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구 름 - 홍정숙 어머니는 오늘도 하늘 가득 솜을 펴신다 고루고루 넉넉히 솜을 다지신다 딸 다섯 시집보내며 포근한 목화 솜이불 욕심껏 해주지 못해서 이 무더운 여름 한낮 어머니 사랑 한 켜 또 마음 한 켜 얹어서 색동이불 만드신다 이제 한 쪽 끝을 말아 쥐고 뒤집기 하시나보다 서쪽 하늘로 흰 속통 넘어가고 있다 여자 한복 가운데 ‘고쟁이’라는 속옷은 남자바지와 비슷하지만, 밑이 터져있고, 가랑이 통이 넓다. 이 고쟁이 종류 가운데는 ‘살창고쟁이’라는 것이 있는데 경북지역에서 많이 입던 여름용 고쟁이다. 살창고쟁이는 허리둘레를 따라 약 6㎝ 폭에 15~20㎝ 길이의 직사각형 구멍을 10개 이상 낸 다음 구멍의 테두리를 감침질로 정리하고 허리말기(치마나 바지의 허리에 둘러서 댄 부분)를 단 속바지다. 또 시집살이도 그렇게 구멍을 송송 낸 옷처럼 시원하게 살라는 바람이 있었으며, 시집가는 딸의 행복을 비는 친정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담겨있었다. 또 살창고쟁이의 뚫린 구멍으로 신부의 흉이 새어나가 시집살이가 수월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담겨있다고 한다. 이 살창고쟁이는 1930년대까지 입다가 이후부터는 앞이 막히고 뒤만 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갓이 비록 낡았더라도 그것을 바르게 정제하려 해야 하고 옷이 비록 거칠더라도 그것을 모두 갖추려 해야 한다.” 이는 선비의 윤리와 행실을 밝힌 《사소절(士小節)》을 쓴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한 말입니다. 이를 달리 말한다면 바로 격식을 갖추어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거나 사모관대를 차려입어 옷매무시를 바르게 하라는 “의관정제(衣冠整齊)”가 되겠지요. 실제로 조선 사람들은 의관정제를 모든 일의 근본으로 보았고 그것이 곧 한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는 바탕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때 사람들은 갓과 함께 갓을 보관하는 ‘갓집’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지요. 갓집의 형태는 보통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겉모습이 갓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추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사진에 보이는 갓집은 덮개가 갓과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밑바닥은 동그란 모양과 네모, 팔각, 12각형도 있지요. 1866년 한국에서 순교한 프랑스인 드브뤼 신부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조선 사람 방에 들어가면 윗자리와 아랫자리가 있는데 처음에는 이것을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 11월 17일 저녁 7시 대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의 후원으로 (사)한국판소리보존회와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주최한 제52회 판소리유파 대제전 열렸다. 청중이 모인 판에서 부채를 든 한 명의 소리꾼이 북 반주를 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아니리(말), 발림(몸짓)을 섞어가며 서사적인 이야기를 엮어내는 공연예술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다. 그로부터 20돌을 맞아 판소리 유파의 전설 곧 무형문화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자신들이 전승받은 소리를 혼신을 다해 펼쳐 보인 것이다. "(사)한국판소리보존회는 1902년 소춘대(원각사) 공연을 위한 조선 8도예인 등을 모아 만든 협률사로 시작되어 1933년도 조선 성악연구회, 1973년 (사)판소리보존연구회, 1995년 (사)한국판소리보존회로 이어온 지 어언 120여 년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판소리가 2003년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도 20돌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려 판소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중고제의 산실인 충청(대전) 지방에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 11월 16일 저녁 4시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국설당이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AtoZLOUNG, 문화예술네트워크 위드, SOUNDPUZZLE이 후원하는 젊은 국악축제 ‘서울국악주간’이 열렸다. 이 공연은 17일까지 이틀 동안 열리는 잔치의 시작이다. 서울국악주간2023은 2021년에 시작된 새로운 잔치로, 오늘의 국악을 만들어 가는 국악인들의 다양한 무대를 볼 수 있는 젊은 국악 축제다. 특히 이번 ‘서울국악주간’는 서울시유망예술축제로 뽑혀 기대받았다. 첫째 날 공연에는 오디오바나나, 삼산, 이한빈x김용성, 노올량 등이 출연했다. 먼저 무대에 오른 ‘오디오바나나’는 대금과 기타 반주에 맞춰 이별가, 는실, 놀량, 한잔 부어라 등의 흥겨운 민요 한마당이 펼쳐졌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이 생각난다”라며 너스레를 떤 민요 소리꾼 조원석은 “한잔 부어라 두잔 부어라 가득 수북 철철 부어라”라고 노래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술을 한 잔도 못 한다며 웃는다. ‘오디오바나나’는 민요 소리꾼(보컬) 조원석과 대금ㆍ소금ㆍ퉁소를 부는 성민우, 기타를 치는 이상훈과 DJ를 보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895년(고종 32) 오늘(11월 15일) 김홍집내각은 어른이 된 남자의 상투를 자르도록 단발령(斷髮令)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8월 20일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처참하게 시해되어 반일의식이 한층 높아진 상태에서 단발령은 백성 사이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습니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불감훼상(不敢毁傷) 효지시야(孝之始也)라'라는 말은 공자(孔子)가 한 말로 “너의 몸과 터럭(털), 그리고 살갗은 모두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니 감히 손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니라.”라는 윤리의식이 뿌리 깊었던 유생들에게는 목숨을 내놓으라 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입니다. 고종과 태자가 압력에 못 이겨 상투를 잘랐지만, 학부대신 이도재(李道宰)는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상소하고는 대신 직을 사임하였고, 당대 유림의 으뜸 인물 최익현 선생을 잡아 와 상투를 자르려 하자, 그는 “내 머리는 자를 수 있을지언정 머리털은 자를 수 없다.”라고 단발을 단호히 거부하였지요. 또 미처 피하지 못해 강제로 상투를 잘린 사람들은 상투를 주머니에 넣고 통곡했으며, 단발을 두려워하여 문을 걸어 잠그거나 지방으로 도망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이 정악단(예술감독 이건회) 기획공연으로 오는 11월 22일(수)부터 23일(목)까지 이틀 동안 우면당에서 풍류극 ‘필운대풍류’를 올린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필운대는 현재의 성수동, 홍대와 같이 조선시대부터 예술인들이 모여드는 문화 명소로 꼽히던 곳으로, 봄이 되면 살구꽃, 매화꽃, 벚꽃 등이활짝 피어 사대부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꽃놀이를 즐기며 예술을 즐겼던 곳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연주회로 초연한 ‘필운대풍류’ 작품을 안경모 연출가의 섬세한 연출과 대본을 더해 풍류극으로 선보인다. 실제 필운대에서 가곡모임을 위한 ‘운애산방’을 운영한 박효관을 중심으로, 그의 제자 안민영과 그와 함께 음악적 교류를 이어온 사대부 이유원을 배역으로 맡은 정악단 단원이 무대 위로 등장해 필운대에서의 풍류를 생생하게 구현할 예정이다. 당시의 음악은 정통적인 정악(正樂)의 틀을 넘어 현실의 풍경과 개인의 감성을 담고자 하는 경향이 확대되었고, 중인과 서민문화가 수용되는 시대적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러한 당시의 분위기를 무대에 구현하기 위해 안경모 연출은 기록을 바탕으로 풍류의 장에 양반 계층뿐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 전통 풍류음악에 새로움을 더한 오늘의 생생한 풍류음악 무대를 전한다.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 민속악단(예술감독 유지숙)은 오는 11월 15일(수)과 16일(목)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풍류 음악을 새롭게 구성한 기획공연 '생생풍류(生生風流)'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악기 편성의 변화를 비롯해 즉흥 가락를 더하는가 하면, 애잔함과 흥의 요소를 강조해 민속악 본질에 충실하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풍류음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무대로 꾸몄다. 경기와 서도민요를 기반으로 기악곡으로 재구성한 ‘민요풍류’ 새로운 민속악 형식 발굴해 이번 공연을 위해 서도민요의 명창인 유지숙 민속악단 예술감독과 해금 연주자인 김선구 단원은 경기와 서도민요 가락을 주제로 기악곡으로 재구성한 ‘민요풍류’를 탄생시켰다. 경기민요를 중심으로 한 ‘경기민요풍류-물[水]의 노래’에서는 강원도 정선에서 시작해 남한강에서 한강까지 흐르는 물과 ‘노들’에서 한강에 배를 띄우고 바라보는 풍경 등을 음악적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서도민요풍류-패성(浿城)의 흥과 늴리리’에서는 평양의 옛 이름인 ‘패성(浿城)’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 11월 13일 저녁 6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아뜰리에에서는 <신영희 명창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열렸다. 이는 지난주인 11월 6일에 이은 공연이다. 100여 석의 작은 공연장임에도 객석을 꽉 채우고도 서서 관람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로 송파구민들의 국악에 관한 사랑은 대단했다. 아니 어쩌면 신영희 명창에 대한 인기가 대단했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신영희 명창은 “복된 땅 송파에 터를 잡은 지 어느덧 40년이 가까워집니다. 지난 70여 년 세월 동안 우리 소리를 지켜오며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현장 곳곳에서 많은 보람도 느꼈습니다. 아름답게 물든 석촌호수에서 우리 가락의 멋과 흥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라고 모시는 말씀을 했다. 이영태 명창의 구수한 해설과 함께 무대는 먼저 신은지ㆍ김현실ㆍ황애경ㆍ홍설희ㆍ유태겸 5인의 앉은반 사물놀이로 시작했다. 이어서 소리꾼 김명희ㆍ김혜영ㆍ김백송ㆍ이주은ㆍ노은주ㆍ한아름ㆍ김란이ㆍ김지현 등이 동백타령, 들국화, 풍년가 등 남도민요를 불렀다. 시작을 흥겨운 사물놀이와 민요로 풀고 난 다음 드디어 신영희 명창의 시간이다. 원래 신영희 명창은 판소리 춘향가 대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요즘 서울 시내에는 갑자기 “오적회관”이란 간판이 등장했습니다. 생소한 말이라 자세히 보았더니 오징어 그림이 그려졌고, 돌판오징어, 오징어튀김 전문점이란 글이 있어 오징어 요리를 전문하는 음식점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요리법으로 오징어를 즐겨 먹는데 회, 조림, 국물 요리, 젓갈, 마른오징어까지 그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특히 마른오징어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 사람들만 먹는 것으로 알려졌지요. 그런데 왜 갑자기 ‘오적’이란 말이 등장했을까요? 오징어의 한자말은 오적어(烏賊魚)입니다. 오징어란 녀석은 물 위에 죽은 듯이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를 보고 죽은 줄 알고 쪼려고 할 때 발로 감아 잡아서 재빨리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는 설화가 있는데 이를 따 까마귀 ‘오(烏)’ 자와 도둑 ‘적(賊)’ 자를 써서 오징어도둑이라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또 다른 별명 묵어(墨魚)는 먹물을 지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오징어와 관련된 말에는 ‘오징어묵계’라는 것도 있습니다. 조선 후기에 이시필(李時弼)이 쓴 요리서 《소문사설(謏聞事說)》에 보면 바로 오징어묵계 얘기가 나옵니다. 이 책에 보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11월 11일) 저녁 7시 30분,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네오트레디셔널 그룹 '매간당(대표 유예진)'의 신작 <초면인 세계에 눈 뜨다>가 공개됐다. 2단 무대가 열리고, 무대에는 국악에 현대(컨템포러리) 발레와 매체예술(미디어아트)을 융합한 종합예술 그 자체였다. "왜 가야금은 손으로, 대금은 숨으로, 해금은 활로, 그리고 거문고는 술대로 연주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이번 공연은, 연주의 근본적 의미와 방식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한다. 이들은 연주자와 악기, 연주 도구에 관한 깊은 탐구를 통해 기존 연주법의 틀을 넘어선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찾아 나섰다. 한 대의 가야금에 세 연주자가 함께 앉아 혼연일체가 되어 연주한다. 동시에 정가 목소리로 담아내는 구음은 저 가슴 깊은 곳을 요동치게 했다. 그리고 무대를 감싸는 현대 발레의 몸짓은 관객의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한다. 무대는 패션쇼의 런웨이를 연상케 하면서 연주자가 춤꾼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연주하고 춤춘다. 하지만, 각자 다른 것이면서도 그 런웨이 위에서 그려지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려는 일치된 모습으로 나간다.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