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규봉 교수] 오키나와전투 때 처음으로 미군이 상륙한 자탄초(北谷町)를 지났다. 이웃한 가데나초(嘉手納町)에 들어가니 미공군 기지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 기지는 가데나의 83%나 차지하고 있는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미군기지일 뿐 아니라 해외 미군기지 중에서도 가장 넓은 곳으로 가데나초을 비롯한 4개의 행정구역에 걸쳐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미군기지가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잔인한 일본군의 상징 치비치리 가마 나하공항으로부터 35킬로미터쯤 가니 요미탄손이 나왔다. 나미히라(波平)의 치비치리가마를 지도에서 찾을 수 없어 그 지역 사람들에게 물었으나 잘 알지 못 한다. 이렇게 유명한 곳을 왜 모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할머니 둘이 있어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더니 설명을 하는데 우리가 일본말을 못 하는 것을 알자 자신의 차를 따라오라는 것 같았다. 왔던 길을 다시 내려 한참을 가서 동굴을 알려준다. ▲ 치비치리가마를 안내해준 주민들과 함께 이정표는 없었고 차도에서 한 20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계곡으로 나 있는 입구에서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훌뿌리다 [뜻] 1)눈, 비 따위가 마구 날리면서 내리다.[보기월] 낮동안 쉬지 않고훌뿌리는비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밤새 얼마나 내렸는지 모르지만 아침에 잠을 깼을 때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집을 나서 배곳으로 가는 길, 빗물이 고인 곳곳에 노오란 솔꽃가루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솔꽃가루가 얼마나 많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지요. 제 바람처럼 어제 비에 솔꽃가루와 흙비는 깨끗이 가셔졌을 것입니다. 하늘이 낮아지면 사람 기분도 날씨처럼 됩니다. 그건 어른과 아이를 가릴 게 없습니다.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는 여느 날보다 더 크게 들리고, 밖으로 못 나가는 아이들이 안에서 놀다보니 안은 더 북적거리지요. 낮동안 쉬지 않고훌뿌리는비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제가 하고 있던 일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런 일까지 배곳에서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잰 것을 손으로 적은 뒤 또 슬기틀로 옮기고 또 다른 곳에 적어 넣으면서 더 좋은 수가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날마다, 달마다 또는 해마다 하는 일을 그저 하던 일로만 여기면 달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백제금동대향로 봉황은 때를 열어 세상을 깨우노니 오악사 합주소리 만사가 바로서고 만리향 불온을 덮어 세세년년 평화를. 세상에 귀한 것은 오로지 참된 실행 허울을 벗고서야 진실에 도달하네 받들어 경배하오니 헛된 세월 아니라. 황룡에 구름일고 부용은 청정하여 산하의 짐승들이 마음을 모으고서 사후에 기려 받드니 서운하다 마시오. ▲ 백제금동대향로(사진작가 최우성, 왼쪽),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조릿조릿 [뜻] 조바심이 나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보기월] 마감 때가 가까워져서조릿조릿마음을 졸이며 풀거리를 풀어야 했습니다. 문을 열어 두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좋은데 솔꽃가루가 같이 들어와 온 데 앉아서 마음이 쓰입니다. 아이들도 잘 보이지 않는 먼지와 달리 눈에 보이니까 걱정스런 얼굴로 코를 막는 시늉을 하고 그럽니다. 어떤 아이는 꽃가루 때문에 눈이 가렵다고 자꾸 비비는 바람에 빨갛게 핏발이 서기도 합니다. 토박이말을 살려 쓰겠다는 마음을 길러 주고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도록 배해옷(학년옷)을 만드느라 몸과 머리가 같이 바빴습니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하니 좋은 생각이 나와서 예쁜 옷이 나오지 싶습니다. 앞장서서 챙기는 분이 있어 믿음직스럽고 그런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분들이 있어 마음 따뜻한 뒷낮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이것저것 챙기다보니 일을 마칠 때가 되었고, 어제 밤에 끝이 나는 갈닦음(연수)이 있어서 날이 저물어 가는 만큼 제 마음은 더 바빠졌습니다. 챙겨 오지 못한 것을 챙겨 준 고마운 분이 있어서 한 가지 걱정은 덜 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앙금쌀쌀 [뜻] 처음에는 굼뜨게 기다가 차차 빠르게 기는 모양[보기월] 앙금쌀쌀움직이는 벌레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들어왔습니다. 솔꽃가루와 흙비가 더해져서 숨을 쉬기 힘들 거라고 밖에 나가 놀지 않도록 해 달라는 말이 부끄럽게 아이들은 나가 놀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 마당에 나가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붙들어 놓는 일도 쉽지는 않았지요. 왜 그래야 하는지 묻는 아이도 있었고, 네 하면서 따르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뒷낮에는 생각지 않았던 일로 바빴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지난 모임 때 알려 주지 못 한 것들을 듣고 싶어 하는 분, 그 이야기를 해 주느라 해야 할 일을 놓친 사람이 있었거든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도 밝은 웃음이 절로 나왔답니다. 저녁에는 토박이말바라기 꾸림빛모임(운영위원회)을 했습니다. 지난 두 달 사이 있었던 일들을 나누고 앞으로 토박이말을 더욱 널리 알리고 빛낼 수를 찾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도움을 주실 분들을 모셔서모람(회원)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자주 만나면 여러 사람 슬기를 모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야기는 뒷풀이 자리까지 이어졌습니다. 서로 일을 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새우잠 [뜻] 모로 등을 구부리고새우처럼자는 잠[보기월] 저도 모르게 팔을 베고새우잠을 잤던가 봅니다. 이래서 늘 바쁘신가 봅니다. 지난 엿날(토요일) 갈모임(학회)에 가서 만난 일동무가 제게 한 말입니다. 쉼 없이 여기저기 다니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저는 그리 바쁜 사람이 아닌데 말입니다. 어쨓든 같은 배곳에서 날마다 만나다가 거의 두 달만에 만나니 참 반가웠습니다. 어느 갈모임을 가든지 늘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남달리 마음 쓴 것을 들려 주기 때문에 몰랐던 것도 새로 알게 되고 그걸 바탕으로 또 다른 생각을 해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저는 다른 분이 쓰신 글을 읽고 궁금한 것을 묻고, 제 생각을 보태서 말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제 생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여느때보다 이른 저녁을 먹고 돌아와 누리그물 갈닦음(인터넷 연수)을 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갈모임이 일찍 끝나서 덤으로 얻은 때새였기 때문에 더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좀 늦게까지 해서 끝나는 날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꽃 놀 이 한겨레 으뜸 꽃은 하나된 나라니 그날을 빨리 보자 슬기 모아 땀 흘리고 즈믄 해 골골 해 이어 밝검나라 꽃 피우자 * 즈믄 : 천(千) * 골골 해 : 만만년 * 밝검나라 : 단군나라 곧 대한민국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배알과 속알은 오랜 업신여김과 따돌림 속에서 쥐 죽은 듯이 숨어 지내는 낱말들이다. 그런 가운데서 배알은 그나마 국어사전에 올라서 목숨을 영영 잃지는 않았다 하겠으나, 속알은 아주 목숨이 끊어졌는지 국어사전에조차 얼씬도 못하고 있다. 국어사전들에서 풀이하고 있는 속알의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알맹이. (평북) 2) 단단한 껍데기가 있는 열매의 속알맹이 부분. 3) 알맹이의 방언. (평북) 이런 풀이는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속알의 뜻과 사뭇 다른 엉뚱한 풀이들이다.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는 배알은 풀이가 또 이렇다. 1) ① 동물의 창자. ② 사람의 창자의 낮은말. ③ 부아의 낮은말. ④ 속마음의 낮은말. ⑤ 배짱의 낮은말. 2) 밸을 속되게 이르는 말. 3) ① 창자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 ② 속마음을 낮잡아 이르는 말. ③ 배짱을 낮잡아 이르는 말. 짐승의 창자라는 것 말고는 모조리 낮은말이니 속되게 이르는 말이니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니 낮잡아 이르는 말이니 해 놓았다. 배알은 제 뜻을 지니지도 못하고 겨우 다른 말을 낮추어 쓰는 말일 뿐이라는 것이다. 배알을 얼마나 업신여기고 있는지 잘 알려 주는 풀이들이다.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위인들의 태몽은 위인전의 첫머리를 장식하곤 한다. 필자도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고 위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태몽을 어머니께 여쭈었다가 기억이 안 난다는 어머니 말씀에 낙담한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위인 중의 위인 세종의 태몽이 궁금했다. 이러 저리 찾아보니 여럿 기록들에 세종의 어머니인 민씨(훗날 원경왕후)가 햇무리 한가운데 세종이 앉아 있는 꿈을 꾸고 세종을 낳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더 조사해 보니 사실 이 꿈 이야기는 태몽이 아니라 세종이 네 살 때인 1400년 2차 왕자의 난 때 어머니 민씨가 꾼 꿈이었다. ▲ 이방원의 비 민씨(뒷날 원경왕후)가 꿈을 꾸니 햇무리가 있었고, 그 안에 막동(세종)이 앉아 있었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세종은 조선왕조가 세워진 지 5년째 되던 1397년에 태어났지만 곧바로 정치 격랑의 회오리 속에서 자라난다. 두 살 때인 1398년에 아버지 이방원이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방석, 방번’ 두 이복동생과 정도전 쪽 사람들을 없애는 피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조는 물러나고 1398년에 정종이 즉위하고 1400년에 이방원이 친형인 이방간 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후줄근하다 [뜻] 1)종이나 옷이 조금 젖거나 풀기가 빠져 축 늘어져 추레하다[보기월] 그렇게 바삐 왔다갔다 하고 나니 옷도 비가 아닌 땀에 젖어후줄근해졌습니다. 어제는 한 해 두 세 차례 나갈 수 있는 몸소겪배움(체험학습)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미리 온다는 기별이 있었기 때문에 챙기기는 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내다 본 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토닥토닥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닌 밖으로 나가도 되나 싶을 만큼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가 반갑지 않았습니다. 챙길 게 있어서 여느 때보다 좀 일찍 나갔습니다. 토박이말도 맛보여 드려야 했고 뽑아야 할 것도 있었습니다. 저보다 일찍 온 아이들이 있을 만큼 아이들도 여느 때보다 일찍 와 있었습니다. 할 일을 다 하고 나니 때를 맞춰 나간다고 갔지만 여러 가지가 다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빠뜨린 것도 있고 말을 잘못 알아 들어서 어렵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못 챙겨 온 것을 가지러 갔다오기도 했고 몇 분과 손말틀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생각했던 때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그렇게 바삐 왔다갔다 하고 나니 옷도 비가 아닌 땀에 젖어후줄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