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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뼘다

[뜻] 뼘으로 몬(물건)의 길이를 재다
[보기월] 자가 없어서 뼘어 보니 두 뼘 가웃으로 제가 바라던 크기였습니다.
 
 봄장마가 지겹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레끝 늦게부터 내린 비는 어제도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내리다 말다를 되풀이했습니다. 날이 좋으면 낚시를 가자는 기별도 있었고, 꽃배곳(초등학교) 모임, 높배곳(고등학교) 모임도 있었는데 다 못 갔습니다. 날씨는 둘째 치고 해야 할 일도 있고 다른 모임이 있어서 몸을 뺄 수가 없었습니다.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새벽까지 잠을 잊고 일에 매달려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를 만큼 잘 하지 않는데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해서 참으로 오랜만에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좋겠다는 아이 마음이 되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벼락을 치듯 한 가지 일을 끝내 놓고 보니 새로운 날이 밝아 있었습니다.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한테서 기별이 왔습니다. 동무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서운하다는 말도 있었고 가지 못했지만 앞서 해 달라고 했던 일을 해서 보내니 잘 받아 쓰라는 기별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갖고 싶은 것을 좋은 솜씨로 만들어 보내 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배곳에서 쓸 슬기틀 글쇠판 받침인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좋고 튼튼했습니다. 자가 없어서 뼘어 보니 두 뼘 가웃으로 제가 바라던 크기였습니다. 받자마자 바로 고맙게 잘 쓰겠다는 인사를 드렸습니다. 

  '뼘다'는 여러 해 앞서 맛을 보여드린 적이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자주 볼 수가 없으니 쓰는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들을 보시고 자주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식탁의 길이와 폭을 뼘어 보다.(표준국어대사전)
 -그는 장롱이 들어갈 자리를 뼘어 보았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장을 보러 나가서 보니 벌써 가게에 온갖 모종들이 나와 있더군요. 날씨는 이래도 철은 어김없이 바뀌고 있습니다. 오늘은 봄비가 와서 낟알이 잠을 깬다는 낟알비(곡우)입니다. 우리 삶이 깃든 토박이말을 살리는 일에 드리운 구름이 걷히고 밝은 해가 비치면 좋겠습니다.

4348. 4. 20. 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