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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신선이 사는 땅, 캉진콤파

#6일차: 2025년 11월 23일(일요일), 랑탕 마을 ~ 캉진곰파, (이동 거리 7.5km, 등반 시간 4시간 17분(3,840m)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6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오늘은 랑탕 마을에서 캉진곰파(Kyanjin Gompa, h 3,840m) 마을로 향한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7시에 누룽지 한 그릇 먹고 8시에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저 멀리 캉진리(봉)와 캉진곰파 마을이 빤히 바라보이는데, 막상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는데, 해발 3,600m 지역 전체는 대형 산사태로 밀려 내려온 토사가 선상지를 이루고 있다.

 

아마 수백 년 전부터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사태 지역인 듯하여 걷는 내내 무섭기도 하고 압도되기도 한다. 여기저기 널린 커다란 돌들은 마치 거대한 공깃돌처럼 사방으로 굴러다니다 흩어져 있다. 최근에 발생한 사태 지역에는 작은 나무다리를 설치해 놓았는데, 무척 위험하여 빠르게 통과했다.

 

이렇게 척박한 곳에 사람들이 살면서 돌을 골라내 땅을 일구어서 밭과 초지를 조성하여 야크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끈질기게 살아가니, 인간의 삶의 의지가 이어지는 것은 참으로 경이롭기도 하다.

 

계곡 상류로 접어드니 거칠던 물줄기가 가늘어지면서, 물소리가 마치 소나무 숲을 스치는 솔바람 소리처럼 '솔솔‘ 들려와 아주 정겹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태고의 자연색을 그대로 눈에 담고 싶어 맨눈으로 구경하며 걷다가, 아침 9시 30분 무렵 눈이 너무 부시고 아파서 결국 선글라스를 꼈다.

 

 

 

 

눈앞에 캉진리(봉)와 체르고리(봉)가 바로 다가선다. 고산이라 고도를 아주 천천히 올려야 하므로 평소보다 훨씬 느린 걸음으로 걷는 데도 힘이 든다. 해발 3,840m 길 주변에 돌담을 쌓아 만든 밭에는 추수는 끝나고 양배추만 남아 있는 곳이 보이고, 곳곳에 얼음이 얼어있다.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출발했으나, 해가 솟아오르자, 이내 더워져 가벼운 점퍼로 갈아입었다.

 

해발 3,600m를 넘어서며 수목 한계선을 지나니 큰 나무는 자취를 감추고 키 작은 잡목이나 풀이 주종을 이룬다. 응달진 곳에는 침엽수림이 남아 있는데, 양지바른 곳에는 작은 관목과 초지가 형성되어 있다.

 

계곡물이 흐르는 길목에는 돌로 지은 집에 조그만 마니차를 넣어서 흐르는 물의 힘을 이용해 수차에 연결하여 자동으로 돌아가게끔 만들어 놓았다. 어떤 곳에는 바람의 힘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마니차도 있다. 히말라야 기슭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대다수는 티베트 불교(라마교)를 믿는데 '옴마니반메훔'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마니차를 수만 번 돌려서라도 현생의 고통을 잊고 부처님의 평화로운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듯하다.

 

4시간을 걸어 마침내 캉진곰파 마을에 도착하였다. 점심으로 김치참치찌개를 먹는데, 고산증 증세 탓인지 속이 울렁거려서 조금만 먹었다. 몇 해 전 몽골의 최고봉인 말친봉(4,050m)을 오를 때는 고산증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서는 제대로 먹지 못하고 많이 걸어 체력이 소진되었다.

 

고산 적응을 할 겸 산책 삼아 마을을 둘러보려고 약 2km 정도 상류 언덕으로 걸어 올라가니 캉진곰파 마을 전체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고산이라 해가 무척 빨리 진다. 저녁은 간단히 라면으로 해결했다. 이 높은 오지 마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데 부식이나 물자는 어떻게 공수하는지 궁금해 물어보니, 카트만두에서 헬리콥터를 띄워 실어 나른다고 한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물가가 비싸지던 이유를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묵는 '더링 호텔' 앞 별채 건물에는 아담한 카페가 있다.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를 한잔하며 내부를 둘러보는데, 이곳을 거쳐 간 우리나라의 여러 원정대원이 남겨놓은 현수막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롯지 사장 네루푸라마 씨(51살)는 한국에서 5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산악인들이 많이 찾는 아지트 같은 곳이라며 벽에는 엄홍길 대장의 기념사진도 있다. 가히 한국인들의 전용 호텔이라 불릴 만했다. 사장은 우리말을 아주 유창하게 구사할 뿐만 아니라 김치찌개, 된장찌개 같은 요리도 능숙하게 해냈다. 라면에 곁들여 내어준 김치가 맛이 아주 좋아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내가 제작하여 챙겨온 ‘랑탕 안내지도’를 꺼내 사장에게 보여주었다. 지도를 본 사장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렇게 정교하고 한눈에 지형이 들어오는 지도는 처음 본다며, 대원들의 사인을 담아 카페 벽면에 붙여두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내일 등반은 고산증 기운이 남아 있는 나와 민병귀 대원은 캉진리(봉)를 오르기로 했고, 나머지 대원 4명은 체르고리(봉)로 가기로 하였다. 고산병 예방을 위하여 샤워나 세수를 하지 못해 거울 속 내 모습이 말이 아니지만, 마음은 평온하다.

 

 

 

※ 셰르파와 포터: 히말라야 등반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고마운 분들이다. 이들이 짊어지고 걷는 짐의 무게는 저마다의 삶의 무게처럼 무겁고, 묵묵히 걷는 그 걸음은 고독한 순례자를 닮아서 깊은 존경심이 든다. 너무 힘든 걸음에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렵다. 셰르파와 포터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던네밧’

 

※ 랑탕 빌리지: 현재 주민 5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40여 채의 가옥이 있다고 한다. 또, 캉진곰파 마을에는 23채의 호텔과 롯지가 들어서 있으며, 40여 명의 주민이 이를 운영하며 탐방객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