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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캉진리 등정, 빙하의 통곡 소리를 듣다

# 7일 차: 2025년 11월 24일, 캉진곰파 ~ 캉진리 (이동 거리 3.3km, 등반 시간 4시간 30분, 고도차 500m(3,800m~4,300m)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7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어젯밤 캉진곰파의 기온은 영하 18°C까지 뚝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화장실 수도관이 모두 얼어있다. 나흘째 세수를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씻지 않은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체르고리(Tserko Ri, 4,980m) 등반팀 4명은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하고 나와 민병귀 대원은 캉진리(Kyanjin Ri, 4,700m) 등반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뒷산인 캉진리(봉)는 남향이라 골바람이 불어와 무척 차갑지만, 내리쬐는 햇살이 워낙 강렬한 직사광선이라 몸이 빠르게 더워진다. 결국, 입고 있던 두꺼운 패딩 점퍼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발 아래를 내려다보니 캉진곰파 마을이 장난감처럼 조그맣게 보인다. 해발 4,100m까지 올리는 데 약 50분 정도가 걸렸다. 산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매서워 귀마개를 해야 했다. 공기가 건조한 탓에 입술이 쩍쩍 갈라진다. 오르는 경사도가 60°에서 70° 달하는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천천히 오르는데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힘이 들어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수십 번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올라갔다.

 

산을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로 어지럽게 나 있는데, 사람이 걸어간 길은 잔돌과 자갈이 많아서 디딜 때마다 미끄러지지만, 오히려 야크가 다니는 길을 따라 걸어보니 조금 거칠기는 해도 한결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었다. 동물들이 낸 길이 더 지혜롭다는 것을 산이 가르쳐 주었다.

 

가파른 산길을 3시간 1.3km를 걸어서 마침내 캉진리의 첫 번째 봉우리(해발 4,300m)에 올랐다. 이곳에 서니 웅장한 랑탕리룽(7,227m) 산군이 한눈에 파노라마로 전망된다. 병풍처럼 둘러친 순백의 설산과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 그리고 멀리서 윙윙 천둥소리를 내며 흐르는 빙하 녹는 소리가 거대한 산의 기운과 어우러져 가슴 벅찬 감동을 준다. 그 압도적으로 조망되는 설산 한가운데 서니, 그야말로 인간의 세상을 벗어난 신선의 세계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아 무너지고 흘러 내려와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다. 부서져 내린 집채만 한 바위들까지 거침없이 떠내려오고 있었다. 빙하 아래쪽에 자연 발생한 호수가 있고, 이곳에 관을 연결하여 마을 입구에 있는 소형 발전소로 물을 끌어들여 낙차를 이용한 수력 발전을 하고 있었다. 척박한 고산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지혜가 돋보였다.

 

캉진리 최고봉(4,700m)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이 뻗어 있으나, 고산증 증세로 기가 막히게 멋진 풍경을 가슴에 묻은 채 아쉽지만, 첫 번째 봉우리에서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길에는 기온이 오르면서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흙먼지가 사방으로 일었고, 가파른 흙길이 무척 미끄러워 무릎에 힘을 주며 조심조심 내려왔다.

 

롯지로 돌아와 피로를 풀 겸 한숨 자고 일어나 1층 카페 창가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하며 쉬는데, 낮 3시 40분경 체르고리 등반팀이 돌아왔다. 대원들의 체력이 정말 대단하다. 정상 부근의 험난한 급경사지와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9시간 만에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완주해 내다니 진심으로 크게 손뼉을 친다.

 

 

 

 

오늘 저녁 식사는 특식으로 닭볶음탕이다. 하지만 고산증 여파로 식욕이 뚝 떨어지고 입맛이 없어 몇 숟가락 들지 못했다. 비록 몸은 고되고 지쳤어도 내일부터는 다시 하산하여 ‘고사인쿤드’를 향해 나아가는 또 다른 등반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새로운 여정을 위해 일찍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 ○○곰파: 지명으로 사원이나 탑이 있는 마을을 곰파라고 한다. 캉진곰파, 싱곰파 등으로 부른다.

※ ○○리: 지명으로 언덕 또는 전망대, 픽크, 뷰포인트이다. 랑탕리, 캉진리, 체르고리 등으로 부른다.

※ ○○쿤드 또는 군다: 지명으로 호수를 말한다. 고싸인쿤드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