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일으킨 전쟁이 종전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추가협상이 남아 있고, 이스라엘이 종전(終戰)을 원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이란 전쟁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부추김에 넘어가 일으킨 전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미국이 일방적이라고 할 만큼 이스라엘 편을 든 것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저는 그동안 ‘미국이 왜 이렇게 이스라엘 편만 드는가?’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고교동기 오형국 목사가 추천해준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풀렸습니다.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는 존 J.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M. 월트 하버드대 교수가 같이 쓴 책으로, 이러한 의문을 로비의 측면에서 분석한 것입니다. 미국은 로비스트 천국 아닙니까? 우리나라는 로비가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미국은 합법화되어 로비스트들이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대내적으로도 여러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막후교섭자(로비스트)들이 활동하고, 대외적으로도 많은 나라들이 로비스트를 고용하여 자기 나라 이익을 위해 로비 활동을 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지요.
그래서 이스라엘도 자기 나라 이익을 위해 로비스트들을 움직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랍권에서도 로비스트를 움직일 텐데, 왜 미국은 계속 이스라엘 편에만 서는 것일까요? 책을 보면 아랍권의 로비력은 이스라엘의 로비력에 견주면 상대가 안 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이렇게 로비력이 강한 데에는 단순한 로비 말고도 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곧 이러한 로비 외에 미국 내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뛰는 사람과 단체들이 많습니다.
미국에는 재계, 정치권, 언론 분야뿐만 아니라 여론을 주도하는 층에 유대인들이 많습니다. 아랍권 출신 미국인들이 미국 하층부에 많지만, 유대인들은 상층부에 많은 것이지요. 이들이 풍부한 자금과 연줄 등을 통하여 미국을 이스라엘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영미권에서는 박해를 많이 받아온 유대인들을 도와야 한다는 정신적 부채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박해로 약 600만 명이 학살당한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가 있고, 그 이전에도 유럽 대륙에서는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이 박해를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박해에 대한 정신적 부채가 정서적으로 이스라엘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의 밑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스라엘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을 그 비판의 타당성 여부도 따져보지 않고 반유대주의자로 몰아세웁니다. 이 책의 저자들도 이러한 맹목적인 비판에 호되게 당해야 했지요.
또한 미국 군부와 정치권에 포진하고 있는 신보수주의자들이 있습니다. 보통 네오콘으로 불리는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합니다. 그렇기에 자기들 기준에서 보면 대부분의 중동국가는 이슬람교에 종속되어 수준 미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자기들의 이념에 가장 잘 맞는 나라라고 생각하지요. 심지어 강경 신보수주의자들은 이스라엘과 힘을 합쳐 이러한 중동국가들을 강제로라도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중동 사안에 있어서는 이스라엘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근본주의 믿음을 갖고 있는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인들, 특히 크리스천 시온주의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하느님이 허락하신 땅에 이스라엘 민족이 들어와 사는 것이니, 이스라엘을 주위 아랍국가들의 핍박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가자지구나 요르단 서안 지대, 골란고원도 하느님이 허락하신 땅이니 이스라엘이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보수주의자들 가운데 이런 신앙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책에서는 크리스천 시온주의의 뿌리로 세대주의 신학을 얘기하는데, 세대주의자는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귀환은 재림으로 향한 예정된 절차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이들로서는 예수님의 재림을 앞두고 악과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미국에서는 이스라엘을 도와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이스라엘을 위한 로비와 합해져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스라엘 편에만 서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지원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방글라데시, 라이베리아 같은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지원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스라엘 편에 섬으로서 여러 부작용이 있습니다. 우선 이번 이란과의 전쟁에서 보듯이 미국의 국익에도 맞지 않는 결정을 합니다. 그리고 중동 내에서도 반미 감정이 고조되면서 아랍 근본주의 반미 세력에 정당성을 제공하며, 알카에다와 같은 강경파가 힘을 얻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내에서도 강경파가 득세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지금 장기 집권을 하는 네타나휴 정권도 이런 강경파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경파가 득세하면 레바논과의 전쟁이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공세에서 민간인 희생도 거리끼지 않습니다. 책에 보면 제2차 레바논 전쟁에서 정전이 발효되기 직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클러스터 폭탄을 쏟아부을 때 민간과 군사 목표물을 구별하지 않았다고 하며, 포격을 담당한 대원은 ‘미치광이’처럼 포를 쏘았다고 합니다.
이 책이 나온 이후에도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지구 분쟁에서도 팔레스타인의 전체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0~17세)가 약 33%~44%, 여성이 약 18%~26%를 차지한다고 하며, 어린이 사망자 수는 최소 21,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자 지구 전체 주택의 약 60%~70% 이상이 반파되거나 전파되었습니다. 의료 시설도 가자 지구 내 36개 주요 병원 가운데 대부분이 폭격, 연료 부족, 군사 작전 등으로 인해 기능을 상실하거나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을 기화로 오히려 팔레스타인을 멸절시키거나 가자 지구에서 영원히 축출하려는 듯 보입니다. 저는 15년 전 이스라엘에 갔을 때 끝없이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분리장벽과 그 안에서 차별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면서, 하루빨리 이 분리장벽이 사라지기를 염원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때보다 사태는 더 악화했습니다.
왜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에서 자기 민족이 그렇게 엄청난 희생을 당하였음에도 이웃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과 눈물에 대해서는 무감각할까요? 자기들은 하느님께 선택받은 민족이요, 팔레스타인 지역은 하느님이 주신 땅이니, 불법적으로 땅을 점유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일까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유대인이 그 땅을 떠난 뒤에도 2,000년 넘게 그 땅에서 평화스럽게 삶을 이어오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이들을 강제로 쫓아낼 권리가 있는 것일까요? 이 책의 저자들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인종청소’라는 강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인종청소는 갈등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보복 의식만 강화하고,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거부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입지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평화공존 하려고 생각해야지, 그들을 어떻게 하든 몰아내려고 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을 위한 길이요, 세계 평화를 위한 길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입니다. 그동안에도 세계경찰을 자임해왔던 미국이라면 어떻게 하든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스라엘만 일방적으로 편을 들어서는 결코 중동에 평화가 오지 않습니다. 이 책은 단지 일방적인 주장만 펴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사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해서 미국이 왜 이스라엘 편에만 서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중동에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