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우리는 타인과 연결될 때 안도감을 느끼며, 때로는 거대한 집단의 일원이 되어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군중이라는 거대하고 매혹적인 파도는 종종 개인의 비판적 사고를 삼켜버리고, 우리를 이성 없는 흐름으로 전락하게 만듭니다.
군중심리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익명성입니다.
수많은 사람 속에 섞여 있을 때, 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평소보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냅니다. 개별적인 존재로서 가졌던 도덕적 책임감은 집단 전체로 흩어져 증발해 버립니다.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는 것"이라는 착각은 무고한 이에게 돌을 던지게 하고, 누군가를 무분별하게 찬양하거나 비난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다수의 선택이 곧 '정답'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한 방향을 가리킬 때, 혼자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데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집단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눈과 귀를 대중의 의견에 스스로 맞춥니다. 이것이 바로 동조 현상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증명합니다. 다수가 항상 정의는 아니었으며,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함성이 때로는 가장 참혹한 비극의 서막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늘날의 군중심리는 물리적 광장을 넘어 슬기말틀(스마트폰) 속 알고리즘을 통해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끼리만 연결되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은 우리를 확증 편향의 늪에 빠뜨립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군중은 타 집단에 대해 더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얼굴도 모르는 수만 명의 군중과 연결된 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선동되고 휩쓸리는 위태로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군중심리에 휘말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사유의 멈춤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소리 높여 외칠 때, 잠시 숨을 고르고
"이것이 정말 옳은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집단의 뜨거운 열기에 취해 있을 때일수록,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차가운 이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군중은 강하지만, 생각하는 개인은 고귀합니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성숙한 사회는 똑같은 구호를 외치는 백만 명의 군중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음에도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는 백만 명의 깨어있는 개인들이 모일 때 완성됩니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조약돌이 되기보다는,
거친 물살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단단한 바윗돌이 되는 것이 중요한 까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