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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만 사고 진주를 돌려준다는 ‘매독환주(買櫝還珠)’

진짜 인생의 진주는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투박하지만 진실한 체온
[정운복의 아침시평 318]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매독환주(買櫝還珠)’는 상자만 사고 진주를 돌려준다는 의미입니다.

주객(主客)이 전도된 경우를 이야기하지요.

우리는 때로 눈부신 껍데기에 매료되어 그 안에 담긴 침묵의 본질을 잊곤 합니다.

 

한비자(韓非子)에는 매독환주(買櫝還珠)의 우화가 나옵니다.

초나라의 한 장사꾼이 진주를 팔기 위해 난초 향이 배어나는 좋은 나무로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그 상자에 금과 은으로 무늬를 새기고 장식하니, 진주보다 상자가 더 찬연히 빛났습니다.

 

그것을 본 정나라 사람이 값을 치르고 상자를 샀지만,

그 안의 진주를 꺼내 장사꾼에게 되돌려주었습니다.

"상자가 아름다워 샀을 뿐, 진주는 필요 없소."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주를 팔기 위해 상자를 꾸몄던 상인은 횡재를 하지요. 이 이야기는 비단 어리석은 정나라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은 어쩌면 수많은 매독환주로 점철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지만,

진실한 공감보다는 세련된 말투와 화려한 수식어에 집착합니다.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반지를 준비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랑의 맹세보다 보석의 크기와 상표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본질인 진주를 빛내기 위해 존재했던 상자가 어느 순간 주인공의 자리를 꿰차고,

우리는 그 주객전도의 풍경 속에서 정작 소중한 것을 스스로 내버립니다.

 

진주는 조개가 자신의 살점을 에는 고통을 견디며 한 겹 한 겹 눈물로 쌓아 올린 시간의 결정체입니다. 화려한 상자는 목수의 손끝에서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질 수 있지만, 진주가 품은 은은한 광택은 인고의 세월 없이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화려한 직함, 세련된 옷차림, 누리어울림마당(SNS)에 전시된 찰나의 환희는

모두 타인의 눈을 즐겁게 하는 상자에 불과합니다. 진짜 인생의 진주는 고독한 시간 속에서 다듬어진 인격, 실패를 딛고 일어선 회복력,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투박하지만 진실한 체온입니다. 상자는 세월이 가면 낡고 빛이 바래지만, 진주는 닦을수록 그 깊은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요.

 

아름다운 상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상자의 화려함이 진주의 값어치를 가려서는 안 되며, 상자를 얻기 위해 진주를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포장지를 뜯어내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이 내어주는 가장 귀한 보물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