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속담에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겉모양은 투박하고 거칠어도 그 속에 담긴 내용이나 본질이
진국일 때 쓰는 말이지요.
세상은 갈수록 반짝이는 것들에 열광합니다.
매끈한 도자기 같은 얼굴, 화려한 이력서, 번듯한 차림새...
우리는 너도나도 예쁜 그릇이 되기 위해 애쓰며 삽니다.
하지만 정작 배가 고프고 마음이 허기진 날
우리를 살리는 것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투박한 뚝배기 속의 된장찌개 한 그릇입니다.
뚝배기는 도자기처럼 매끄럽지 않습니다.
거친 흙으로 빚어 투박하고, 때로는 불길에 그을린 자국도 남아 있지요.
하지만 그 거친 표면의 미세한 숨구멍은
장(醬)이 맛있게 익어가도록 숨을 쉬게 해줍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매끈하고 빈틈없는 사람보다, 삶의 굴곡을 겪으며 생긴 적당한 주름과 투박한 손마디를 가진 사람에게 더 정이 갑니다. 그것은 그 거친 껍데기 안에 세월이라는 불길을 견뎌낸 진짜 사람 냄새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뚝배기의 진가는 불 위에서 내려온 뒤에 드러납니다.
얇고 화려한 그릇은 금방 뜨거워졌다가 이내 차갑게 식어버리지만,
두꺼운 뚝배기는 오랫동안 온기를 품습니다.
진정한 인연 또한 뚝배기를 닮았습니다.
첫눈에 반하는 화려한 말솜씨는 없어도,
묵묵히 곁을 지키며 변치 않는 온기를 전해주는 사람.
세월이 흐를수록 깊은 맛을 내는 장(醬)처럼,
시간이 갈수록 그 진심이 깊어지는 사람이 진짜 뚝배기 같은 사람입니다.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 했습니다.
정말 큰 기교는 오히려 서툴러 보인다는 뜻이지요.
겉치레에 신경 쓰느라 속을 비워두는 삶보다는,
겉은 비록 투박할지라도 속을 사랑과 지혜로 가득 채운
장맛 좋은 인생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가끔 남들에게 보여줄 그릇을 닦느라 그 안의 장이 썩어가는 줄 모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은 나의 겉모양이 아니라 내 안에서 우러나는 깊은 향기를 봅니다. 포장지가 낡았다고 선물의 값어치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박한 진심은 그 어떤 화려함보다 값진 향기를 품고 있음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