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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고려비색, 비 갠 뒤의 하늘 푸른빛에 물들다

국립중앙박물관, 새 단장 마친 청자실 공개
청자실 안에 대표 문화공간 ‘고려비색’ 마련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22년 11월 23일(수) 새롭게 단장한 ‘청자실’을 공개한다. 이번에 개편한 청자실은 지난해 2월 개관한 분청사기․백자실의 후속이자 상설전시관 3층 도자공예실의 완결로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선보인 ‘사유의 방’에 이어서 청자실이 우리 관의 두 번째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고려(918~1392)가 10세기 무렵 당시 최첨단 제품인 자기 제작에 성공한 것은 생활 문화 전반의 질적 향상을 가져온 혁신적인 계기가 되었다. 고려인은 불과 150여 년 만에 자기 제작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고려청자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이번 개편에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화재인 고려청자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청자실은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국보)와 <청자 참외모양 병>(국보) 등 국보 12점과 보물 12점 등 25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개편의 특징은 고려청자가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을 비롯하여 제작기법과 실제 쓰임새, 그리고 자기 제작의 시작과 완성이라는 문화사적 의의도 주목했다는 점이다. 또한 그동안 청자실에 전시되지 않았던 초기 가마터를 비롯한 중요 가마터 출토 청자 조각 등 여러 자료를 활용하여 고려청자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보여주려 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청자실 안에 특별히 마련한 ‘고려비색’ 공간이다. 이곳은 고려 비색청자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몰입형 감상공간이다.

 

비색(翡色)청자란 은은하면서도 맑은 비취색을 띤 절정기의 고려청자를 말한다.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1091~1153)이 1123년 고려를 방문한 후 남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당시 고려인이 청자 종주국인 송나라 청자의 비색(祕色)과 구별하여 고려청자의 색을 비색(翡色)이라 불렀다고 기록되었으며, 서긍 역시 고려 비색청자를 극찬했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색은 오늘날에도 감탄의 대상이다. 월탄 박종화(1901~1981)는 그의 시 「청자부」에서 고려청자를 “가을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하늘 한 조각”과 같다고 노래했으며, 최순우(1916~1984)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하늘빛 청자」에서 고려청자의 비색을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먼 산마루 위에 담담하고 갓맑은 하늘빛”에 비유했다. 이처럼 고려 비색청자는 한국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널리 인식되었다.

 

몰입형 감상공간인 ‘고려비색’에는 비색청자 가운데서도 비색과 조형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상형청자 18점(국보 5점, 보물 3점 포함)을 엄선하여 공개한다. 세계적인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상형청자 18점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박물관은 ‘고려비색’ 공간을 조성하면서 시각적 요소를 절제하여 관람객이 전시품 감상에 몰입하도록 했다. 이곳에 들어서면 깊은 울림이 있는 음악 ‘블루 셀라돈(Blue Celadon)’이 나직이 펼쳐진다. 이 곡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다니엘 카펠리앙(Daniel Kapelian: 오마 스페이스 팀원,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공동기획자)이 작곡했다. 몰입감을 선사하는 음악과 함께 상형청자의 뛰어난 조형성과 아름다운 비색에 온전히 빠져드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고려비색’ 공간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과 마음의 평온이다. 미술사학자 고유섭(1905~1944)은 그의 저서 《고려청자》(1939년)에서 고려청자를 “화려한 듯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따뜻하고 고요한 맛이 있다”라고 평했다. 이 특별한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비색 상형청자에 깃든 아름다움을 느끼고 마치 명상하듯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비색청자와 나 자신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예술적 감동의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한다.

 

이밖에 전라북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수집된 상감청자 조각들도 특별히 전시된다. 현재 조각으로는 남아있으나 완전한 모습의 예가 전하지 않는 유일한 것들이다. 이 상감청자 조각들에는 파초잎에서 쉬는 두꺼비, 왜가리가 노니는 물가풍경 등 자연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희귀한 상감청자 무늬를 창작 동기로 삼은 서정미 넘치는 일러스트 영상 ‘자연을 즐기다’는 김영준 작가가, 자연의 일부 같은 이끼 연출은 오수 작가가 담당했다. 이처럼 부안 유천리 출토 상감청자 조각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전시 연출은 관람객이 고려인의 자연관을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청자실 개편에서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점자지도와 상감청자 제작과정을 담은 촉각전시품 등을 설치하여 취약계층의 접근성 향상에도 틀림없이 하였다.

 

깊어가는 가을, 더 많은 분이 일상의 바쁨을 잠시 뒤로한 채 새로 단장한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을 방문하실 것을 추천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동경했던 고려인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구현한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느낌으로써 평온하고 고요한 휴식 한 조각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새롭게 탈바꿈한 청자실은 상설전시관 도각공예실 3층에 있으며, 연중 무료 관람이다. 11월과 12월에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