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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쌔다

[뜻] 1)어떤 일에 마음이 끌리거나 있으면서도 겉으로 안 그런 체하다.
[보기월] 비쌔는 건지 아닌지는 잘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봄이 어디로 간 것일까요? 여기저기서 봄을 찾는 목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넣었던 겨울옷을 꺼내 입고 오는 사람도 있고 예쁜 봄옷을 입고 와서 덜덜 떨고 있는 사람도 봅니다. 아침에 눈이 온 것처럼 하얗게 땅을 덮은 벚꽃잎들이 앞서 지나가는 수레를 따라가며 날리 듯 달리는 걸 보면서 배곳으로 왔습니다. 열흘 넘기는 꽃이 없다는 말도 생각나고, 벌나비들과 제대로 어울려 보지도 못하고 비와 함께 찾아온 추위에 떨어져 버린 꽃잎들을 보면서 짧으나마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던 그 꽃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제는 하늘을 구름이 가린 탓도 있었지만 여느 날보다 더 쌀쌀한 날씨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습니다. 두고 간 옷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걱정할 만큼 배곳 안은 더 썰렁했습니다. 창문을 열기가 싫었지만 꽃동이들에게 맑은 공기를 마시게 해 주려고 열었다가 얼른 닫았습니다. 맑은 공기와 따뜻함 가운데 따뜻함을 골랐지요. 오늘은 옅은 구름을 뚫고 해가 좀 보입니다. 어제보다는 따듯하겠지요.
 
  오락가락 하는 날씨만큼 우리 아이들 마음도 그래 보입니다. 이제 만난지 한 달이 좀 넘었는데 새로 만났을 때 했던 입다짐과 속다짐들을 다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말입니다. 마음이 딴 곳에 가 있는 아이들도 있고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마음과 다르게 움직이는 아이들도 보입니다.  
 
  비쌔는 건지 아닌지는 잘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고 싶으면서도 안 하고 싶은 척 비쌔는 것보다 하고 싶지 않지만 안 그런 체하면서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맛, 울력해서 얻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비쌔다'는 위의 뜻 말고도 2)남의 부탁이나 제안에 여간해서 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다, 3)됨됨이가 무던하지 않아 무슨 일에나 어울리기를 싫어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비슷한 말에 '돌아내리다'가 있고 아래와 같은 보기가 있습니다. 
 
 -영애는 처음에는 좀 비쌨지만 곧 자기 처지를 깨닫고 나긋나긋한 태도로 바뀌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중아비는 입으로는 비쌔면서도 싫지 않은 눈치였다.(송기숙, 녹두장군)
 
4348. 4. 9. 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