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골프장에서 가장 가까운 오산 병원에 실려 갔다. 응급실에 가서 X레이를 찍고 몇 가지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옆으로 공을 맞아서 생명에 지장은 없어도 3주 이상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미스 K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보호자처럼 K 교수를 따라다녔다. 검사실에서 치료실로, 치료실에서 입원실로 옮기는 동안 계속해서 동행했다. 병실이 부족해서 1인실로 입원이 결정되었다.
병실까지 그미가 동행했다. K 교수는 환자 침대에 누워 그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어디서 보아도 그미는 아름다웠다. 그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K 교수를 바라보았다. K 교수가 애틋하고 갈구하는 표정으로 그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미가 천천히 다가와 K 교수의 손을 잡더니 허리를 굽혀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K 교수는 가슴이 뛰면서 황홀했다. 눈을 감았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다. 시간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아.... 시간은 흘러갔다. 그미가 입술을 떼고 K 교수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작지만 진심 어린 목소리로 그미가 말했다.
“교수님, 그동안 여러 가지로 고마웠습니다. 빨리 회복되기를 빕니다. 저는 교수님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K 교수는 갑자기 벙어리가 되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몸이 갑자기 마비되었는지 입을 벌릴 수가 없었다. 그미를 붙잡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K 교수는 병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미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천천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미가 나가자 K 교수는 눈을 감았다. 지난 6개월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빠르게 스쳐갔다.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미와 나눈 수많은 대화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아아..... 모든 것이 꿈이었다. 꿈을 붙잡을 수가 없었다.
꿈은 현실이 아니다. 아무리 생생한 꿈이라도 꿈은 결코 현실이 될 수는 없는 법. 꿈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아쉬웠다. 그미가 사라진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을까? 시계태엽을 거꾸로 돌리면 시간이 과거로 되돌아 갈까? 아, 나는 어찌해야 하나? 이대로 끝나는가? 차라리 시작하지를 말았을 것을!
1992년에 제작된 미국 영화 <Singles>의 홍보 문구가 갑자기 생각났다.
Love is a game. (사랑은 게임이다.)
Easy to start. (시작하기는 쉽다.)
Hard to finish. (끝내기는 어렵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