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 환경운동가 김보림(33살)은 지난 4월 20일 ‘2026년 골드만 환경상(아시아 부문)’을 받았다. 골드만 환경상은 환경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세계 으뜸 권위의 풀뿌리 환경상이다. 이 상은 미국의 사업가이자 자선가인 리처드 골드만(Richard Goldman)이 환경보호를 위해 싸우는 평범한 시민 영웅들의 노력을 기리고자 1989년에 만들었다. 골드만 환경상의 수상자는 해마다 6개 대륙에서 한 명씩을 뽑는데 상금은 1인당 20만 달러(한화 약 2억 7천만 원)이다.
김보림 씨는 아시아 처음 청소년 기후 소송에서 정부를 상대로 2024년에 승소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이 상을 받은 것은 1995년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이후 31년 만에 두 번째다. 그녀는 한겨레21과의 대담에서 “이 상은 저에게 주어졌지만,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우리의 운동에 주는 상이라 생각한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보림 씨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어린 시절 집 근처 과학관에서 지구온난화 관련 전시회에 자주 갔다. 기후위기는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주제였다. 그러나 2018년 역대 최악의 불볕더위로 그녀의 인식이 바뀌었다. 그녀의 어머니와 비슷한 연령대의 한 여성이 자택에서 온열질환으로 숨졌다는 뉴스에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폭염 속에서 자신의 집이라도 냉방이 안 되는 곳에 머무는 것은 재난일 수 있겠다는 인식이 처음 생겼어요.”
그녀는 “텀블러(통컵) 가지고 다니기 등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는 개인적인 행동을 넘어서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 전체가 줄어들도록 사회적 변화가 계속 쌓여야 하고, 사회 안전판이 갖춰져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2019년 3월에 ‘청소년기후행동’을 창립하였다. 청소년기후행동 사무국장이 된 그녀는 청소년 활동가들과 함께 서울시 교육감과 환경부 장관, 청와대 등을 찾아다니며 기후 대응 정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알렸다.
그러나 그녀는 “대체로 청소년들은 함께 사진을 찍는 대상이었을 뿐, 정책 결정자들의 의지에만 기대하는 방식으로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효과적인 운동 방식을 고민하던 중 2019년 12월 네델란드 대법원이 정부에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감축하라”고 판결한 기후 소송 승소 사례를 접했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변호사들과 만나 활동 방향을 고민하였다.
2020년 3월에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원고가 되어 헌법재판소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 제35조 1항에서 규정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한 기본권을 지키지 못한다”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뒤 4년이 지난 2024년 8월, 헌재는 국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 정하고 2031~2049년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은 것은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라고 헌법 불일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렇지만 2050년은 너무도 먼 훗날이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이나 4년 임기의 국회의원들이 20~30년 뒤의 정책 목표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헌재의 판결 이후 정부에서는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53~63% 줄인다”라는 중기 목표를 수립하였다. 만일 헌재의 결정이 없었다면 산업계 등 힘센 쪽 논리에 따라 중기 목표는 ‘48% 감축’으로 결정되었을 것이다.
2025년은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여름(25.7도)으로 기록되었고, 지난해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1908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46일을 기록하였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올여름에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였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올해 여름은 지난해보다 더욱 뜨거운 여름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기후 위기와 관련하여 해결할 수 없는 난제(難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환경 운동가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국민이 잘 협조하여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지구촌의 다른 나라인 미국이나 중국, 인도, 러시아에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가 없다. 기후 위기를 일으킨 원인자와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자가 같지 않다. 오히려 부자가 더 많이 발생시킨 온실가스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평이 존재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는, 매우 강력한 세계정부가 등장해야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인류 평화를 위한 세계정부는 일찍이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1795년에 저서 《영구평화론》에서 제안한 바 있다. 철학자 버틀란드 러셀은 전쟁 방지와 세계 평화를 위한 세계정부 수립을 1945년 8월에 주장하였다.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45년 11월에 핵무기 경쟁으로 인한 인류의 파멸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사이 군사력을 통제할 수 있는 초국가적인 세계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1942~2018)는 2017년에 BBC 방송과의 대담에서 당시 미국의 파리 기후 변화 협약 탈퇴 결정을 비판하면서,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할 경우, 지구가 섭씨 250도의 고온과 황산비가 내리는 금성(金星)과 같은 불모지로 변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였다. 국내에서는 국립기후과학원장을 역임한 대기 과학자 조천호 박사가 기후 위기로 인해 인류 문명 자체가 지속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류가 지구호(地球號)라고 부르는 한 배에 타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로 배가 침몰하면 배에 탄 사람이 모두 죽는다는 공동 운명체 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1912년 당시 세계 최대의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는 생존자가 있었다. 그러나 지구호에 타고 있는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져서 생존자 없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쯤 생각해 보자. 그러한 지구 종말의 날이 온다면 우리의 손자들은 어떻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