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 철일세! 철을 잊은 호랑나비 오락가락 노닐더니 제철 가면 어이 놀까 제철 가면 어이 놀까 숙종 당시 장안에서 불리던 노래이다. 여기서 미나리는 인현왕후 민씨를, 장다리는 장희빈을 의미한다. 한 철밖에 안 되는 장희빈에 빠져 오락가락하지 말고 인현왕후를 다시 찾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러 채소 중 미나리를 빗대었을까 그 까닭을 살펴보면 미나리는 예부터 푸성귀(채소) 가운데 으뜸으로 쳤으며 삼덕(三德)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덕(一德)은 응달에서 오히려 잘 자란다는 점이고, 이덕(二德)은 가뭄에도 푸름을 잃지 않고 살아내는 강인함이고, 삼덕(三德)은 속세를 상징하는 진흙탕 속에서 때 묻지 않고 싱싱하게 잘 자란다는 것이다. ▲ 미나리를 넣은 생선찌개 미나리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칼륨, 칼슘, 철이 풍부한데, 특히 칼륨은 미나리 100g당 412로 배추(239)의 1.7배, 철은 2로 배추(0.5)의 4배가 함유돼 있다. 또 시력,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비타민 A가 100g당 2300IU로 배추 94IU보다 2.5배나 많이 들어 있다. 미나리의 플라보노이드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근심걱정을 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방법이 있다.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된다.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와 놀 때 원추리꽃을 꺾어 향내를 맡으며 근심을 잊었고, 조선초 영의정을 지낸 신숙주도 원추리꽃을 보며 근심이나 걱정을 잊고 허전함과 쓸쓸함을 달랬다고 한다. 그래서 원추리를 망우초(忘憂草)요수초(療愁草)라 부른다. 또한 민속에 아이 밴 부인이 원추리꽃을 머리에 꽂거나, 말려서 허리에 차고 다니면 뱃속에 밴 아이가 비록 계집아이일지라도 사내아이로 성이 바뀐다해 의남초(宜男草), 모애초(母愛草)라 부른다. 원추리는 우리나라 전국 산 낮은 지대 습한 곳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원추리는 새싹부터 뿌리까지 유용하게 쓰인다. 봄이 되면 난초잎처럼 새싹이 돋아나면 이것을 채취해 나물로 먹는데, 민간에서는 넘나물이라고 부른다. 여름에 백합모양의 황색꽃이 핀다해 황화채(黃花菜)금침채(金針菜)라하고 꽃봉오리를 말려 나물이나 약재료로 쓴다. 그리고 뿌리는 한약재로 쓰이는데 훤초근(萱草根)이라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마음과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 기쁘게 하며 근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사람의 혀에는 3,000~1만 개의 맛세포(미각세포)가 있다. 부위별로 감각을 느끼는 종류도 달라 신맛은 혀 양쪽, 쓴맛은 혀의 목구멍 쪽, 짠맛은 혀끝, 단맛은 혀 전체에서 느낀다. 45살을 전후로 미각세포는 줄어들고 퇴화하면서 미각이 둔해진다. 어르신들이 짜고, 맵고, 달콤한 자극이 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탄고토(甘呑苦吐) 곧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은 갓 태어난 아기도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단맛은 대부분 칼로리가 높아 에너지원이 되지만 쓴맛에는 독(毒)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쓴맛에 훈련되고 적응되어 도저히 써서 못 먹을 것 같은 에소프레스 커피까지 마시게 된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 때문인지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쓴맛을 즐긴다. 쓴맛은 염증을 다스리고 굳히는 작용과 건조시키는 작용이 있다. 그러므로 오장보사지법(五臟補瀉之義)에 습(濕)을 싫어하는 위장과 늘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한다고 했다. 또한 쓴맛은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 두릅, 고사리, 고들빼기, 쑥, 상추, 커피, 은행, 돼지간, 복숭아씨, 녹차 등은 쓴맛 나는 식품들이다. 한의학에서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사람이 자연으로부터 기(氣)를 충분히 얻고 그 흐름이 원활하면 건강할 수 있다. 자연의 기를 받는 방법으로는 제철에 나오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우리 조상님들은 다달이 끼어 있는 명절에는 절식(節食)이라는 것을 먹었다. 경칩(驚蟄)이 되면 냉이국, 두릅적, 애탕, 봄나물 등 봄에 나는 식품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요즘의 식생활은 매일 똑같은 감자튀김, 햄버거, 콜라 등 패스트푸드와 비타민과 미네랄이 파괴된 가공식품 등 기가 빠진 음식들을 먹고 있으니 어찌 건강할 수 있겠는가. 춘곤증의 계절이다. 한의학에서는 기후는 봄인데 몸은 아직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증상으로 본다. 따라서 몸의 기운이 잘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봄나물과 수렴(收斂)하는 작용이 있는 신맛 나는 조미료를 써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간(肝)기능이 강화되어 춘곤증을 이길 수 있다. 봄이면 어디든 파릇파릇하게 자라는 쑥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흔한 쑥은 민간약으로 한약제로 뜸의 재료로 식품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요긴하게 사용되어 왔다. ▲ 다진 쇠고기에 데친 쑥을 다져 넣고 완자를 빚어 장국에 끓인 수라상의 애탕국 《동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냉이국에 밥을 말아 아침 먹고,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들으며 출근한다. 후리지아 꽃이 꽂혀 있는 책상에 앉아 박목월님의 시 '소찬(素饌)'을 소리 내어 몇 번이고 읽는다. 오늘 나의 밥상에는 냉이국 한 그릇 풋나물무침에 신태(新苔햇김) 미나리김치 (...) 혀에 그득한 자연의 쓰고도 향긋한 것이여 경건한 봄의 말씀의 맛이여. 냉이는 흙냄새와 햇볕 냄새가 난다. 냉이국은 온 몸을 돌아 겨우내 묵은 몸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피아노 선율은 사랑에 빠진 처녀처럼 애타고, 두근거리며, 부드럽게 감정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박목월님 시는 겸허하고, 소찬으로도 행복하고, 자연에 감사하게 만든다. 이것은 내가 음식, 음악, 시에서 찾은 나만의 봄맞이 이벤트이다. 봄나물의 씁쓸한 맛을 통해 봄이 보내는 신호를 일찌감치 감지하는 것은 혀, 미각이다. 올해도 달래, 봄동, 돌미나리, 쑥, 머위, 취나물, 원추리 등등 시시때때로 봄나물들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봄의 전령은 역시 '냉이'이다. ▲ 냉이죽 약과 식재료로 모두 사용되는 냉이에 대하여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제채(薺-냉이 제 菜-나물 채)라고 하고, 성질은 따뜻
[그린경제/얼레빗 =지명순 교수] 여자가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은 무죄라고 했던가! S라인 몸매, 아기 피부처럼 매끄러운 살결, 건강한 머릿결 등은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다.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리고, 고급 화장품을 사고, 헤어클리닉에서 관리 받는 등 돈과 시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름다움은 건강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고 또 건강은 음식을 잘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 먹기를 소홀히 하고는 아름다워질 수가 없다.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때에 맞추어 잘 먹고 그러고도 예뻐지기 위해 특별히 먹을 것에 신경 쓴다면 '잣'을 권하고 싶다. 여성의 몸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5%이상으로 남자의 12.5%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은 것은 생식기능과 관련이 깊다. 한편 체지방 속에는 성호르몬도 함유되어 있다. 지방조직이 호르몬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안드로겐(남성호르몬)이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으로 바뀌는 것인데 여성의 혈중 에스트로겐 중 3분의 1이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성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여성호르몬이 잘 분비된다는 것이니 지방의 섭취는 아름다움에 절
[그림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기나긴 겨울밤 우리 할머니가 단골로 들려주시던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는 날마다 들어도 재미있었다. 호랑이가 온다고 해도 울던 아이가 곶감을 준다고 하니 울음을 뚝! 그친다. 문밖에서 듣고 있던 호랑이는 곶감이 무서워 도망간다는 설화 속 이야기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러 가지 음식 중 왜 곶감이었을까? 그 까닭은 곶감이 우리 땅에 가장 오래 전부터 먹어온 건조과일이고 별다른 먹을거리가 없었던 시절 쫀득하고 달콤한 맛의 곶감은 겨울철 가장 맛있는 간식이었을 것이다. 감 맛이 매우 달기(甘)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맛이 좋다는 의미로 '감'이라 곶감이라고 불렀고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이라는 의미에서 '곶감'이라 부른다. 그리고 어떤 일을 빨리 해치우거나 맛있는 것을 빨리 먹는 것을 우리는 '감쪽같다'라고 하는데 이 말은 꼬챙이에 꽂은 감을 누가 볼 사이도 없이 빨리 먹어치우는 데서 나온 것이다. 햇빛에 말린 곶감을 백시(白枾)라고 하며 말린 감이라는 뜻으로 건시(乾枾) 그리고 황시(黃枾)라고도 한다. 또한 곶감을 시병(枾餠) 또는 시화(枾花)라고도 하는데 이는 곶감이 떡(餠)과 같이 납작하게 눌러지고 흰 꽃이 핀 것과 같이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군밤 사려~ 이 소리를 들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 군밥을 까먹던 열일곱 처녀들은 어느덧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다. '밤'하면 생각나는 추억 한가지쯤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밤나무는 우리 땅에서 재배역사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되었고, 온 나라 어느 곳이나 사람이 사는 곳이면 흔히 있는 나무이기 때문에 식품과 약재로 다양하게 이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관혼상제에도 빠지지 않고 쓰여 우리 생활문화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밤이 제물(祭物)로 사용되는 까닭은 밤의 생태습성 때문인데, 밤을 심으면 껍질을 땅속에 남겨두고 싹은 올라오지만 껍질은 땅속에서 오랫동안 썩지 않고 그대로 붙어 있는 까닭에 자신의 근본 즉, 조상을 잊지 않는다고 여겼다. 폐백을 드리면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치마폭에 밤을 던지는데 그 까닭은 밤송이 하나에 3개의 밤톨이 들어 있어서 이것을 3정승으로 여기고 훌륭한 자손 낳으라는 뜻이다. 밤은 100g당 162Kcal, 단백질 3.2g, 지질 0.6g, 탄수화물 35.8g, 칼슘 28mg, 비타민B1, 비타민A, 비타민C 등 각종 영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가물치 살을 발라 술에다가 빨고 좋은 유장에 주물러서 아랫목에 덮개를 덮어 넣어두었다가 먹으라, 전복을 돈짝만치 저며 좋은 간장을 안동하여 짠지를 담되..., 좋은 고추를 실같이 오리고 달걀을 잘 부쳐 또 실같이 오리고 하여서 두 가지를 잘늠작하게 잘라서 인절미에다가 털같이 색을 섞어서 부치고..., 북어대강이 하여 먹는 법은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 술술어져 관불에 바싹 말려 먹으라 이 낯선 조리법들은 100년 전 청주 식생활 문화를 기록한 《반찬등속》에 실린 글이다. 《반찬등속》 겉표지 맨 오른쪽에는 문자책이라고 쓰여 있고 그 옆으로 계축납월 이십사일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1913년 12월 24일로 이 책의 펴낸 연대로 보인다. 그러니 올해가 이 책을 펴낸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책 표지의 왼쪽 편에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려주는데 반찬 하는 것을 엮은 책이라는 뜻의 한자어 饡饍繕冊(찬선선책). 반찬을 만드는 일 등으로 해석되는 고한글 반찬하난등속 이라고 쓰여 있다. ▲ 《반찬등속》 표지 ▲ 《반찬등속》의 지은이는 책 뒤표지 안쪽에 적힌 청주서강내일상신리라는 글귀로 보아 청주시 흥덕구 상신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과거 해조류(海藻類)를 영어권에서는 'seaweed(바다의 잡초)'라고 불렀지만 요즘은 'sea vegetable(바다의 채소)'로 부르며 건강식품으로 인식을 바꾸어 가고 있다. 세계적인 장수 마을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다시마 소비율은 일본 평균 섭취량의 두 배에 달하고 이 지역 주민의 암 발생률은 일본 평균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변비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칼로리가 거의 없고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다시마의 미끈미끈한 점액성분의 일종인 '푸코이단'은 혈액응고 억제작용이 있어 동맥경화와 이로 인한 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질환을 예방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다시마 튀김 이밖에도 면역체계 활성화 등 항암작용의 효능까지 증명되고 있다. 아이들 손바닥만 한 다시마 한 장에는 어른 주먹만 한 감자 한 개와 맞먹는 칼륨이 들어 있다. 또 마그네슘, 칼슘 등 무기질도 풍부하며, 라미닌, 알긴산 등의 성분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강하 작용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곤포(昆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