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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세종대왕, 현대 음악가에게 ‘여민락’을 설명하다

경복궁 수정전에서 국악 상설공연 <소리의 씨앗> 열려
‘수룡음’, ‘처용무’, ‘여민락’ 등 궁중 예술의 정수 선보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경복궁 수정전 앞에서는 세종대왕과 현대 음악가가 시간 여행을 통해 만나 세종 당시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로 다른 말 예를 들면 현대의 ‘아이돌’이란 말이 나오자, 화들짝 놀라는 세종대왕과 수룡음, 여민락 등을 들으며, 현대 음악가의 귀에도 이런 음악이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말하는 장면이 청중에게 상당한 울림을 주고 있다.

 

어제 9월 3일 저녁 7시 30분 경복궁 수정전 앞 특설무대에서는 국립국악원(원장 서승미)의 국악 상설공연 <소리의 씨앗>이 열렸다. 이 공연은 우리 전통문화 유산의 값어치를 널리 알리고 나라 안팎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국악누림 기회를 제공하려고 경복궁 야간 개장 기간에 맞춰 오는 9월 2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고 있다. 한가위 명절 주간을 뺀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공연이 열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궁중 예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먼저 웅장한 ‘대취타’ 공연이 시작된다. 이어서 물속 용의 읊조림처럼 절제된 미학을 보여주는 ‘수룡음’이 무대에 오른다. 수룡음은 본래 가곡의 반주음악을 노래 없이 기악으로만 연주하는 음악으로 다른 이름으로는 ‘자진한잎’, ‘사관풍류’라고도 한다. 가곡의 반주는 원래 대금, 세피리, 해금, 거문고, 가야금, 장구 따위로 하는데 특히 수룡음은 관악기 가운데서도 생황과 단소의 병주(생소병주)로 신비로운 음악을 빚어낸다.

 

수룡음의 뒤를 잇는 것은 작은 공간에서 섬세한 아름다움을 확장하는 독무 ‘춘앵전’이다. 춘앵전은 1828년(순조 28년) 효명세자가 순원왕후의 보령 40살을 경축하기 위하여 창작한 춤으로 버드나무 가지에 앉은 꾀꼬리의 자태를 형상화했다. 느린 음악을 바탕으로 품격있게 추는 춤을 보고 청중은 숨을 죽인다.

 

 

 

 

그 뒤로는 벽사진경의 의미를 담은 ‘처용무’를 선보인다. 처용은 중국의 나례에는 없는 것으로 신라시대 때부터 악귀를 몰아내는 역할을 해왔다. 처용은 천연두를 옮기는 역신을 해학으로 쫓아내 인간 아내를 구해냈다는 신라 처용설화에 기원을 둔 궁중무용이다. 동ㆍ서ㆍ남ㆍ북ㆍ가운데를 상징하는 다섯 빛깔 옷을 입고 처용탈을 쓴 다섯 명의 무용수가 각 방위의 역신을 물리치는 씩씩하면서도 호탕한 남성적인 춤을 춘다.

 

마지막으로 백성과 더불어 즐기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이 깃든 ‘여민락’이 대미를 장식한다. 어쩌면 정악의 중심일지도 모르는 ‘여민락’, 집박의 지휘에 따라 음악을 시작하고 끝낸다. 30여 명에 가까운 국립국악원 정악단 연주자들은 청중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소리의 씨앗>은 ‘글자도, 악보도 전부 소리의 씨앗이니, 그 씨앗은 모두가 즐길 때 비로소 싹을 틔운다.’라는 주제로 시공간을 초월한 세종대왕과 현대 음악가의 특별한 교감을 그린 작품이다. 슬럼프에 빠진 한 현대 음악가가 시간 여행으로 세종대왕을 만나 우리 궁중 예술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체험하며 ‘백성과 함께 즐기는 마음’이야말로 음악의 본질임을 깨닫고,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이 이 공연의 뿌리다. 이를 통해 우리 음악이 지닌 고유한 멋과 값어치가 시대를 넘어 새로운 창작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대 음악가에게 세종대왕은 생생지락(生生之樂) 곧 "백성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즐겁게 살아간다"라는 뜻으로 음악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에 현대 음악가는 “모든 새로운 것은 내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라며 화답했다.

 

 

이러한 공연 방식은 궁중음악에 어려움을 느낄 청중들에게 세종대왕과 현대 음악가가 시간 여행으로 만나 현대인에게 세종 당시의 음악이나 춤을 쉽고 또 적절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주 적절한 방식이었다. 또 한 가지 칭찬은 외벽 영상을 적극 활용하여 수정전 건물 전체를 황홀한 신비 지경으로 만든 것에 청중들은 크게 손뼉을 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대취타 공연은 정적인 모습이 지나치게 드러나 보여 개선할 여지가 있어 보였다.

 

아현동에서 왔다는 천수희(48, 교사) 씨는 “국악 그 가운데서도 궁중음악과 춤은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를 한꺼번에 경복궁에서 즐길 수 있음이 감동적이다. 특히 용이 물속에서 읊조린다는 세종대왕의 설명을 듣고, 생소병주 ‘수룡음‘을 감상하니 정말 용이 읊조린다는 생각이 들어 아련하게 다가오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신비로운 악기 생황 연주를 영접하는 행운도 누렸다.”라고 감동했다.

 

공연은 사전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되며, 회당 선착순 120명까지다. 매주 4회차 공연을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경복궁 입장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연 문의 02-580-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