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자] 이 이론은 역경에 정통한 남송의 주희가 오행 하나하나의 음기, 양기 구성비를 숫자로 밝혀서 오행론이 명리학의 사상적 기초가 되게 한 고금에 높이 평가되는 이론이다.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그 내용이 정량적(quantitative)이기 때문이다. 정성(qualitative)은 무엇인지만 밝히면 되지만 정량은 그 양까지 밝혀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과학적 실험없이 관념으로만 각행의 음양 비를 수량화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되도록 많은 대상의 음양 구성을 추론하여 오행으로 분류하고 행별 음기 양기의 크기를 *대푯값으로 정하였으며 토기를 중심으로 한 순환모델을 제시하였으니 사실상 오행론은 주희에 의해 완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이론의 전개에 고대 중국 전설의 임금들을 등장시켜 금상첨화하였는데 이는 사실과 관계없는 문학적인 발상이다.
하도낙서

명리학은 지루하고 힘든 학문이다. 외울 것이 많고 단순한 듯해도 따지고 또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중독성이 있어 계속 보게된다. 그런 중에도 하도낙서와 뒤에 배울 12운성법은 나름 재미있다.
하도- 중국 고대 전설에 세 임금이 있었으니 수인은 불을, 복희는 사냥과 8괘를, 신농은 농사법을 전했다고 한다. 그 중에 복희씨가 어느 날 황하 강변에 나갔다가 그곳에 출현한 용마(龍馬)가 모래밭을 뛰며 만든 25개의 흰색 점과 30개의 검은 점, 총 55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그림(=하도)을 보고 오행의 상생순환을 깨달았다고 한다.
낙서- 중국의 역사는 요순까지의 전설에 이어 하 은 주 왕조로 이어진다. 하나라를 세웠다는 우왕이 낙양성 남쪽의 낙수에 출현한 신귀(神龜)의 등에서 흰점 25개, 검은 점 20개, 총 45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그림(=낙서)을 보고 오행의 상극순환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도낙서의 분석
1. 위 그림에서 검은 점들은 짝수이고 흰점 무리들은 홀수이다. 짝수는 안으로 수렴되는 안정한 기운인 음기이며 홀수는 밖으로 발산되는 동적인 양기를 의미한다. 낙서 중앙 토행에는 음기인 10개의 검은 점이 생략되어 있다.

2. 위 그림은 주희의 하도낙서를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다시 그려본 것이다. 화살표를 따라 가보면 하도는 상생순환도요 낙서는 상극순환도 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변형한 낙서는 화행과 금행의 방위가 바뀌었다. 이는 의도된 것으로 상극 전체의 방향성을 일관되게 표현하기 위함이다. 물론 나머지 그림, 주희의 하도, 낙서 그리고 필자의 하도에는 방위상 오행에 오류가 없다.
3. 위 상생도, 상극도를 한꺼번에 보면 예컨대, 화기는 목의 생을 받고 토를 생하며 수의 극을 받고 금을 극하니 하나의 행은 나머지 네 행과 모두 관계하고 있다. 이런 관계에서도 모든 생력이나 극력이 조화로워야 오행의 순환이 원만해짐을 알 수 있다. 토기를 중심에 두는 것은 목화 금수로 이분된 현상계를 중화 조절하는 토기의 본성을 표현한 것이다
4. 각 행의 음양의 비를 정함에 있어 ①우선 수->화->목->금->토행 순으로 1, 2, 3, 4, 5의 수를 주고 ②각행에 토기의 5 더한 6, 7, 8, 9, 10을 짝지어 음기 양기의 비를 정하였다. 이러한 수열(數列)적 구성비는 상징적인바, 어느 오행에 속하는 현상계 만상의 음기 양기의 비는 이와 다를 수 있다.
5. 위 그림에서 음양별로 그 숫자들을 모두 더해보면 음이 30, 양이 25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이 세상의 음기가 더 우세하며 그래서 안정하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행성의 음양비가 지구와 반대라면 그곳은 지구보다 불의 작용이 더 거셀 것이고 생명체의 삶은 짧고 강렬할 것이다.
6. 음양비의 허실
각행에 표시한 음양의 숫자들은 그 행 에너지의 음기 양기 비율을 표시한 것이다. 이 비율을 아래와 같이 1양 또는 1음로 환산해보면 각행의 음양 비율을 정확히 비교해볼 수 있다.
표는 우리의 짐작과 상당히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배운 상식으로는 수금행은 음의 영역이고 목화행 양의 영역인데 그 음양의 비를 보면 금은 양기가 너무 크고 목은 음기가 너무 크다. 음기가 수,금,토,목,화의 순으로 작아지지 않으며 당연히 같은 순서로 양기가 커지지 않는다. 수,토,화만 보면 우리의 짐작이 맞지만 금,목이 들어가면 뭔가 이상해진다. 800년도 넘게 보고 또 보아온 하도낙서 이론에 하자가 있다는 말인가? 웬일일까.
명리학은 계절학이다. 대표적인 목기인 봄은 아직 겨울의 기운이 많다. 그래서 수시로 춥다.
양기가 살아나기 시작하지만, 아직 양기가 음기보다 크지 않다는 말이다. 가을은 음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니 쓸쓸해지지만, 아직 볕이 따갑다. 아직은 양기가 많다. 이것이 봄을 3양8음, 가을을 4음9양이라고 해야 하는 까닭이다. 주희는 세상 만상의 음양을 대조하여 목기의 대푯값은 3양8음으로 금기는 4음9양으로 결론지은 것이다.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 실제 실험 없이 이론적인 가능성에 따라서 결과를 유도하는 실험을 말한다. 머릿속에서 가상의 실험 장치를 구상하고 실험 조건을 대입하여 결과를 얻는 실험으로 생각 실험이라고도 한다. 갈릴레이의 관성 이론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사고실험의 결과로 제시되고 후일 실측으로 증명된 이론이다. 사고실험은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실제 실험을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나, 기존 이론의 모순점을 드러내기 위해서, 또는 새로운 이론을 설정하기 위해서 수행된다.
실제 실험을 하기 전 단계로 사고실험을 하기도 하는데, 그 결과가 명확하여 더는 실증이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사고실험은 실제 실험에서 발생하는 실측 오차가 없어서 이상적인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희가 제시한 오행의 음양비는 사고 실험의 결과치로 추론할 수 있다.
<낱말 풀이>
*대푯값- 측정치들을 대표하는 값에는 평균값, 중앙값, 최빈값 등이 있다. 현상계는 극단적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측정치를 포함한 평균은 합리적인 대표값이 되기 어렵다. 이때는 극단의 측정치는 버리고 중앙값이나 빈도가 가장 큰 최빈값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희가 어떤 값을 취해서 위 음양비를 도출하였을지 모르지만, 현상계는 예컨대, 3양 8음의 목기가 아니라 음양이 3,8과 조금 다른 목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 다음 연재는 ‘4절 생체와 오행의 맛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