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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시사 합작시 90. 인공지능(AI) 특이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인공지능(AI) 특이점

 

 

   인간을 넘어선 기계지능이 (달)

   생노병사의 아픔 풀어낼까 (빛)

   데이터가 된 기계인간의 삶 (심)

   AI인 이상 인격체는 못되네 (돌)

 

... 25.5.25. 불한시사 합작시

 

 

 

 

 ... AI 특이점과 심물철학 ...

 

인공지능(AI)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전환점을 말한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인간의 언어와 지식을 학습하고 추론하며 과학ㆍ의학ㆍ산업ㆍ예술에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간의 몸을 닮은 로봇까지 발전한다면 몸이 없는 기계지능이 몸을 얻어, 문자 그대로 사람의 형상을 닮은 인형(人形)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활동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심물철학에서 중요한 질문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영리해지는가가 아니라 그 지능을 어떤 마음으로 사용하느냐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을 배신하는 독립된 악의 주체라기보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강력한 물(物)의 확장으로 보아야 한다. 칼과 불이 스스로 선악을 결정하지 않듯 인공지능 역시 그 자체보다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고 통제하는 인간의 마음(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의 근본 문제는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인가 보다 인간의 마음이 거대해진 물의 힘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에 있다.

 

심물철학에서 심(心)과 물(物)은 서로 단절된 두 세계가 아니다. 마음은 물을 움직이고, 물은 다시 마음에 작용하며, 그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심물(心物)이 생성된다. 인간이 자연의 물질을 발견하고 거기에 생각과 의지를 불어넣어 도구와 기계와 문명을 만들었듯, 물은 인간의 마음을 받아 새로운 존재와 관계를 끊임없이 생성해 왔다. 그러므로 심물철학은 심과 물의 단순한 대립이나 결합을 넘어, 심과 물이 만나 서로 변화시키며 새로운 세계를 생성하는 생명적 관계를 중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시대의 특징은 물(物)의 놀라운 활물화(活物化)이다. 과거의 물건은 인간이 작동시켜야 움직이는 수동적 도구였지만, 오늘날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자동차ㆍ가전ㆍ건축물ㆍ도시의 시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환경을 감지하고 스스로 반응한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하면서 물은 보고 듣고 판단하며 움직이는 것처럼 작동한다. 나는 이러한 새로운 물의 상태를 활물(活物)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활물화가 곧 심물화(心物化)는 아니다. 이것은 인공지능 시대에 반드시 구별해야 할 문제이다. 활물은 데이터와 센서와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고 반응하지만, 심물은 인간의 마음과 물이 만나 의미와 가치와 생명의 관계를 생성하는 존재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처럼 말하고 판단하며 로봇이 사람의 몸짓을 닮는다 해도, 그것이 인간과 같은 마음의 기운과 생명의 체험을 가졌다고 곧바로 말할 수는 없다.

 

심물철학에서 마음은 단순한 정보나 계산이 아니다. 마음은 기운이며 세계와 감응하고 사물과 관계하며 생성하는 생명적 작용이다. 인간은 생로병사를 몸으로 겪으며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기뻐한다. 이러한 체험은 단순히 축적된 데이터의 양으로 환원되기 어렵다. 인공지능이 생로병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는 있어도 생로병사를 살아내는 인간의 실존 그 자체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이것이 합작시의 마지막 필자의 구절 “AI인 이상 인격체는 못되네”가 던지는 철학적 물음이다.

 

이 문제는 예술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물파미학에서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운 형상을 제작하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과 물이 만나 일으키는 심물지파(心物之波)다. 예술가의 삶과 체험에서 일어난 마음의 파동이 붓과 먹, 소리와 언어라는 물(物)에 스며들고, 작품에 깃든 그 파동이 다시 감상자의 마음과 만나 감동과 공명을 일으킨다. 이것이 필자가 말하는 물파미학(物波美學)의 중요한 원리이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여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음악을 만들 수 있다. 그 기술적 완성도가 인간을 능가하는 영역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만들어 낸 형상과 인간의 생명적 체험에서 우러난 심물지파가 과연 동일한가 하는 문제는 별개이다. 예술의 본질을 기술적 완성도만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감응과 공명에서 찾는다면, 인공지능 시대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인간 예술의 본질을 다시 물어야 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예술은 더욱 중요해지리라 본다.

 

산업사회가 인간의 손을 확장했고, 정보사회가 인간의 지식을 확장했다면, 인공지능 사회는 인간의 지능마저 기계 밖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겨진 과제는 기계와 계산 능력을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만이 지녀온 마음의 깊이와 감응의 능력을 더 일깨우는 일이다.

 

특히 전통적인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약화하는 시대에 예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종교와 예술은 형식과 목적이 같지는 않지만, 인간의 깊은 심성과 감성을 움직여 감동시키고 감화하며 순화한다는 점에서 서로 만난다. 기술문명이 물의 능력을 극대화할수록 인간 문명은 그 힘에 상응하는 마음의 깊이와 정서의 순화가 필요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물의 발전은 문명의 발전이 아니라 인간을 압도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늘날 기업과 기업가들이 말하는 ‘인공지능 특이점’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새로운 신화처럼 과장할 필요는 없다. 물론 기술혁신의 속도와 영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의 특이점이 곧 문명의 특이점은 아니다. 계산 능력이 무한히 커지고 모든 사물이 활물화된다고 해서 인간의 마음까지 저절로 깊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진정한 특이점은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는 순간이 아니라, 인간이 기계의 발전을 통해 오히려 인간다운 마음의 값어치를 새롭게 깨닫는 순간이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은 물(物)을 활물(活物)로 변화시키고, 인간은 그 활물을 다시 자신의 마음과 연결하여 새로운 심물문명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러나 그 문명의 주체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의미와 방향과 가치를 부여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물(物)이 더욱 영리해질수록 마음(心)은 더욱 깊어져야 하고, 기계의 지능이 높아질수록 인간의 감응은 더욱 넓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깨우고 마음과 마음 사이에 감동과 공명의 파동을 일으키는 예술은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중요한 문명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심물철학과 물파미학이 바라보는 인공지능 특이점 이후의 인간과 예술, 그리고 심물문명의 길이다.

(2026.9.4. 문경 불한산방에서 손라석)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쓰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