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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한글은 과학이라서 쉽다… 원리를 찾는 아이들 ”

[대담] 한글 책임교육 심화연수 강사 이해영 수석교사

[우리문화신문=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유초등특수교육과)은 지난 7월 31일 ‘2026년 한글책임교육 역량강화 심화연수’를 열었다. 이날 오전에는 이해영 수석교사(전주신동초)가 ‘질문으로 학생의 사고를 깨우는 한글 해득 수업’을, 오후에는 필자가 ‘흉내말과 판타지 동화로 배우는 세종식 한글 교육’을 강의했다. 필자도 일찍 가서 이해영 강사의 강의를 듣고 점심시간에 짬을 내, 24년 차 교사로서 1학년 한글 해득 수업을 도맡아 온 이해영 수석교사를 만나 초등 한글 교육의 현주소를 물었다.

 

 

-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한글 교육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한글 책임교육 시간이 34차시 늘려서 확보됐습니다. 예전에는 입학 초기 적응 기간에 한글 교육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교과서에 ‘한글놀이 마당’ 단원이 들어와 3월부터 바로 시작합니다. 순서도 자음 먼저에서 모음 먼저로 바뀌었고, 자음자는 ‘ㄱ-ㅋ-ㄲ’처럼 소리의 세기에 따라 묶어 가르치게 됐습니다.”“‘기역’을 ‘기윽’으로 - 받침 수업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 저는 ‘기역·디귿·시옷’을 ‘기윽ㆍ디읃ㆍ시읏’으로 바꾸자는 운동을 10년째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같은 생각이신데, 가장 중요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받침 수업에서 그 이름이 제대로 활약하기 때문입니다. 자음자 이름은 ‘니은, 리을, 미음’처럼 첫 글자에 첫소리, 둘째 글자에 받침소리가 들어 있다는 규칙이 있는데 ‘기윽ㆍ디읃ㆍ시읏’만 예외라서 아이들이 헷갈려 합니다. 저는 원래 이름은 ‘기윽ㆍ디읃ㆍ시읏’인데 옛날에 한자로 적을 글자가 없어 지금 이름이 됐다는 유래까지 알려 줍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받아들이고, 받침 수업에서 확실하게 적용합니다. 받침 글자 노래도 자음 이름을 ‘기윽’으로 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크게 올랐습니다.”

 

한도, 중국 조선족도 ‘기윽’이라 하는데 우리만 예외적인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마침, 필자와 생각이 같은 이관규 국립국어원장이 취임해 국가 차원의 개정 논의를 기대해 볼만하다.

 

- 아이들이 한글 교육에서 특히 재미있어하는 대목은 무엇인가요?

 

“‘ㄱㆍㅋ’ 할 때 바람이 나오며 소리가 세지는 것, 글자 속 ‘엄마 글자’를 찾아내는 활동을 아주 좋아합니다. ‘ㅏ’와 ‘ㅓ’가 똑같이 사람과 하늘이 만나 이뤄진 글자인데 방향에 따라 소리와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도 신기해합니다. 원리로 배우면 전이가 일어납니다.

 

‘ㄴ-ㄷ-ㅌ-ㄸ’에서 획이 더해지는 원리와 입 모양을 가르치면 배우지 않은 글자도 스스로 깨쳐 나갑니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존감이 떨어지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어린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 있어도…’라는 세종의 창제 정신이 바로 그 아이들을 향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격차의 뿌리는 지능이 아니라 ‘환경’

 

- 입학생 가운데 몇 퍼센트나 한글을 읽고 들어 오나요? 격차가 심각합니까?

 

“어느 정도 읽는 아이가 60% 정도이고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격차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한글 책임교육으로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기에 ‘선행하지 말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관건은 가정의 언어 환경입니다. 부모와의 언어적 상호작용이 부족한 아이들은 발음부터 정확하지 않습니다. 글자보다 휴대전화를 먼저 접해 책을 멀리하는 것도 문제라서 교실에서 함께 읽고, 문장을 만들고, 말놀이를 많이 합니다.”

 

- 세종은 ‘슬기롭지 못한 이라도 열흘이면 배운다’라고 했는데, 1ㆍ2학년을 마치고도 못 깨치는 아이들이 있는 까닭은?

 

“환경 요인이 절대적입니다. 반대로 지능은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경계선 지능 아이들도 한글이 워낙 과학적이라 반복하면 잘 깨칩니다. 60대 어르신을 지도해 깨치게 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부심이 큽니다. 한글로 적을 수 있는 11,172자를 직접 계산해 보고 ‘내지 못할 소리가 없다’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 요즘 한글을 가르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조선 시대에 없던 어려움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소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연필을 제대로 쥐지 못하고 글자를 그리듯이 씁니다. 한 학급에 제대로 쓰는 아이가 두세 명입니다. 실내에서 휴대전화를 쓰며 노는 생활 탓입니다. 구슬치기ㆍ자치기ㆍ딱지치기 하던 세대는 손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한글 이전에 ‘선 그리기’부터 시작하고, 유치원에도 동그라미 하나라도 순서에 맞게 쓰도록 지도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순서에 맞게 쓰면 아이들이 신기하게 차분해집니다. 한글 자체에서는 겹받침과 복잡한 모음, 소리와 표기가 다른 말을 어려워합니다. 교과서도 모음자ㆍ자음자 단원은 좋아졌지만 받침 지도는 아직 창제 원리 기반으로 체계화되지 못했습니다.”

 

“교대ㆍ사범대에서 해례본을 안 가르친다”

 

- 교대ㆍ사범대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끝까지 가르치는 대학이 없습니다. 이런 강의를 1정 연수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라에 강력히 요청하고 싶습니다. 우리 언어를 가르치는 전문성은 교사의 가장 기본입니다. 중·고등학생이 수업에서 이탈하는 이유가 어휘력 부족과 독해 불능인데, 뿌리는 초기 문해가 흔들린 데 있습니다. 1학년 때 못 깨친 아이가 6학년에 국어를 잘하게 되는 경우는 기적처럼 드뭅니다. 1정 연수에 초기 문해력 교육과 더딤 아이 지도법이 꼭 들어가야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연수가 있었는데 개념 기반 수업과 교육정보기술(에듀테크)ㆍ인공지능(AI)에 밀려 사라졌고, 도움받을 곳이 없어 우는 선생님들을 만납니다. 연수를 열면 선생님들은 찾아옵니다.”

 

- 문해력이 국가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엇을 먼저 개선해야 할까요?

 

“기초학력 지원으로 좋아지고는 있지만, 4ㆍ5ㆍ6학년 담임들이 ‘교육과정 용어로 수업하기 어렵다.’라고 호소할 정도입니다. 언어와 문자가 곧 사고이고 사고가 인간을 만듭니다. 공교육 안에 읽고 쓰고 생각하는 힘을 기본으로 길러 주는 프로그램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을 만나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라를 살리려면 아이들을 살려야 하고, 그 기반이 문해력이라고요.”

 

한때 논의된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해 필자는 ‘절대 불가’라는 견해를 밝혔다. 병기하는 순간 맥락으로 뜻을 이해하는 문해력의 기본이 한자 의존으로 바뀌고, 한글문화연대 조사로는 초등 교과서 한자어 가운데 한자 뜻과 직접 연관되는 것이 30%도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수석교사도 “어휘 자료를 만들며 한자 뜻과 낱말 뜻이 어긋나는 경우를 많이 겪었다”라며 동의했다.

 

연수를 주관하고 대담을 참관한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유초등특수교육과 소윤재 장학관은 “교육부 차원에서 한글 책임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 저학년 담당 교사 대상 실질 지도법 연수와 전 교원 대상 심화연수를 이어 오고 있다”라며 “국어ㆍ수학ㆍ사회ㆍ과학의 학습 도구어를 뜻풀이와 용례, 짧은 글짓기 활동과 함께 담은 어휘 학습 자료도 만들어 학교에 배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세종이 해례본에서 밝힌 원리 그대로 가르치는 한글 교육이 교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한글날 100돌ㆍ훈민정음 반포 580돌을 앞둔 여름, 전북의 교사들이 함께 고민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