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성창순(1934-2017년)은 광주 성원목 명창의 딸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판소리에 남다른 재기를 보여 아버지는 딸에게 판소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성창순은 각종 경연대회나 문화예술계 수상경력이 화려했고, 뒤에는 판소리<심청가>의 예능보유자에 올랐다는 이야기와 어린 어연경을 판소리 전수자로 받아들여 단가와 판소리를 지도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성창순 명창은 안타깝게도 2003년, 그의 나이 69살에 뇌졸중 초기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제자들과 약속된 수업 시간이라든가, 수업 시수는 엄격하게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알려졌다. 어연경 역시, 40일 된 큰딸, 지원이를 데리고, 구기동에 있는 성창순 명창 댁으로 날마다 출근했다고 하는데, 도착해서는 <심청가>와 <춘향가>, <흥보가>를 반복해서 배우고 닦았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제자들에게 여러 가지 형태의 도움과 사랑을 듬뿍 쏟아주셨던 선생님이어서 제자들 모두는 늘 마음을 다해 받들고 있는 고마운 선생님으로 남아계시지요.” 성창순 명창과 관련하여 몇 가지 어연경에게 물었다. 하나, 선생의 주민번호를 정확하게 암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이 팔린 심청의 효심 어린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다. 1930년대에 출간된 《조선창극사》에도 방만춘이 심청가를 고쳐 짰다고 적고 있는 점을 참고해 본다면, 조선조 정조(正祖)나 영조(英祖)무렵에는 <심청가>가 불렸다는 점을 알게 한다.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는 지금, 대학 국악과에서 판소리를 지도하고 있는 젊은 소리꾼, 어연경의 심청가 발표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8~9살 되던 어린 시절, 우연히 판소리 한 토막을 테이프로 듣게 되면서 소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가사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고저(高低)의 가락이 흥겹고 멋이 있어서 수없이 따라 불렀다고 한다. 그렇다. 모든 노래를 반복적으로 따라 부르게 되면, 비록 가사의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다 해도 곡조의 표현은 충분히 가능한 법이다. 그 위에 가사의 전개 과정이나 그 의미를 이해한다면 더더욱 적극적인 표현이 될 것이다. 어린 어연경이 처음으로 익힌 노래는 바로 춘향가 가운데 <사랑가> 대목이었는데, 춘향 역할을 맡아 멋진 창을 불러 준 소리꾼이 바로 성창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서도 소리와 함께 전통무용과 타악기 연주력도 겸비한 김단아 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춤을 배우면서 반주 음악에 마음을 움직여 노래를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경험에서 춤과 반주음악과의 관계가 절대적이라는 사실도 이야기하였다. 그는 <전국안비취경창대회> 대상, <전주대사습놀이>민요부 장원, 등으로 명창의 반열에 올랐는데, 최근까지도 가(歌), 무(舞), 악(樂)으로 나라 안팎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어서 2023년 10월 7(토)일 낮 3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한국문화의 집(Kous)》에서 발표한 어연경의 판소리 <심청가(歌)> 이야기로 이어간다. 알려진 바와 같이, <심청가>는 현전 판소리 5마당 가운데 하나로 극(劇)적인 전개가 일품인 소리 줄거리는 어린 심청이가 앞 못 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이 팔려 바다의 제물이 된다. 그러나 바다에 투신한 심청은 옥황상제의 도움으로 되살아나게 되고, 세상에 나와서는 임금의 부인인 황후가 된다. 그는 맹인잔치를 열어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아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좌창 중, 공명가(孔明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서도의 좌창은 물론이고, 송서나 시창과 같은 느리고 긴소리들 모두는 수심가조의 가락이나 표현법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이 노래는 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명재상, 제갈 양의 자(字)가 공명이기에 연유된 이름이란 점, 오(吳)나라의 주유와 함께 공명이 화공(火攻)에 대한 전략을 논의하며 공명이 동남풍을 비는 광경을 그린 내용이란 점을 말했다. 이와 더불어 ‘초한가’와 더불어 서도창의 정수로 알려진 이 곡은 부분 부분의 진행이 힘찬 고음에서 저음으로 연결되는 하행(下行)선율형, 곧 강하게 뻗는 대목에서는 살짝 떨어주며 내는 요성(搖聲)과 졸음목을 구사하는 대목이 일품이란 점, 또한 극(劇)적인 구성이나 내지르는 목청이 격렬하고 강(强)과 약(弱)의 대비가 뚜렷한 점으로 엮음수심가의 창법을 활용, 서도창의 멋을 지키고 있는 소리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경서도 소리와 함께 전통무용, 그 위에 북이며 장고와 같은 타악기 연주도 겸비한 김단아(구-김영순) 명창을 만나 보기로 한다. 서도소리 발표회가 있던 날, 한국문화의 집(Kous)공연장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앞에서 부산의 소리꾼, 하인철은 <향수>를 비롯하여 <배뱅이굿과 함께하는 고향길>, <8도강산 소리여행>, <창세무가-創世舞歌>, <하인철의 전통 소리를 담다>, <산염불>과 <각설이 타령> 등, 공연무대를 통해 자신의 독자적인 소리세계를 만들어왔다고 이야기하였다. 각 소리제에는 지역 토착민들의 독특한 표현이 녹아 나온다는 이야기, 수심가조는 목을 조여서 위로 치켜 떠는 듯한, 격렬한 요성(搖聲)법이 특징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도좌창 가운데서도 널리 알진 공명가(孔明歌)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우선 용어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서도좌창’이란 말에서 서도(西道)는 관서지방, 곧 평안남북도와 황해도 지방을 가리키는 지역 이름이고, 좌창(坐唱)이란 앉아서 부르는, 연행형태가 단정하면서도 비교적 가사가 길고, 느린 형태의 노래를 가르치는 말이다. 그러므로 앉아서 부르는 관서지방의 긴소리를 일컫는 말이 곧 서도좌창이다. 과거에는 좌창이라는 이름보다는 <잡가-雜歌>, 또는 <긴 잡가>라는 말도 사용해 왔지만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부산의 경서도 소리꾼, 하인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상주(尙州) <전국민요경창대회>에 출전, 대상(대통령상)에 올랐다는 이야기, 여러 사람 앞에서 소리를 하거나, 발표회, 경연대회를 치를 때에는 누구나 긴장하게 마련이어서 실력 발휘가 어려운 법인데, 연습과정이 탄탄하여 무난히 목표점에 도달했으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그가 부른 곡명들은 수심가 토리인 <공명가-孔明歌>, <초한가-楚漢歌>, 그리고 <산(山)염불>이었다. <경 토리>를 비롯하여 <수심가>, <육자배기>, <메나리> 등등, 각각의 소리제에는 오랜 세월을 그 지역에서 살아 온 토착민들의 감정이 녹아 있기에 기쁨과 슬픔의 대조적인 표현 등이 노래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서도지방의 수심가토리가 어떻게 남쪽에서 확산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 궁굼하다. 서도소리의 특징적인 선율형이나 창법, 또는 다양한 표현법 등이 독특하여 명창들의 소리를 통해, 또는 음반을 통해 호감이 가게 되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도소리 대부분은 수심가(愁心歌)의 창법이나 표현법을 기본으로 하기에 <수심가조>라고 한다는 점, 하인철은 10년 이상 부산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인천으로 소리 공부를 하러 다녔다는 점, 이동시간 동안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경서도 소리를 익혔다고 하였다. 제2의 고향, 부산에서의 생활은 노래만으로는 살기 힘든 상황이어서 수리기술도 익혔고, 풀빵 장사도 했으나, 무슨 일을 해도 서도소리 부르기와 명창의 녹음테이프를 들으며 연습을 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근처의 민요학원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곳이 바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9호 경기민요 이수자 강숙희 명창이 운영하는 소리 학원이었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당시 민요 부르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매우 단순한 이유였어요. 트로트의 맛을 내야 하는데, 꺾기의 발성이 잘되지 않아서 그것을 해결하려는 방법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우리 소리는 참 묘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트로트보다 경기민요와 서도민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정작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하게 되는 발표회 무대나 경연대회에 출전할 때는 정말 많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도의 토속소리, <투전풀이>란 상가(喪家)에서 망자(亡者)와 그 집안 식구들을 위로하기 위해, 또는 밤샘하는 사람들이 졸음을 이기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놀이 형식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원래 투전(鬪牋)이란 돈 놀음으로 그림이나 문자를 그린, 종이조각을 가지고 승부를 가리는 성인남자들의 방안놀이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는 돈 놀음보다는 소리가 중심이 되기에 남의 눈을 피해 가며 거액을 잃고, 따는 금지된 거래와는 그 성격과 규모가 다르다. 유지숙이 부른 <투전풀이>는 노랫말 9종, 박기종의 《서도소리 명곡대전》에는 <투전타령>이란 이름으로 40종의 노랫말을 소개하고 있으나, 즉흥적으로 둘러대는 사설치레가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부산에서 서도소리와 경기소리를 중심으로 학생들과 일반인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러면서 공연활동도 나름대로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남성소리꾼, 하인철 명창을 소개한다. 경기지방의 소리도 그렇고, 더더욱 서도지방의 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전반적인 소리꾼들이 점차 줄어들고 현실에서 하인철과 같은 남성 소리꾼이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은 크게 격려해 줄 일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편지가 왔다네> 와 <농부가>, 그리고 퉁소를 소개하였다. 함경도 지방에서는 각 마을의 최고 퉁소잽이들이 모여 겨루기 한마당이 열려 왔다는 점, 연변의 조선족 사회에서도 함경도에서 옮겨 온 동포들이 <퉁소예술절>을 열어 오고 있을 정도라는 점, <편지가 왔다네>는 사설 내용이 재미있거니와 다른 지역의 농부들이 농사 관련 농요를 부르듯, 함경도 지방에서도 관련 농요들을 불러왔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투전풀이> 또는 <투전타령>이라 해서 노름을 하며 부르는 노래들을 소개해 본다. 투전(鬪牋)이란 돈 놀음이다. 그림이나 문자를 넣어 끗수를 표시한 종잇조각을 가지고 승부를 가리는 성인남자들의 방안놀이를 말함인데, 심심풀이의 수준을 넘어 거액의 돈을 잃거나 해서 신세를 망친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들어왔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노래로 소개하는 <투전풀이>, 또는 <투전타령>이라는 소리는 놀음판에서 불리는, 곧 투전하며 부르는 소리이긴 하되 놀음이 위주가 아니라, 소리가 중심을 이루는 말이 되겠다. 다시 말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 이야기한 북녘땅의 다양한 토속소리에는 함경도 지방의 <애원성(哀怨聲)>이나, <아스랑가>, <전갑섬타령> 등도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또한, <신고산타령>이나 <궁초댕기>로 대표되는 함경도의 통속 민요와는 달리, <애원성(哀怨聲)>은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안고 있는 토속민요로 현재는 이북5도청 내의 함경도 무형자산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이야기, <전갑섬타령>에 나오는 해안 퉁소란 말에서 퉁소는 통소(洞簫)라 쓰고, 퉁소라 읽는데, 단소와 같이 세로로 부는 대나무 악기의 이름이란 이야기와 단소보다는 굵고 길며 그 음색이 거칠면서도 애잔하여 듣는 이의 가슴을 아련하게 하는 악기라고 하였다. 퉁소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함경도는 마을마다 퉁소를 즐겨 불 정도로 일반화 되어 있었는데, 예를 들어, 각 마을을 대표하는 으뜸 퉁소잽이들이 모여 겨루기 마당이 열리곤 했다. 그날의 열기는 대단했었고, 심지어 멀리 다른 지방까지 가서 명인들을 초빙해 올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의 연변 조선족 사회만 해도 퉁소에 대한 애정은 특별한 편이어서 자체적으로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