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그때까지 자지 않고 있다가 문을 열어 주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요즘 세월이 좋은가 봐요.” 아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 우리 회사 그 박 과장 있잖아. 카페에서 대중가요 스무 곡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2절까지 내리 부르고 마담한테 술을 뺏어 먹었다는 그 사람 말이야. 그 친구가 오늘 부장으로 승진했다고 전화가 와서 한잔했어.” 김 과장은 슬쩍 둘러댔다. “지금이 대체 몇 시에요?” 아내는 화가 난 모양이다. “어디 시계 좀 보자고. 어, 벌써 두 시가 넘었군. 오늘은 너무 늦었는걸. 여보 미안해.” 김 과장이 아내를 포옹하면서 달래려 했다. “빨리 가서 세수나 해요. 그 분냄새 나는 와이셔츠도 빨리 벗어 치우고요!” 아내가 뿌리치며 언성을 높였다. 김 과장은 속으로 아차 했다. 술김에 용기를 내어 아가씨와 포옹하면서 좌충우돌 키스를 두 번인가? 했는데, 아가씨의 화장이 너무 진했거나 아니면 아내의 코가 너무 예민했나 보다. 부부싸움 덜 하려면 후각이 무딘 여자를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김 과장은 와이셔츠를 벗어서 빨래통에 던지고 세수하고 이빨까지 닦은 뒤에 잠자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토끼해(계묘년)도 이틀 뒤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곧 용띠해(갑진년)의 밝은 태양이 떠오른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 맞이를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바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한국은 양력 1월 1일을 설로 쇠지 않기에 그저 하루 쉴수 있는 공휴일 정도로 여기지만 이웃나라 일본은 양력 설(오쇼가츠라고 함)을 쇠기에 지금 한창 설맞이 준비로 바쁘다.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설음식이 따로 있는데 이를 오세치요리(御節料理)라고 한다. ‘일본 요리는 눈으로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보기에 화려한 것이 일본 음식인데 정초 설날 음식인 오세치요리는 그 화려함이 극치를 이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세치요리의 역사는 나라시대(奈良時代,710~794)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시작은 궁중에서 세치에(節会) 라고 해서 설, 단오, 칠석 등의 행사때 쓰던 공양음식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일반 가정에서 해먹던 설음식이라기 보다는 궁정에서 제례용으로 쓰던 음식이 오늘날 일반 가정에서 먹게 된 음식으로 보면 될 듯하다. 오세치요리는 그 가짓수도 많지만 대표적인 음식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말린 청어알: 청어알은 자손 번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홍천 수타사 대적광전(洪川 壽陀寺 大寂光殿)」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하고, 국보 「울주 천전리 각석」의 이름을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변경 예고하였다. 「홍천 수타사 대적광전」은 수타사의 주불전(主佛殿)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관계전문가 지정조사와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하게 되었다. * 주불전: 석가모니불 또는 아미타불, 비로자나불 등을 모시는 절의 중심이 되는 건물 홍천 수타사는 관련 기록에 따르면 신라시대 원효(元曉)가 우적산(牛跡山)에 일월사(日月寺)를 창건한 이후, 1569년(선조 2)에 지금 자리인 공작산으로 옮겨 지으면서 수타사(水墮寺)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후 임진왜란(1592년)을 겪으면서 절 건물이 불에 탔고, 1636년(인조 14) 공잠대사(工岑大師)가 절을 고쳐 지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홍천 수타사 대적광전」은 비로자나불을 본존으로 봉안한 법당으로, 불상 뒤 벽면에 비단 바탕에 채색한 영산회상도를 후불탱화로 걸어두고 있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연목(서까래)과 부연(처마 서까래의 끝에 덧얹는 네모지고 짧은 서까래)이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직무대리 노명구)은 오는 1월 2일부터 왕실유물에 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박물관 내 도장 찍기 여행(스탬프 투어) 프로그램인 ‘국립고궁박물관 담다’를 새롭게 개편하여 운영한다. 주요 개편사항으로는 각 층의 대표 유물들을 그림으로 그린 도장(스탬프)과 용지(스탬프 북) 10종을 새로 제작하고,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새롭게 단장하였다. * 스탬프 유물 10종: 일월오봉도 병풍, 잡상, 청동용, 봉황꽂이, 어보, 어차, 기념장메달, 천상열차분야지고 각석, 가마, 상준(코끼리 모양의 술 항아리) 책갈피 형태의 도장 용지(스탬프 북)에는 유물의 국영문 이름과 간략한 설명이 적혀 있으며, 함께 인쇄된 정보 무늬(QR 코드)를 통해 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에 접속해 각 유물의 세부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게 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체험 공간을 해당 유물이 전시된 각 층의 상설전시실 입구에 설치하여 관람 동선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다. 관람객들은 층별로 다른 색상의 도장을 수집하면서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유물을 확인할 수 있으며, 도장 용지는 특별 제작된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은 2023년 고문헌 구입 공고를 통해 국내 유일본 『인명입정리론소초』, 『유식이십론』, 『조사첩』, 『갑자년생원진사방목』 등 문화재급 자료를 포함한 고문헌 194종 653점을 구입하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내 최대 고문헌 소장처로, 양질의 국가 기록문화유산을 확충하고자 매년 고문헌을 구입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망실 위기에 있는 민간 고문헌 및 문화재급 자료 구입을 위해 구입예산을 대폭 증액하여 유일본 희귀자료를 집중적으로 구입하였다. 이번에 구입한 고문헌 중 간행시기가 가장 오래된 자료는 1243년에 판각된 고려대장경 재조본(再雕本)인 『유식이십론(唯識二十論)』이다. 불교의 유식(唯識) 사상을 설명한 책으로 당대 최고의 글씨로 제첨하여 표지를 장황(裝潢)하는 등 학술연구 가치가 높은 자료이다. 또한 『인명입정리론소초(因明入正理論疏鈔)』는 고려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의 교장총록에 수록되어 있는 불교 주석서로, 고려 교장(敎藏)을 저본으로 조선 간경도감에서 1460년에 간행한 유일본이다. 『조사첩(朝謝帖)』은 1452년 이조에서 사헌부의 조사(신원조회)를 마친 권징(權徵)이 승문원 부정자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서울시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서울 중구 세종대로 119)에서 <서울의 내일을 만들다> 전시를 ’23.12.29.(금) ~ ’24.2.25.(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내일을 만들다>는 미래세대 건축가들인 건축 전공 대학(원)생들이 서울을 캔버스로 삼아 혁신‧보존‧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를 고려하여 디자인한 역동적인 도시, 서울의 내일을 전시로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는 서울 소재 14개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선정한 예비건축가들의 작품 40개가 전시된다. 각각의 작품은 서울의 미래와 관련하여 다양한 해법들을 모색하고 시민들이 도시에서 누리는 일상들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으로, 전시장 전체를 두른 패널과 함께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대학교는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국민대학교, 서울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세종대학교, 숭실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양대학교, 홍익대학교(이상 가나다순)이다. <서울의 내일을 만들다> 전시공간은 미래세대의 건축가들이 서울에 대해 갖고 있는 미래비전을 제안하고 공유하는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12월 28일(목) 오전 11시, 모두예술극장(서울 서대문구)에서 문체부 ‘엠지(MZ)드리머스(2030자문단)’ 주도로 열린 ‘제5차 청년문화포럼’에서 청년 70명과 소통한다. 유 장관은 청년들의 현장 목소리를 폭넓게 듣고 내년도 청년문화정책 추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시작한 2023년 ‘청년문화포럼’은 8월 대구, 9월 부산, 11월 광주에 이어 이번 5차 행사로 마무리한다. ’23년 청년 창·제작 활동 지원, 일 경험 기회 제공, 콘텐츠 인재 양성 등 성과 내 ‘엠지(MZ)드리머스’는 지난 4차례 포럼을 통해 청년문화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청년세대를 만나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청취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문체부 청년보좌역이자 엠지드리머스 단장인 최수지 씨가 올 한 해의 청년문화정책 성과를 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추진 방향을 발표한다. 올해 청년문화정책 10대 과제*별 주요 성과를 살펴보면 신진예술인 창작지원금 등 10개 사업에서 청년 20,341명의 도전을 지원하고 청년 디자이너 인턴십 등 8개 인턴십 과정에 청년 1,248명이, 콘텐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2023년 계묘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2003년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지 20돌이 되는 해다. 그 20돌을 마무리하면서 어제 12월 28일 낮 3시 ‘선릉아트홀’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면서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중견소리꾼 노은주 명창의 세 번째 완창 무대 ‘박록주제 한농선류 흥보가’ <화양몽>이 펼쳐졌다. 2002년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던 한농선 명창은 지정된 뒤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전승이 단절될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한농선 명창에게 흥보가를 이어받은 노은주 명창이 외롭게 ‘한농선류 흥보가’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완창으로 ‘한농선’ 명창을 새롭게 드러낸 것이다. 노은주 명창은 완창 발표회에 앞서 “한농선 선생님은 늘 곁에서 소리공부를 알려주실 줄 알았는데 자금은 제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물려주신 동편제 박록주제 흥보가는 꾸밈과 감정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담백한 소리입니다. 미사여구가 없다보니 그만큼 소리의 깊은 묘미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소리를 감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거문고 연주자 박은혜가 계묘년이 저물어 가는 2023년 12월 27일 밤 8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다섯 번째 거문고 독주회를 열었다. 중앙대학교 이형환 교수의 사회로 문을 연 거문고 독주회는 전통을 바탕으로 한 연주곡들로 가득하였다. 신쾌동류 거문고 풍류 상현도드리와 하현도드리에 이어 거문고 독주곡의 백미인 신쾌동류 짧은 산조가 연주되었다. 이수자의 길을 걷고 있는 박은혜 연주자의 거문고연주는 관객들의 추임새를 끌어내기에 충분하였다. 필자가 숱한 거문고 독주회 가운데 박은혜 연주자의 공연을 보고 글을 쓰게 된 것은 산조 때문만은 아니다. 거문고 산조 연주 이후 소개되는 곡들이 기존의 독주회에서 보지 못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거문고 창작곡인 ‘행복한 우리 살림ㆍ첫봉화’가 눈에 띄었다. 개방현을 우렁차게 울리며 박력있고 화려하게 연주하는 것이 한국의 창작곡들과 다르다. 오른손으로 줄을 뜨는 연주법이 인상에 남는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악기 개량사업이 시작되었다. 이때 거문고는 개량되지 못해 거문고가 단절되었다. 그래서 현재 남아있는 북한의 거문고 창작곡은 모두 9곡이며 가야금 연주자들이 부전공으로 명맥을 이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인 2건의 대형누각(樓閣) 「삼척 죽서루」와 「밀양 영남루」를 국보로 지정하고, 12월 28일(목)에는 삼척 시민들과 함께 하는 「삼척 죽서루」의 국보 지정서 전달 행사를 연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삼척 죽서루」와 「밀양 영남루」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국보 지정 요청에 따라, 관계 전문가의 지정조사와 문화재위원회 검토ㆍ심의를 거쳐 이번에 국보로 지정했다. 「삼척 죽서루」는 고려 명종(1171∼1197) 때 활동하였던 김극기(金克己, 1148∼1209)가 죽서루의 풍경을 시로 썼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적어도 12세기에는 창건되었으며, 안축(安軸, 1282~1348)과 정추(鄭樞, 1333~1382) 등의 시를 통해 처음에는 ‘서루(西樓)’로 불리다가 14세기 후반에 들어서 ‘죽서루(竹西樓)’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수온(金守溫, 1410∼1481)의 《죽서루단청기(竹西樓丹靑記)》(1472), 허목(許穆, 1595∼1682)의 《죽서루기(竹西樓記)》(1662) 등에서 ‘1403년 부사 김효손(金孝孫, 1373∼1429)이 옛터에 새로 창건했다’라는 기록을 비롯하여 고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