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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선한 사람들이 사는 땅, 네팔

# 2일 차: 2025년 11월 19일, 카트만두(h 1,400m), 아트호텔(Art Hotel)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2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호텔의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바깥 소음이 방 안으로 그대로 들리는데, 주변 나이트클럽에서 새벽 3시가 넘도록 시끄러운 굿거리장단 같은 음악 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졌다. 잠을 설치다가 새벽 4시 30분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그제야 사방이 조용해졌다.

 

아침 7시, 호텔 로비에서 여행사 사장과 셰르파 2명, 대원 6명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네팔 돈 루피를 환전했다. 대원들은 호텔 주변 거리 구경을 나섰고, 나는 잠시 호텔 밖에 나가보았는데, 공기가 매캐하여 목이 따가웠다. 그나마 바람이 조금 불어 어제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카고백(여행용) 짐 정리를 하고 휴식도 취할 겸 다시 숙소로 올라왔다.

 

네팔 전통 모자를 사기 위해 동네 골목을 한 바퀴 돌았다. 골목 곳곳에 작은 신상과 제단이 여러 개 보였는데, 불교와 힌두교식 기도처였다. 지나가는 현지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잠시 기도를 드린 뒤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을 보며, 이들에게는 종교가 삶의 일부라는 것을 깊이 실감했다.

 

 

 

타멜 거리의 도로는 무척 좁은데도 소형차와 오토바이들이 저마다 공격적으로 운전하며 내달렸다. 작은 상점들에 전시된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니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상품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러보았다.

※ 네팔어 인사: 나마스테(안녕하세요), 던네밧(감사합니다)

 

한편, 공항으로 분실된 수하물을 찾으러 간 ‘플렌라이’ 씨와 대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낮 11시가 아니라 밤 11시에 짐이 도착한다고 한다. 결국, 짐을 찾지 못한 채 점심 식사를 예약한 식당으로 돌아왔다. 부득이 전체 일정을 변경하여 산행 출발을 내일로 미루고, 오늘 하루 더 카트만두에 머물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으로 인해 전체 산행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이다. 경유 과정에서 항공사 측의 실수인지 어처구니없는 배송 실수가 벌어져 내일 일정까지 꼬여버렸다. 짐을 잃어버린 당사자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고, 만약 오늘 밤에도 짐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모두의 걱정이 깊어졌다.

 

점심은 ‘경복궁’이라는 한식당에서 김치비지찌개를 먹었는데 맛은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타국 땅에서 현지인이 한식을 만들어 파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식사 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시내 관광에 나섰다.

 

‘스와얌부나트(원숭이 사원)’까지 왕복 6km에 달하는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 걸었다. 매연을 마시며 길을 걷다 보니, 다리 아래를 흐르는 작은 하천이 온통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고 악취도 심했다. 바로 옆에 사원이 하나 있었는데 장례식을 치르는 사원처럼 보였다. 강가에 여러 물건을 태우고 버려둔 흔적으로 보아 화장터 같았다.

 

 

가파른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언덕 위에 ‘스와얌부나트’ 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카트만두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사원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걸인들과 젊은 아기 엄마 등 여러 명이 서서 구걸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측은한 마음에 한 아주머니에게 100루피를 쥐여주었더니, 순식간에 주변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나에게 달려들어 무척 당황했다.

 

계단 끝 사원 입구를 지키던 사람이 입장료를 내라고 했다. 네팔 사람은 무료고, 외국인은 200루피의 입장료를 받았다. 경로 요금 할인이 없느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이 사원은 힌두교와 불교의 성지로, 가운데는 부처님의 눈(지혜의 눈)이 신비롭게 그려진 황금빛 탑(티베트 불교 양식의 스투바)이 우뚝 솟아 시방세계(十方世界)를 바라보고 있다.

 

연기 자욱한 향을 피우며 정성스레 기도하는 사람들 사이로, 사원 경내를 마당 삼아 돌아다니는 열댓 마리의 개와 수십 마리의 원숭이 떼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이것저것 주워 먹거나 나무에서 재주를 부리고 있다. 이곳 원숭이들은 신기하게도 사람을 공격하거나 모자를 빼앗아 가지 않고 아주 순했다. 아마 이 녀석들도 영험한 성지에서 공덕을 오래 쌓아 손오공이라도 되려는듯 참으로 착한 놈들이다. 사원에서 만난 여러 사람의 얼굴이 선하고 착해 보였다.

 

 

되돌아오는 길에 아까 보았던 강가 옆 사원에 들러 보았다. 무슨 의식을 치르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경내에서 여러 사람이 기도하거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거리에서 치열하고 분주하게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가슴이 저릿했고, 이들이 지금보다 좋은 환경에서 훨씬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히 기원해 본다.

 

저녁 식사는 현지 문화 체험해 보고자 한글 간판이 붙은 '작은별 식당'을 찾았다. 벽에 '2010 안나푸르나 원정대 오은선' 사진이 걸려 있어 반가웠다. 좁은 식당 안은 자리가 꽉 차 있어서 망설이니, 현지 손님들이 친절하게 우리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자신들은 다른 사람들과 합석해 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그들에게 퉁바를 하나 시켜드렸더니 식당 안 분위기가 좋아졌다.

 

 

음식을 수제비와 볶음밥, 만두 등 여러 가지를 주문하여 먹어 보았는데, 특유의 향 때문인지 모두 내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다.

○ 퉁바(뚱바): 발효된 곡물에 따뜻한 물을 부어 빨대로 마시는 전통 민속주로 맛은 시큼하여 먹을 만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아 맛만 보았다.

○ 툭파(뚝빠): 따뜻한 고기 육수에 국수를 말아낸 요리로, 먹을 만했다.

○ 텐둑(뗀뚝): 수제비와 비슷한데, 향신료 향이 강하여 내 취향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