질의 중화를 이루자 함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맛을 오행으로 구분하면 좀 더 분석적이고 세련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예로부터 일부 한의학에서는 병을 음식으로 치료하는 처방을 써오고 있다.
그러나 미각은 화학적 자극임으로 인체의 생리를 알고 화학을 도구로 접근해야 깊고 정확히 볼 수 있다. 음양오행으로 맛을 구분하여 활용하는 것이 시간이나 비용을 고려한 가성비 측면에서 유용하나 임상 사례를 많이 축적하고 이론을 세련하여 진단과 치료의 적중률을 높여 야할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음식이라 약성이 온화하여 효과가 작지만 부작용도 작기 때문에 급한 증상이 아닌 경우 예컨대, 재활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시도해 볼 만하다.
미각
미각은 오감 가운데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감각이다. 미각은 거의 혀에 국한되어 있다. 미각은 맛을 내는 화학물질이 혀 표면에 존재하는 맛봉오리(=미뢰, 味蕾) 속의 미세포를 자극하면 전도성 이온이 미세포 안으로 유입되어 전기화학적 에너지가 발생하며 이것에 의한 전기적 신호가 척수를 통해 뇌신경 세포에 전달되어 인식된다.
미각은 맛봉오리의 밀도나 성능이나 남녀노소 인종별로 크게 다르다. 심지어 같은 사람도 그때그때 다르다. 간혹, 단맛이 예전 같지 않다든지 심지어 사카린을 쓰다고 느끼기도 한다. 인간의 미세포는 대부분 40~50살을 앞뒤로 퇴화하고 개체 수의 감소로 둔감해진다. 남녀의 차별도 커서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민감하다. 여성은 쓴맛에 민감하지만, 남성은 단맛에 민감하다.

맛의 종류
맛을 내는 물질이 같다고 해도 맛봉오리의 상태, 식습관, 풍습, 편견, 정서에 따라 미각은 크게 달라진다. 미각은 맛 물질의 화학적인 자극임으로 맛 물질이 물에 녹아서 화학적으로 활성화되어야 잘 느낄 수 있다. 순수한 맛은 단맛(감미), 신맛(산미), 짠맛(함미), 쓴맛(고미)의 4가지로 알려져 왔으나 요사이 ‘감칠맛(umami)’이라는 제5의 맛이 보태졌다. 매운맛과 떫은맛은 미각이 아니라 촉각이다. 해당하는 맛 물질이 피부를 물리적으로 자극하는 아픔 곧 통각(痛覺에)이라 해야 하겠다.
실제의 음식에는 순수한 맛들이 서로 혼합되어 있어서 맛봉오리가 느끼는 맛은 매우 다양하다. 최대 200가지의 맛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맛의 종류를 미각이 사람마다 다소 다를 수 있으므로 최다수의 미각에 따라 아래와 같이 구별해 보았다.

① 단맛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집착은 대단히 강하다. 단맛을 내는 물질은 복잡한 유기화합물로 당류와 알코올류, 아민류 등이 있다. 이들의 당도는 설탕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된다. 단 정도가 설탕의 200배나 되는 감미료도 있다.
② 신맛은 기운을 돋우는 특유 상쾌한 맛이며 보통 향기를 수반한다. 따라서 신맛은 대체로 음식의 맛을 좋게 하고 식욕을 증진시킨다. 신맛의 화학 성분은 유기산 또는 무기산이다. 산이 물에 녹으면 수소이온과 유기ㆍ무기 음이온이 풀려서 떨어지게 돼 비로써 신맛을 내게 된다. 신 정도는 수소이온 농도가 좌우되지만 절대 비례하지는 않는다. 같은 농도라도 유기산의 신맛이 더 세게 느껴진다.
③ 쓴맛은 대부분 알칼로이드 계통으로 많은 사람이 예민하게 느낀다. 대부분 심장약이 쓰다. 쓴맛은 심장의 안정을 도모해 준다. 쓴맛은 대체로 불쾌감을 주지만 적당히 희석하면 씁쓰름한 맛이 되어 입맛을 돋우며 신맛 등과 혼합되어 독특한 풍미를 만들기도 한다.
④ 짠맛은 조리의 기본이 되는 맛이다. 그 성분은 무기나 유기 알칼리염이다. 순수한 짠맛은 소금으로 농도가 1%일 정도일 때 가장 좋은 맛으로 느껴진다.
⑤ 감칠맛은 여러 가지 성분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복잡 미묘한 맛이나 대체로 구수한 맛이다. 그 성분은 각종 아미노산, 단백질이 아닌 질소화합물 등이며 버섯, 해조류, 새우, 조개류 등에 풍부하다. 화학 성분은 글루타민소다나 핵산 계통이며 천연식품에서 추출하거나 공업적으로 대량 합성이 가능하다.
⑥ 매운맛은 피부의 촉감 가운데 하나인 통각이다. 그 성분이 입술ㆍ입ㆍ혀ㆍ목구멍ㆍ콧속 등의 점막을 찌르거나 때리는 자극으로 느끼게 되는 아픔의 미각이다. 이러한 자극이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기도 한다. 매운맛은 양기로 작용하여 땀구멍을 열고 해열을 도우며, 진통과 항염 작용이 있으며 유해 미생물을 억제하기도 한다.
⑦ 떫은맛도 통각의 일종으로 이 맛의 성분이 혀 점막의 단백질을 응고, 수축시킬 때 맛봉오리가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발생하는 특유의 미각이다. 대부분, 폴리페놀 계통이 일으키는 작용으로 솔잎, 오배자(북나무 열매), 밤, 도토리, 설익은 감 등에 들어 있다. 떫은 음식에는 순수한 맛도 섞여 있게 되는데 이런 혼합이 불쾌한 맛 또는 미식의 맛을 만들기도 한다. 예컨대, 포도주의 떫은맛은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 귀한 식미로 인정한다.
⑧ 그 밖에 고사리 토란 가지 우엉 등의 아린맛과 금속(철, 은, 주석 등) 이온의 맛이 있다.
음기ㆍ양기의 맛
여러 종류의 맛으로 확인한바, 맛은 맛을 내는 물질의 화학적 또는 물리적 에너지이다. 각 각의 맛과 하는 일은 아래와 같다.
※ 이어지는 연재는 ‘인체의 음양- 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