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인선 문화전문기자]
유월의 정선 민둥산은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 차 있다.
해발 1,119m라는 고지가 믿기지 않을 만큼 사방이 막힘없이 트여있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눈을 시원하게 채워온다. 또한 간간이 소박하고 어여쁜 들꽃들도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노란 들꽃으로 잘 가꿔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능선에 다다르면, 거짓말처럼 저 멀리 아래에 동그란 연못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순간 숨이 멎으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푸른 비단 같은 초원 한 가운데 보석처럼 박혀있는 물웅덩이! 얼핏 백두산 천지를 마주한 듯 신비롭고 영롱한 자태다. 그야말로 선녀가 남몰래 내려와 목욕하고 갈 듯한 '하늘연못'이다.
이 신비로운 풍경의 정체는 석회암 지대의 특징인 카르스트지형이 만든 자연의 걸작 '돌리네(doline)'다. 오랜 세월 스며든 빗물에 석회동굴이 무너져 내리면서 이렇게 거대하고 아름다운 물웅덩이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 높고 깊은 산속, 하늘과 가까운 곳에 이토록 비밀스러운 보석을 감추어 두었다니, 대자연의 오묘한 섭리에 경외감이 들 뿐이다.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맑고 푸른 하늘 아래 강원도의 겹겹이 쌓인 푸른 산등성이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 아스라한 산등성이를 따라 쉼없이 돌고 있는 하얀 풍력발전기들이 평화로운 풍경에 멋을 더한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엔 비탈진 산비탈에 정성스럽게 일궈놓은 고랭지 채소밭이 하얀 비닐을 입은 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초원위를 흐르는 바람결을 느껴본다. 문득 이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머물며 붉게 물드는 해넘이와 눈부신 해돋이를 보고 싶다는 촉촉한 소망이 피어오른다. 밤이 되면 저 하늘연못 위로 쏟아질 듯 내려앉는 별들의 잔치를 보겠지.
지금 초록의 낙원은, 찬 바람 부는 가을이 오면 은빛 억새가 춤추는 바다로 변할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 바람에 쓰러지는 은빛 억새밭을 보러 다시 오고 싶다.
유월의 정선 민둥산이 선물한 이 아름다운 천상낙원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지지 않을 풍경으로 남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