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생일을 한국에서는 ‘첫돌’ 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돌(생일)’이라는 뜻이다. 이듬해부터는 ‘두돌’, ‘세돌’...따위로 말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돌’ 보다는 ‘네살’, ‘다섯살’...이런 식으로 ‘살’을 쓴다. 돌 이전에는 ‘백일(百日)’이라고 해서 태어난 지 100일을 기념하기도 하지만 ‘돌’이 일반적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백일과 돌은 없으며, 다만 태어나는지 한 달이 되면 ‘오미야마이리(お宮参り)라고 해서 강보에 싼 아기를 안고 신사참배를 한다. 그 뒤 3살, 5살, 7살이 되는 해에 다시 신사참배를 한다. 이것을 시치고상(七五三)이라고 하는데 7살, 5살,3살 먹은 아이를 데리고 신사에 참배함으로써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풍습이다. 그런데 외국인의 눈으로는 3살부터 세어서 상고시치(三五七)라고 하지 않고 거꾸로 7살을 앞세우는 것이 흥미롭다. 일곱 살, 다섯 살,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해마다 11월에 들어서면 어린이를 위한 ‘시치고상(七五三)’ 잔치를 위해 바쁘다. 이날 어린아이에게 입힐 기모노를 파는 가게, 머리 손질을 해주는 미용실,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 등도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서울 번화가 이태원에서 150명 이상이 사망한 혼잡사고가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상태에서는 압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귀하는 사람이 과밀한 장소에서 생명의 위험을 느낀 적이 있나요?” 이는 최근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시민 참사 사건’을 두고 일본 야후제팬 뉴스(https://news.yahoo.co.jp)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설문조사 내용이다.(10월 31일부터 11월 7일까지) 11월 1일 오후 4시 50분 현재 응답자는 10,982명으로 ① 생명의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 : 5,987명 ② 없다 : 4,668명 ③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다 : 327명이 답을 했다.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맞이하여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가 발생한 비극적인 참사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은 비통한 슬픔에 젖어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언론들도 시시각각으로 현장 사진을 찍어 보도하고 있다. 야후제팬의 경우 설문조사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설문의 제목은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서 생명의 위험을 느낀 경험이 있는가?”인데 설문 밑에는 많은 일본인들의 댓글이 달려있다. “(행사) 주최자가 없는 본 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코로나19로 한동안 멈춰 섰던 일본의 마츠리(축제)가 3년만에 다시 기지개를 활짝 폈다. 10월 22일의 시대마츠리(時代祭, 지다이마츠리) 개막을 앞두고 교토 시내는 축제분위기로 술렁이고 있다.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葵祭), 7월 17일의 기온마츠리(祇園祭), 10월 22일의 시대마츠리를 꼽는다. 이 3대 마츠리는 일본인들에게도 인기가 있지만 전세계 사람들이 일부러 이 마츠리를 보러 교토를 찾을 만큼 이름이 나있는 축제다. 고대 일본의 수도는 나라(奈良)였다. 그러다가 서기 794년 환무왕(桓武天皇)은 수도를 지금의 교토(京都)로 옮겼다. 올해로 교토 천도 1228년째인데 시대마츠리는 바로 교토 천도를 기념하기 위해 명치28년(1895)에 시작되어 올해 127년째를 맞이한다. 시대마츠리의 특징은 화려한 고대 의상이 볼만하다. 시대별로 차려입은 출연자들이 교토 시내를 두어 시간 행진하는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마츠리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도구, 행렬 시간 등을 따지자면 7월의 기온마츠리에 견줄 수가 없지만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나 10월 22일의 시대마츠리도 꽤 볼만하다. 시대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은 한국과의 오랜 교류의 역사를 학교에서 상세히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다. 고대로부터 오랫동안 일본과 한국이 교류해온 사실을 알고 더 나아가 일본이 행한 식민지시대의 사실을 알아야 우리 일본인들이 사죄의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고려박물관은 많은 일본인에게 한국과의 역사적 사실과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일동포를 비롯하여 한국인과의 화해의 길을 열어 좋은 관계 개선을 이루고자 활동해왔습니다.” - 《나와 한국, 감사와 사죄를 위한 여행》 하라다 쿄꼬 지음, 197쪽- 일본의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 이사장을 지냈던 하라다 쿄꼬(原田京子) 이사장(재임기간, 2013.11~2018.10)으로부터 책 한권을 받았다. 이 책의 제목은 《私と韓国、感謝と謝罪の旅》이라는 제목으로 책 표지에는 한국어로 ‘나와 한국, 감사와 사죄를 위한 여행’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하라다 쿄꼬 이사장이라고 하면 한국에도 널리 소개되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듯하다. '조선 침략 역사를 반성하는 대표적인 일본인' 가운데 한 사람인 하라다 쿄꼬 이사장은 올해 나이 81살로 그는 2002년 3월, 일본에서 장애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그 꽃을 어디서 보았을까? 아주 오래전의 일로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작고 아담한 암자의 뜨락이었던 것 같다. 한 겨울에 눈송이처럼 마른 벚나무 가지에 피어있던 연분홍이라기보다 흰색에 가깝던 그 연약한 꽃을 나는 어쩌다 핀 ‘겨울벚꽃’ 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꽃에 이름이 있었다. 후단자쿠라(不断桜)! 얼마 전, 일본의 중견 시인이 보내온 시집 제목이《不断桜, 일본 발음은 후단자쿠라, 이하 ‘不断桜’》였다. 우리말로 한다면 ‘겨울벚꽃’ 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쓴 일본의 중견 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 都, 75) 씨는 윤동주의《空と風と星と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도쿄 콜삭사에서 펴내(2015년 7월) 한국에도 꽤 알려진 시인이다. “후단자쿠라(不断桜)는 11월부터 4월까지 피는 벚꽃입니다. 원래 벚꽃은 봄에 피는 것이지만 후단자쿠라는 늦가을부터 봄을 맞이하기까지 피는 꽃이라 더욱 마음이 끌려서 책 제목을 그렇게 지었지요. 이번에 낸 시집은 약 10년 만에 낸 책입니다. 약간 망설임이 있었지만 나이도 있어서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시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동안 틈틈이 써둔 내용을 엮은 것입니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문화를 접근하는 길은 폭넓고 다양하다. 좋은 접근 방법은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속속들이 일본문화를 알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간접체험이다. 간접체험 가운데는 강의나 강연 또는 지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얻는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손쉬운 것은 독서를 통해 얻는 방법일 것이다. 일본문화를 책을 통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있어 소개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고전독회(이하 고전독회)에서 펴낸 책이 그것이다. 고전독회에서 펴낸 일본문화 관련 책 가운데 《의식주로 읽는 일본문화》, 《놀이로 읽는 일본문화》, 《동식물로 읽는 일본문화》 세 시리즈는 그 내용에 있어 웬만한 ‘일본문화’를 포용하고 있어 이 분야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의식주로 읽는 일본문화》를 보면, 문학작품에 나타난 복장, 옷 선물, 속대, 향기, 머리, 머리카락, 빗 등을 다루고 있다. ‘옷에 물든 여인의 매력’ 편에서는 헤이안 시대 문학작품인 《겐지 이야기》에 나타난 새해맞이 옷을 선물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옷을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며칠 전 일본의 중견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으로부터 책 두 권을 선물 받았다.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라면 윤동주의 전작시(全作詩)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空と風と星と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일본 콜삭사, 2015)라는 제목으로 펴내 일본에서 큰 호평을 받는 시인이다. 이번에 보내온 책 두 권 가운데 한 권은 본인의 시집으로 《후단자쿠라, 不断桜》(추위를 참고 견뎌내는 벚꽃의 의미>이고, 다른 한 권은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국어학자이자 성공한 기업인 재일동포 김예곤 선생을 포함한 일본인 작가 4명의 한국 관련 책 출판을 축하하는 모임에 관한 책)이었다.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책은 두께도 얇은데다가 그 책 표지에 24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사진으로 되어 있어 호기심에 책장을 폈다. “인자하신 김예곤 선생님의 미수(米壽, 88세)와 아울러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 책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선생님과의 첫 만남을 돌이켜보니 제 아내는 50년, 저는 30년이란 기나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동포 조직을 개선하려는 일념으로 모여든 분들과 밤을 새우면서 열띤 토론을 거듭한 일들과 친선모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7월 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67세) 전 일본수상이 선거 유세 중에 총을 맞고 쓰러져 죽었다는 뉴스가 일본발로 속보로 전해진 이래 한국에서도 상당시간 ‘총격, 사망, 장례’ 등에 관한 보도가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 등을 도배한 적이 있다. 때마침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후보의 지원 유세 중에 총격을 받은 사건이라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초대 총리는 1885년(명치18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시작으로 현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101대 째이며, 지난 7월 사망한 아베신조는 90대, 96, 97, 98대를 역임한 최장수 총리로 일컬어지고 있다. 일본의 총리는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로서 외교적, 정치적, 군사적인 실권을 쥐고 총리대신(総理大臣) 또는 수상(首相)으로 불린다. 일본국 헌법 조항에 따라 국회의원 가운데서 국회 의결에 의해 지명되고, 일왕은 이를 임명한다. 총리 자격은 국회의원이지만, 관례상 중의원과 참의원 의원의 투표로 중의원 의원 가운데서 지명된다. 메이지시대(1868) 이전에는 이른바 막부시대로 쇼군(장군)들이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들었으나 메이지왕(明治天皇) 이후에는 총리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금 일본에서는 야부사메 <마상(馬上)활쏘기, 이하 ‘마상활쏘기’>가 한창이다. 야부사메(流鏑馬, 또는 鏑流馬)란 달리는 말 위에서 가부라야(鏑矢)라 불리는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는 일본의 전통적인 무술 기예라 할 수 있다. 때는 1728년, 이른바 에도시대(1603-1868)를 연 쇼군 도쿠가와 이에시게(德川家重) 집안의 후사(後嗣)가 천연두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 이에 가문에서는 병의 치유를 기원하기 위해 아나하치만구(穴八幡宮) 북쪽의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 지금의 도쿄 신주쿠)에서 모여 야부사메를 거행하였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천연두가 나았고 가문에서는 병을 낫게 해준 신에게 재앙 퇴치 및 후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해마다 야부사메를 거행했다. 이러한 모습은 아나하치만구에 소장된 그림 <야부사메에마키流鏑馬絵巻>에서도 살필 수 있다. 마상활쏘기(야부사메) 뿐만이 아니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 행해지는 각종 마츠리(祭)의 기원도 따지고 보면 전염병이나 각종 질병 퇴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토의의 대표적인 기온마츠리도 그러하다. 기온마츠리 유래는 1,100여 년 전 교토에 전염병이 크게 번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사람은 왜 배우는가? 인간의 두뇌는 과거에 습득한 것의 극히 일부 밖에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런데 왜 사람은 고생해서 배우고 지식을 얻으려하는가? 이제부터 그 이유를 밝히겠다. " 이는 히로나카 헤이스케(広中 平祐, 1931~) 교수가 쓴 《학문의 즐거움》 첫 장에 나오는 글귀다.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초중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나오고 더러는 석박사 과정까지 마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는 데 숱한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그럼에도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말처럼 ‘극히 일부 밖’에 써먹지 못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왜일까? 그 이유를 살피기 전에 《학문의 즐거움》을 쓴 히로나카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벽촌 장사꾼의 열다섯 남매의 일곱 번째 아들. 유년학교 입시에서 보기좋게 물먹고, 한 때는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곡절 많던 소년.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 밭에서 거름통을 들고,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한 늦깎이 수학자. 끈기 하나를 유일한 밑천으로, 미국 하버드로 건너가 박사를 따내고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