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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지칠 때 맥을 살려주는 생맥산

[음식과 건강 6]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올여름 더위가 심상치 않다. 늦은 장마가 이어지면서 더위를 잠시 식혀주고 있지만,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와 높은 습도가 한꺼번에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날씨에는 단순히 덥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몸의 기운이 쉽게 빠지고 일사병이나 열사병, 이른바 '더위 먹음'이 생기기 쉽다.

 

더운 날씨가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시원한 음료를 찾는다. 목마름을 없애고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름 건강은 물만 많이 마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몸은 추울 때는 스스로 열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더울 때는 몸을 적극적으로 식히는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 결국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게 되는데, 장마철처럼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하지 못해 체온 조절도 어려워진다. 그 결과 피부는 뜨겁고 몸속 장부는 상대적으로 차가워지는 '내한외열(內寒外熱)' 상태가 된다.

 

한의학에서는 여기에 '습(濕)'이라는 개념을 더한다. 습이란 단순한 수분이 아니라 흐름을 잃은 수분과 순환의 정체를 의미한다. 몸이 무겁고 나른하며, 움직이기 싫고 쉽게 지치는 여름철 증상이 바로 습이 많아진 모습이다.

 

이러한 여름철 증상에 800여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대표 처방이 바로 ‘생맥산(生脈散)’이다. 생맥산은 중국 금나라의 명의 이고(李杲)가 《내외상변혹론》에 처음 기록한 처방으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여름 처방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기(氣)를 돕고 심장의 열을 식히며 폐를 윤택하게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생맥산의 대표적인 적응증은 매우 분명하다. “땀을 많이 흘린 뒤 기운이 빠지고, 갈증과 입마름이 심하며, 전신이 나른하고 힘이 없을 때” 기와 진액을 함께 보충하는 처방이다. 폭염 속에서 오래 일했거나 운동한 뒤 탈진한 경우, 열사병이나 일사병이 우려될 때도 도움이 된다.

 

 

생맥산은 인삼, 맥문동, 오미자 세 가지 약재로 이루어진다. 인삼은 기운을 북돋우고 에너지 생성과 혈액순환을 도우며, 맥문동은 부족해진 진액을 보충하여 심장과 폐를 촉촉하게 해준다. 오미자는 흩어진 기운을 안으로 모으고 과도한 발한(몸에 땀을 내는 일)을 줄여 몸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생맥산을 마신 환자들이 자주 하는 표현이 있다.

 

"몸이 가벼워졌어요."

"따로따로 놀던 몸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입니다.“

 

기운이 살아나고 숨이 편안해지며, 축 처졌던 몸이 다시 중심을 잡는 느낌이다. 이는 단순히 갈증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땀으로 함께 빠져나간 기와 진액이 보충되고 순환이 회복되면서 나타나는 변화라 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무엇을 마시느냐만큼 어떻게 마시느냐도 중요하다.

 

흔히 "찬 것은 몸에 나쁘다."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요한 것은 차가움이 아니라 시원함이다. 입안과 위장이 시원하고 개운하게 느껴진다면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몸이 편안해진다. 그러나 음료를 마실 때 입과 식도가 차갑게 얼어붙는 느낌이 든다면 점막의 혈류가 위축되고 소화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아이스크림도 시원하게 즐기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차갑게 먹어 몸을 움츠러들게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여름철 건강의 원칙은 차가움을 피하고 시원함을 취하는 것이다.

 

생맥산 말고도 여름철에는 간단한 대비가 필요하다.

 

땀을 많이 흘린 뒤에는 물만 마시는 것보다 약간의 소금을 넣은 소금물이나 소금사탕으로 전해질을 함께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오랫동안 바깥 활동이나 운동을 하는 때는 스포츠음료나 포도당 음료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는 탈수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원에서도 계절마다 준비하는 대표적인 건강 음료가 있다. 겨울에는 쌍화차, 여름에는 생맥산이다. 필자가 진료하는 한의원에서는 생맥산을 기본으로 발효홍삼을 더한 오감홍삼수를 여름철 건강 음료로 활용하고 있다. 인삼 대신 발효홍삼을 사용하여 기혈순환과 흡수율을 높이고, 심장과 비장의 기운을 함께 북돋우도록 구성하였다. 더위에 쉽게 지치고,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며, 만사가 귀찮게 느껴지는 학생과 직장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름은 피할 수 없는 계절이다. 하지만 여름을 견디는 방법은 있다.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몸속의 기와 진액을 함께 살리는 것.

800년 동안 이어져 온 생맥산의 슬기로움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