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밀양 만어사 삼층석탑 - 이 달 균 바다로 가지 못한 고기떼의 주검들 산이 부서지고 하늘이 기우는 날 통곡의 빛줄기 따라 나는 돌아가리니 기원이 간절하면 전설도 깨어날까 만어사 석탑은 오늘도 기다린다 아득히 밀려들어 올 남해 포말(泡沫)의 아우성 만어사(萬魚寺)는 절보다 너덜겅이 더 유명하다. 만어(萬魚)라는 이름대로 수많은 크고 작은 검은 너덜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 너덜겅 위에 작은 암자가 들어섰고, 지금은 차들이 편리하게 다니게 길이 좋아졌다. 이 바위들은 흡사 바닷물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누운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 바닷물이 찾아오면 고향으로 떠나려는 몸짓을 하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삼층석탑은 그런 염원을 안으로 삭이는 듯 고요히 절 마당에 서 있다. 안정감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고려시대 탑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창녕 술정리 동삼층석탑 - 이 달 균 아침엔 서탑(西塔)과 놀고, 저녁엔 원효(元曉)와 논다 낙동강 물안개는 화왕산을 오르고 화왕산 진눈개비는 옥개석에 내린다 경주가 멀다면 창녕에 가면 된다 진흥왕 척경비와 석빙고도 있으니 서라벌 작은 집 구경 쏠쏠하지 않은가 창녕 술정리엔 동삼층석탑(국보 제34호)과 서삼층석탑(보물 제520호)이 있다. 동탑은 국보인데 서탑은 보물이라 조금 안타깝다. 서탑은 동탑에 비해 조금 늦게 세워졌고, 조형미도 다소 모자란 탓이기에 그렇지 않나 싶다. 동탑은 읍내 중심에 서 있는데, 경주 왕경에 있는 석탑과 비견될 만큼 늠름하고 세련미가 있다. 탑은 화왕산에서 내려오는 개울과 마을 사이에 있으니 사진을 찍으면 담장과 전신주, 굴뚝 등도 보인다. 이런 어지러운 배경을 담지 않으려면 안개 내려오는 새벽이나 산그늘 발목에 닿는 어스름 무렵이어야 한다. 아무리 재주 있는 작가라 해도 한 번 찾아 와 사진다운 사진을 얻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왕 탑 구경 왔으면 동ㆍ서탑 둘을 함께 보는 것이 더 좋으리라. 근처엔 진흥왕 척경비와 석빙고도 있으니 작은 경주라 불릴 만하다.(시인 이달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양산 통도사 봉발탑 - 이 달 균 아하, 이제 보니 석가모니도 사람이셨군. 밥공양에 남루 걸치고 급히 뒷간도 가는, 배고픈 젊은 스님들 줄 지어 공양 간다. 밥그릇 닮은 탑이 이채롭다. 이 통도사 봉발탑(보물 제471호)은 석가모니의 발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석조물인데 이런 모양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것이다. 결국 부처님도 중생처럼 발우공양 시간이 중요했음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탑이다. 통도사는 스님들의 교육기관으로 선원(禪院), 율원(律院), 강원(講院)을 모두 갖춘 총림 사찰이다. 젊고 잘 생긴 학인스님들 용맹정진 도중 축구를 비롯한 놀이도 한다. 공양시간 잘 맞춰 가면 줄 지어 발우 들고 공양 가는 스님 모습 만날 수 있다. / 이달균(시인)
인제 봉정암 5층 석탑 - 이달균 허위허위 설악 하고도 소청봉 올랐으니 암자만 보지 말고 석탑도 보고 가자 구름은 태산을 품고 산은 세상 품었는데 옛일 다 잊었다 하나 왕조마저 잊었으랴 거룩한 부처님 진신사리 모신 곳에 풍진에 마모된 역사 고려 숨결 깃들다 허위허위 소청봉 아래 해발 1,244m 높이의 봉정암 오른다. 643년(선덕여왕 12)에 자장법사(慈藏法師)가 당나라에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셔와 이곳에 탑을 세우고 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寂滅寶宮)이다 보니 많은 이들의 기도처로 유명하다. 탑은 암석의 정상을 다듬어 모난 2단의 높고 낮은 탑신(塔身)받침을 조성하고 받침 밖으로 16판(瓣)의 단판연화문(單瓣蓮花文)을 돌려 새겼다. 다행이도 결손 된 부분 없이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데 굽이굽이 설악산의 능선과 어울린 모양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 이달균(시인)
[우리문화신문=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기자] ▲ 지리산 법계사 3층석탑(보물 제473호), 손묵광 작가 지리산 좀 올랐다 자랑해도 정작 법계사 석탑(보물제 473호)을 보지 못한 이는 많다. 로터리 산장에서 잠시 호흡 고르고 곧바로 천황봉 향해 출발하기 때문이다. 탑 구경은 새벽 여명이 좋은데, 산꾼에게는 정상에서 일출 보는 일이 더 중한 탓이다. 절 마당 거대한 바윗돌에 탑신 올렸으니 기단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튼튼하다. 법계사는 해발 1,400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찰이니 운 좋은 날엔 구름 자욱이 내려와 운평선(雲平線) 너머 산봉이 흡사 섬처럼 떠 있는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산의 발목은 남해바다에 닿고 우린 탑을 품고 마을로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