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황숙경이 부른 <우조(羽調)>, <두거(頭擧)>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가를 소재로 하여 새롭고 다양한 실험 무대를 만들어온 그 배경을 이야기하였다.
정가(正歌)가 느리고 어려워 재미없다는 편견 속에서 언제까지나 관객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방도를 찾게 되었다는 그의 고뇌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 판소리의 어법을 살린 창극이나, 경서도 소리로 꾸민 재담극(才談劇) 외에, 다양한 소리극 형태에 비하면 정가를 기본으로 하는 정가극(正歌劇)은 이제 시작이란 점을 말했다.
황숙경은 조선 최고의 예기(藝妓) <황진이>를 비롯하여 여류시인 <매창>과 유희경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화우 흩날릴 제’‘, <허난설헌>이나 <신사임당> 같은 한시(漢詩)를 주제로 하여 정가극(正歌劇) 형식의 무대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는 점, 그런 상황에서도 그의 가곡사랑 속에는 “전통의 본질이 변형되는 계승은 의미가 없다”라는 기본적 값어치였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월하 여사를 기리는 공연, 《가곡, 달 꽃을 피우다》에서 반우반계(半羽半界)로 이루어진 <반엽(半葉)>이라는 악곡을 부른 강권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의 소리는 시종 자신감이 넘치는 거침없는 발성이어서 여창가곡이 조용하고 속삭이듯, 나약하기만 한 노래가 아니란 점을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긴 호흡 위에 강약을 조절해 나가는 발성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하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 것이다.
그가 부른 <반엽>이란 어떤 악곡인가?, 또한 그 앞에 붙여 부르는 <반우반계>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남창가곡은 <우조평조>로 짜인 11곡, <우조계면조> 13곡, 그리고 <우조평조>로 시작해서 <우조계면조>로 바뀌는 악곡이 2곡, 등 모두 26곡이 전해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여창 가곡이 15곡 전해오고 있는데, <우조평조(줄여서 우조)> 5곡, <우조계면조(줄여서 계면조)> 8곡, 그리고 <우조>로 시작해서 중간에 <계면조>로 바뀌는 2곡,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반우반계(半羽半界)라는 말은 우조로 시작해서 계면조로 끝내는, 곧 한 곡 안에서 악조(樂調)를 바꾸어 진행하는 변조(變調)의 형태를 취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중간에 악조를 바꾸는 곡으로는 남창, <반엽(半葉)>과 <편락(編樂)> 등 2곡이 있고, 여창에도 각각 <반엽>과 <환계락(還界樂)> 2곡이 있다.
참고로 예전에는 남창 <반엽>이라는 악곡의 이름을 <반엇삭대엽>이라든가, <율당(栗糖)삭대엽>, 또는 <밤엿 삭대엽> 등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한 곡 내에서 변조(變調)가 되었음을 알게 되는 부분은 각기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제4장에서 중(㳞)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가?, 아니면 한 음계 윗음인 임(淋)으로 뻗어 나가는가에 따라 우조와 계면의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하듯, 악곡 내에서 변화를 주는 이유는 동일한 악조로 진행하는 단조로움에 변화를 주는 효과와 함께, 다음으로 이어질 악곡을 자연스럽게 암시한다는 이유도 포함되고 있다.
여창가곡, <반엽>이란 곡조에 얹어 부르는 노랫말은 1900년대 초, 하규일에 의해 전해진 「남하여 --」로 시작하는 노랫말과 「담 안에 섯는 꽃이--」 등 2곡이 전해 오는데, 당일 강권순은 「남하여」로 시작하는 시조시를 택하여 불렀다.
이 노랫말을 장별에 따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대여음(大餘音) - 악기들의 전주
초장- 남하여(남 시켜) 편지 전(傳)치 말고,
2장 - 당신이 제오 되어(직접 오시오)
3장 - 남이 남의 일을 못 일과저(이루게야) 하랴마는
중여음(中餘音) - 악기들의 간주
4장 - 남하여 (남 시켜)
5장 - 전(傳)한 편지니, 일동 말동(이룰둥 말둥) 하여라.
강권순이 부른 <반엽>이란 노래는 그의 깊은 내공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한 음, 한 음에 스며들어 있는 듯, 단단함이라든가 고품격으로 청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다시 말해, 그가 부르는 가곡 속에는 깊은 발성과 함께 긴 호흡에서 만들어지는 강(强)함과 약(弱)함의 대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이에 따른 다양한 음색의 조화 등으로 인해, 가곡의 또 다른 미적(美的) 요소라 할 수 있는 역동미(力動美)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의 이러한 창법상의 특징은 그가 불러 널리 알려진 노래, <산천초목>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어 많은 사람에게 전통 가곡의 아름다움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