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실패는 목표했던 일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실을 감는 도구를 뜻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바느질을 시작했을 때부터 실이 있었고 그 실을 감아두는 실패도 있었을 것입니다. 곧 실타래에 실을 감을 때 엉키지 않고 잘 감으려면 실패가 꼭 필요한데 이때의 실패는 "성공의 도구"입니다. 우린 실패하면 앞의 경우를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은 이렇게 연설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실패에 관해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다시 일어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일수록 스트라이크 아웃이 많습니다. 전설적인 타자 베이브루스은 1,330번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지만 714개의 홈런을 때렸습니다. 어떤 처녀가 17살에 결혼하여 시집살이하다가 19살에 과부가 되었습니다. 이 여자는 팔자가 더럽다고 탄식했고 동네 사람들도 그녀를 보면서 애석하게 여겼지요. 이 19살 과부는 기구한 운명이 기가 막혀 긴 머리를 자르고 서울로 상경하여 남의 집 가정부 생활을 했습니다. 그녀는 주인에게 저는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니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했지요. 그리하여 이화여자 보통학교에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아이가 태어나면 깨끗하게 씻기고 옷을 입힙니다. 사람이 죽어도 깨끗하게 씻기고 옷을 입히지요. 우린 알몸으로 태어나지만, 알몸으로 세상을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는 저세상 길도 알몸으로 떠나지는 않지요. 성경 마태복음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나옵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으냐? 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으냐? 공중의 새를 보아라. 그들은 씨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으지 않아도 하늘이 먹여 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으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목숨을 한 시간인들 더 늘릴 수 있겠느냐? 또 너희가 어찌하여 옷 걱정을 하느냐? 들의 백합화를 보아라. 그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한 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지 못하였다." 옷에 관한 것은 승려의 생활에도 보입니다. 불교가 초기에는 절이 없었습니다. 그저 집을 버리고 별도의 수행처 없이 숲속에 머물거나 유랑생활을 하며 명상했지요. 출가 과정에서 승려는 최소의 규칙을 고지받습니다. ‘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레옹이란 프랑스 영화가 있습니다. 평범한 어느 날 마틸다가 레옹에게 말을 걸어오며 레옹이 자주 먹는 우유를 대신 사러 가겠다 하며 심부름하러 가게 됩니다. 그 사이에 마틸다의 가족이 살해당하게 되지요. 이유는 마틸다의 아빠는 마약밀수 업자인데 마약 일부분 없어지고 그것이 부패한 마약단속국 경찰인 스탠스필드에게 들켰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마틸다는 황폐해진 집에 어머니와 형제들까지 모두 살해된 장면을 봅니다. 곧바로 레옹의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르며 도와달라고 얘기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되지요. 사실 이웃 사람들은 레옹을 싫어했습니다. 가족의 불화로 싸움이 잦고 시끄러우며 불한당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틸다의 복수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그 까닭은 단 한 가지이지요. 'No women No kids" 여자와 어린아이는 건들지 않는다. 곧 아무리 더러운 싸움을 하더라도 처자식을 건들며 싸우진 않는다는 것이지요. 영화의 끝부분에는 악당과 레옹이 자폭으로 죽고 소녀와 화분 하나만 남게 되지요. 그 소녀는 화분을 땅에 묻으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젠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을 거야." 물론 영화에서는 서로를 위하는 감정선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세상은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이 날아다니려 하고 땅 위에 터전이 없는 것들이 하늘에 집을 지으려 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새롭게 나타난 곤충이냐고요? 아니죠. 생각 없는 이상주의자들입니다. 권력만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건 일시적인 굴종을 끌어낼지는 몰라도 마음이 괴리된 상태에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무식하면서 소신이 있거나 무식하면서 근면하거나 무식하면서 요직에 있다면 재앙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산야에 칡이 참 많습니다. 요즘은 칡을 캐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나름대로 그들은 천국을 이루며 살고 있지요. 그러한 덩굴성 식물도 원칙을 갖고 삽니다. 칡은 오른쪽으로 감으며 자라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으며 성장합니다. 물론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이 없는 더덕 같은 식물도 존재하지요. 이들 규칙은 자연의 공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효율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은 것이지요. 식물도 그러한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데 권력에 취하여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문맹(文盲)이란 글을 해독할 수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0%에 가깝습니다. 세종대왕이 만들고 발전시킨 한글의 영향이 크지요. 하지만 글을 읽고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은 75%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인류 보편 교육이 없었던 시절엔 글을 해독한다는 것이 특권층에만 해당하는 소통 도구였을 것입니다. 유럽에 조각상이 그리 많은 이유는 글을 해독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신화나 종교, 지식을 설명하기 위함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도 윤장대(輪藏臺)가 있습니다. 내부에 경전을 넣어두고 회전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한번 돌리면 경전을 한번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이 쌓인다고 하지요. 이 또한 글을 해독할 수 없는 일반 백성을 위한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글이란 인간의 사고를 시각화해서 생산, 저장, 유통하는 도구입니다. 어쩌면 만국 공통어는 그림입니다. 회화는 그 어떤 언어의 프레임을 씌운 사전 지식이 필요 없으니까요. 훈민정음 창제 당시 최만리 등 많은 신하가 반대합니다. 그 까닭은 한자(漢字)로 된 문화와 예악, 학문 등이 한글로 풀이되면 그 품격이 천박해진다는 논리였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탐할 ‘람(婪)’, 질투할 ‘질(嫉)’, 질투할 ‘투(妬)’, 싫어할 ‘혐(嫌)’, 아첨할 ‘녕(佞)’, 허망할 ‘망(妄)’, 요망할 ‘요(妖)’, 노예 ‘노(奴)’, 기생 ‘기(妓)’, 노는계집 ‘창(娼)’, 간사할 ‘간(奸)’, 매춘부 ‘표(婊)’, 음탕할 ‘표(嫖)’ 여성이 부정적이고 혐오스러운 표현과 결부되어 ‘여(女)’ 자가 부수로 되어있는 한자들입니다. 사람들에게 여성을 경시하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 말입니다. 그것을 고쳐 쓰자는 학자의 주장이 있습니다.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속담에도 그런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편네 팔자는 뒤웅박 팔자다." "계집은 밖으로 돌면 못 쓰고, 그릇은 밖으로 돌리면 깨진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제맛이다." "계집은 남의 계집이 더 예뻐 보이고, 술은 장모가 따라도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 난다." 이 밖에도 한자를 파자(破字)하면 의미가 선명해지는 글자도 있지요. 의미라는 것이 비하의 생각을 담고 있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 아내 ‘처(妻)’ 자는 의복을 짓는 여자를, 아내 ‘부(婦)’ 자는 청소하는 여자를, 계집 ‘첩(妾)’ 자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채근담》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나옵니다. 人知名位爲樂(인지면위위락) 不知無名無位最眞(부지무명무위지락위최진) "사람들은 명성과 지위를 얻어 사는 것이 즐거운 것인 줄만 알고 명예도 지위도 없지만 홀가분하게 사는 즐거움이 더 참된 즐거움인 것을 알지 못한다." 《논어》의 옹야편에도 공자께서 제자 안회에게 하신 말씀이 나옵니다. "‘현명하도다, 안회여! 한 그릇의 거친 밥과 한 바가지의 물로 누추한 시골에 사는 것을 다른 사람은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안빈낙도의 자세를 변치 않으니, 현명하도다. 안회여!” 안회의 즐거움이란 빈한함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매일 깨우침에서 오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것은 결코 즐거울 수 없으니까요. 가을의 막바지, 열매를 맺을 시간적 여유도 없이 피는 꽃들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가꾸거나 꾸미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다움을 뽐내지요. 꽃은 다른 누구를 위해 피지 않습니다. 꽃을 피우는 것이 존재이고 삶이기 때문에 피어나는 것이지요. 꽃은 옆의 다른 꽃을 부러워하거나 시샘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보아주지 않아도 좋지요. 그저 지나는 바람과 햇빛과 달빛, 별빛으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영국의 BBC방송은 지난 천 년 동안의 으뜸 탐험가 10인을 꼽습니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실패한 탐험가가 한 사람 포함되어 있지요. 그는 새클턴으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제임스 쿡, 닐 암스트롱, 마르코 폴로에 이어 5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실패한 탐험가지만 가장 성공적인 탐험가라는 칭송을 받습니다. 새클턴은 남극 탐험을 위해 28명의 대원을 모집한 뒤 1914년 8월 1일 영국을 떠납니다.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떠난 남극 탐험에서 탐험 초반에 얼음에 갇히게 되고 28명의 대원은 본국과 연락이 끊어집니다. 28명의 탐험대는 남극 탐험이라는 목표를 버리고 오직 살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세월이 흘러 인듀어런스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아무도 대원들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새클턴은 635일 만에 28명의 대원 한 명도 잃지 않고 무사히 귀환합니다. 섀클턴은 조난한 뒤 가장 먼저 선장에게 지급되는 특식을 없앴습니다. 그는 뒤처진 대원을 포기하지 않고 직접 구출에 나섰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항상 맨 앞에 나섰지요. 또한 그는 대원들에게 다양한 게임과 운동을 제안하거나 임무를 주고, 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적게 일하고 많이 받는 시대, 힘든 일은 로봇이 하고 늘어난 여가를 즐기는 시대 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맞춤형 서비스가 늘어나고 상상하는 대로 이뤄지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런 세상에서는 인간이 참으로 행복해야 옳습니다. 현대는 대부분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더 잘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더 필사적인 삶, 불안감, 빈부 격차의 심화라는 대가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경쟁으로 인해 미래 수입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고 현재 하는 일이 계속되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일거리가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이 벌어야 하니 결과적으로 쉴 새 없이 일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전문직도 모든 것을 일에 바쳐야 하고 승진하려면 고객과 함께 밤늦게까지 씨름해야 하고 끊임없이 소개되는 신기술과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고달픈 일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사회에도 DINS란 말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DINS (double income, no sex)는 부부가 맞벌이하면서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침대에서 잠자는 것 외에 다른 것을 못 할 정도로 항상 피곤함에 절어 있는 맞벌이 부부의 상황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베어진 옥수수 대궁 위에 내려앉은 고추잠자리의 나른한 오수에서 길가에 마냥 흐드러지게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의 청순한 자태에서 한낮의 여름을 식히듯 또랑또랑한 귀뚜라미 울음소리에서 묻어나는 가을을 느낍니다. 해는 점점 짧아져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아직 여름이고 싶은 나무의 잎새를 재촉하는 서늘한 바람 여름내 숨어있던 새들도 햇살 아래로 나오는 걸 보니 가을이 오는 것 같습니다. 길쭉한 꽃송이를 하얗게 이고 있던 밤나무의 모습이 어제인 듯한 데 바늘 숭숭한 송이 안엔 속살이 굵어져 가고 성급하게 다가온 추석에 열매를 물들이기에 바쁜 대추나무 보름달 아래 휘영청 한 수숫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월 감의 깊이가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여름은 켜켜이 쌓인 소중한 추억과 함께 떠날 채비를 마치고 그 빈자리에 풍요를 구가하는 계절이 성큼 와 있습니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나뭇잎이 지는 계절, 이별의 계절, 비워냄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름내 키워냈던 열매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개구리의 합창으로 요란했던 황금 들녘도 빈 들로 돌아갑니다. 어쩌면 가을은 비워냄을 학습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덜고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