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7 (일)

  • 맑음동두천 25.7℃
  • 맑음강릉 29.2℃
  • 구름많음서울 25.8℃
  • 맑음대전 26.2℃
  • 맑음대구 29.0℃
  • 맑음울산 30.1℃
  • 맑음광주 26.7℃
  • 맑음부산 23.5℃
  • 맑음고창 25.7℃
  • 맑음제주 23.5℃
  • 맑음강화 24.0℃
  • 맑음보은 26.1℃
  • 맑음금산 26.7℃
  • 맑음강진군 27.9℃
  • 맑음경주시 29.8℃
  • 맑음거제 26.9℃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미스 K가 커피 마시러 오시라 전화했다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6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대추꽃 이후에 꽃이 피는 나무는 배롱나무다. 배롱나무는 나무줄기가 매끄럽다. 배롱나무는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르는데, 여름 내내 백 일 동안 작은 가지들 끝 쪽에 작고 붉은 꽃이 계속해서 핀다. 배롱나무는 원래 남도 지방에서만 자라는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아져 중부 지방에서도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S대 학생회관 오른쪽 앞 정원에 작은 배롱나무 세 그루가 심겨 있다.

 

학기말 고사 시험기간 중인 어느 날 낮 3시 무렵 미스 K가 K 교수의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안 바쁘시면 커피 마시러 오시라고. 먼저 미스 K가 전화를 걸어서 K 교수를 초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K 교수는 3시 30분에 시험감독을 해야 해서 미스 K의 초대를 아쉽지만 거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시간 시험감독이 끝나고서 4시 40분에 K 교수는 미녀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미스 K는 주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달그락달그락 일하는 소리는 들리는데, 나타나지는 않았다. K 교수는 베란다로 나가서 자리를 잡았다. 알바 종업원이 와서 “무얼 주문하실까요?” 물었다.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이제 계절은 여름이 시작되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하나를 천천히 끝까지 먹었다.

 

채점을 끝내고 성적을 공시하면 여름방학이 된다. 방학이 시작되면 무얼 할까? 날마다 미녀식당에 와서 파스타를 먹을까? 미스 K와의 관계에 진전이 좀 있을까? 미스 K와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한번 가자고 제안해 볼까? 만에 하나라도 성사(成事)가 된다면, 중년의 로맨스일까 불륜일까?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살랑대며 지나갔다. 정남(正南)을 지난 해는 서쪽에 있는 ‘보통 저수지’ 쪽으로 기울어갔다. 한낮의 더운 기운은 수그러들었다.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 미스 K는 홀에 나타나지 않고 주방에서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저쪽 숲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잘 관찰하면 새도 암수 두 마리가 함께 다닌다. 신기하다. 사람이 남녀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은 참으로 묘하고 신기한 일이다. 남녀는 본능적으로 서로를 끌어당긴다.

 

종업원을 불러서 허브차를 한 잔 주문했다. 캐모마일 허브차는 뜨거워서 천천히 마셨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미스 K는 여전히 주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K 교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녀를 부르지 않고 기다리면서 K 교수는 묘한 감정에 젖어 있었다. 기다려지는 사람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흘러갔다.

 

베란다에서 보이는 숲에는 이제 나뭇잎이 무성했다. 나뭇가지를 장식하던 봄꽃은 모두 떨어지고 없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나뭇가지에는 잎 대신 꽃이 만발했었다. 죽은 것처럼 보이던 땅에서 온갖 꽃이 돋아나 여기저기가 꽃밭이었다. 그 예쁜 봄꽃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 예쁜 꽃들은 환상이었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꽃은 시들어 떨어지고, 꽃이 피었던 바로 그 자리에는 하나하나 열매가 맺힌다. 연분홍 복숭아꽃이 진 그 자리에 복숭아처럼 큰 열매가 생기기도 하고, 제비꽃처럼 작은 풀꽃에는 작은 꽃씨가 생긴다. 꽃이 져야 꽃씨가 만들어진다. 꽃씨는 땅에 떨어져 겨울을 보내고서 내년 봄에 다시 꽃을 피울 것이다.

 

민들레 꽃씨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무엇이 들어 있기에 민들레 꽃씨에서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노랗고 둥근 민들레꽃이 피어날까?

 

 

 

       기다림

                      - 유경환 (아동문학가)

 

꽃씨 안이 궁금해

쪼개 보기엔

너무 작고 단단해

 

꽃씨 안이 궁금해

귀에 대고 들어보지만

숨소리도 없어

 

꽃씨 안이 궁금해

코에 대고 맡아보지만

냄새도 없어

 

궁금해도 기다려야지

꽃씨만 아니야

기다려야 할 건 참고 기다려야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