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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에 하얀빛이 가득 찬다

우리의 마음에서 욕심ㆍ강박ㆍ걱정을 내려놓을 때
[정운복의 아침시평 310]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장자(莊子)는 ‘허실생백(虛室生白)’이라는 아름다운 구절을 남겼습니다.

"빈방에 하얀빛이 가득 찬다"라는 뜻입니다.

방이 가구와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으면 아무리 밝은 햇살이 내리쬐어도 빛이 머물 공간이 없지만, 방을 깨끗이 비워내면 비로소 사방에서 환한 빛이 들어와 가득 고인다는 이야깁니다.

 

현대인의 마음은 늘 무언가로 꽉 차 있습니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욕심,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들까지.

우리는 마음이라는 방에 쉴 새 없이 짐을 들여놓습니다.

 

하지만 장자는 말합니다.

마음의 방에 물건이 너무 많으면, 정작 그 방의 주인인 내가 편히 쉴 공간조차 사라진다고 말이지요. 가득 찬 방은 어둡고 답답할 뿐입니다. 지혜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집을 지을 때 어느 집이나 창문을 냅니다.

창문이 정말 쓸모 있는 이유는 유리나 창호로 막힌 모양이 아니라

그 안의 비어 있음입니다.

비어 있기에 빛을 받아들일 수 있고,

바람을 들일 수 있으며, 밖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부족해, 더 채워야 해’라고 스스로 채근하기보다,

내 안의 고집과 편견을 잠시 비워보세요.

그때 비로소 타인의 진심이 담길 자리가 생기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맑은 눈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바로 비어 있음이 만들어내는 하얀 빛의 정체입니다.

 

복잡한 생각들이 가라앉고 마음이 빈방처럼 고요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밖에서 찾으려 헤매던 행복과 평온은 사실 이미 내 안에 있었음을,

단지 소란스러운 생각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지러운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의 창을 활짝 열어보세요.

억지로 빛을 불러올 필요는 없습니다.

비우기만 한다면, 빛은 자연스럽게 삶으로 스며들어 환하게 비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거울처럼 비워둡니다.

오는 것을 거절하지 않고, 가는 것을 붙잡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