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안 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고모님께서 새해는 숙병(宿病)이 다 쾌차(快差)하셨다 하니 기뻐하옵나이다.” 이 글은 숙종임금이 고모인 숙희공주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숙종은 고모의 오랜 병이 완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숙병이 쾌차했다 하니 기쁩니다.”라며 아직 병중이건만 이미 병이 다 나은 것처럼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정조 때 사람 한경(漢經)은 하진백(河鎭伯) 집안사람들에게 문안 편지를 보냈는데 하진백이 과거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을에 있을 과거에서 급제했다며 미리 축하의 덕담을 보내고 있다. 이 밖에 명성왕후(明聖王后, 현종 비)가 셋째 딸인 명안공주(明安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마나즈루에 도대체 뭐가 있니?' 엄마는 애절한 얼굴로 물었다. '아무것도 없지만 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역시 내 목소리였고 그대로 현관을 나왔다. 도쿄역까지 가는 전철은 굉장히 붐볐다.” 이는 소설 《마나즈루》의 주인공 케이의 말이다. 케이는 ‘아무것도 없는 곳’인 마나즈루를 향해 오늘도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가 마나즈루로 발걸음을 옮기는 날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마음이 심란한 때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거나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외로울 때, 그리고 12년 전 실종된 남편의 흔적이 몹시도 그리울 때 그녀는 마나즈루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얼마 전, 아끼는 후배로부터 소설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후배는 가와카미 히로미 작품인 소설 《마나즈루》를 번역했다고 하면서 사인까지 곱게 해서 책을 보내왔다. 책 표지에 두른 띠지(출판사에서 홍보하기 위한 책 광고 문구 등이 기재됨)에는 “추리소설과 여행기, 우아한 에로티시즘을 결합한 꿈 같은 작품”이란 광고 문구가 쓰여있다. 아담한 크기의 소설책을 받아 든 나는 책장을 대충 넘겨본 뒤 책상 위 한쪽에 한동안 방치(?)했다. 사실 나는 요즘 소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12월 3일 ‘머니투데이’에는 “한국, 영어 능력 세계 49위…중국ㆍ일본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기사 내용은 “최근 스웨덴 교육 기업 '에듀케이션퍼스트'(EF)의 '2023 영어능력지수'(EPI·English Proficiency Index)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113개국 중 한국은 4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6위에서 13계단 하락한 순위다.”라는 것이다. 이는 전체 조사 대상 113개 나라 가운데 한국은 보통 수준인데 이에 견줘 중국은 82위, 일본은 87위로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또 기사에 보면 1위에 네덜란드가 차지했으며,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벨기에,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순으로 상위 10위권을 이뤘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10위 안에 든 나라 대부분이 유럽 나라들이고, 유럽 외의 나라는 싱가포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영국의 오랜 식민지였으며 현재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나라들뿐이다. 하지만, 한국ㆍ중국ㆍ일본은 문화가 전혀 다르고 각자 자기들의 말과 글이 살아 있어서 영어에 목매는 처지가 아닌 것이 다르다. 그런데도 이 기사를 보고 영어에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34) 천하의 일이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게으르면 망하는 것은 필연의 이치입니다. 작은 일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정사(政事)와 같은 큰일은 어떠하겠습니까? 천하의 일이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게으르면 망한다…자못 모골이 송연해진다. 군주에게 부지런하게 일해야 한다고, 게으르면 망한다고 ‘돌직구’를 날리는 정도전의 기개가 매섭다. 심지어 건물 이름도 ‘부지런하게 정치하라’는 뜻의 ‘근정전(勤政殿)’이니, 거기서 정사를 보는 임금은 자신도 모르게 태도가 엄정해지지 않았을까? 조선왕조는 문치 국가였다. 과거에 합격한 인재들은 모두 시작(詩作) 능력이 출중했다. 시 짓는 솜씨가 문재를 판별하는 주요 기준이었으니, 어릴 때부터 시를 쓰며 자라난 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필수 교양으로 시를 쓰고 읊었다. 조정에 출사한 최고의 문사(文士)들이 임금 곁에 머물며 늘 바라보는 장소가 경복궁이었던 만큼, 이들이 경복궁에 대해 지은 시문도 많이 남아 있다. 한문학자인 지은이 박순이 쓴 이 책, 《시가 흐르는 경복궁》은 경복궁을 주제로 옛 문인들이 쓴 글과 시에 지은이의 독창적인 관점을 덧붙인 책이다. 책에 실린 글이 모두 깊이 음미할 만하지만, 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승 무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니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승무(僧舞)’는 승복을 입고 추는 줌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춤꾼은 치마저고리나 바지저고리 등을 갖추어 그 위에 장삼을 걸쳐 입고 가사를 두르고 고깔을 쓴다. 염불장단에 맞추어 합장하면서 춤이 시작되고, 마지막에는 굿거리장단에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며 춤을 마무리한다. 오랜 세월 예인들에 의해 만들어져 온 춤으로 한국춤의 본질인 정중동(靜中動)이 살아있다는 평가다. 곧 멈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나누는 삶을 살았던 위인들.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지고 있으면 더 가지고 싶고, 좋은 것은 나만 가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모르는 사람들과 좋을 것을 나눈다는 것은 그런 본능에 역행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그런 소유의 본능을 이기고, 어려운 이들을 위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있다. 그것이 출세에 크게 도움 되는 일은 아니었다. 복지 개념이 없다시피 했던 먼 옛날에는 빈부격차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심지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고진숙이 쓴 이 책, 《아름다운 위인전》에 실린 위인들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김만덕, 이지함, 이헌길, 이승휴, 을파소 이 다섯 사람은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다. 자신이 속한 양반 사회나 가진 자들의 세계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세계를 위해 헌신했다. 책에 실린 다섯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감동을 주지만, 특히 더욱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이헌길이다. 이헌길은 천연두(두창)에 걸린 어린 정약용을 구해낸 선비다. 이헌길이 없었다면 우리가 오늘 감탄하는 정약용의 수많은 저작도 볼 수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고기를 소비하지 않아야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데 이게 맞는 말일까? 왜 하필 육류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육식은 기후를 변화시키고, 생물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동물 복지를 침해한다고 여러 사례를 통해 조목조목 밝히면서 육식의 환경과 윤리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육류 소비의 문제를 깨닫고 난 후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 선언하지만 눈 앞에 고기가 보이거나 냄새를 맡으면 본능적으로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육류 소비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면 어떤 방법으로 지속 가능하고 보다 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을 찾게 된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은 완전한 채식보다 육류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리듀스테리언’이다. 리듀스테리언이 되어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현재 급격히 변하고 있는 환경과 건강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육류 소비를 줄이는 의지를 가지고 실천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고기 섭취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지구와 동물, 인류를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醉客執羅衫(취객집라삼) 취하신 손님이 명주 저고리 옷자락을 잡으니 羅衫隨手裂(나삼수수열) 손길을 따라 명주 저고리 소리를 내며 찢어졌군요. 不惜一羅衫(불석일라삼) 명주 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깝지 않지만, 但恐恩情絶(단공은정절) 임이 주신 은정까지도 찢어졌을까 그게 두려워요. 이는 황진이ㆍ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시인의 하나로 불리는 매창(李梅窓, 1573-1610)이 지은 <취하신 님께[贈醉客]>라는 제목의 한시다. 취한 손님은 매창의 비단 적삼을 잡아당기고 매창이 살짝 몸을 틀자 고운 적삼이 쭉 찢어져 버렸다. 적삼이 찢겼으니, 매창이 이만저만 속상한 게 아니었을 거다. 그러나 “비단 적삼 한 벌이야 아깝지 않으나, 은정도 따라 끊어질까 두렵다.”란 시를 읊을 뿐이다. 참으로 슬기로운 표현을 담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음이다. 매창은 전북 부안의 명기(名妓)로 한시 70여 수와 시조 1수를 남겼으며 시와 가무에도 능했을 뿐 아니라 정절의 여인으로 부안 지방에서 400여 년 동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매창은 천민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이었던 유희경과의 가슴 시린 사랑은 물론 유희경의 벗 허균과의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시공사가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펴냈다. 역사학자 김종성(옮긴이)은 작자 의도로 사실관계가 달라진 우리의 ‘불완전한 역사’를 바로잡으려 신채호가 옥중에서 서술한 《조선상고사》 원문을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듬어 이 책으로 재탄생시켰다. 신간 《조선상고사》는 독립운동으로 10년 실형을 받고 뤼순감옥에서 투옥 중인 신채호가 1931년 6월부터 10월까지 ‘조선일보’에 ‘조선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엮은 것으로, 신채호가 순국한 지 12년이 지난 1948년에 출간됐다. 단군시대부터 백제부흥운동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제1편 총론 △제2편 수두시대 △제3편 삼조선 분립시대 △제4편 열국쟁웅시대(중국과의 격전시대) △제5편(一) 고구려의 전성시대 △제5편(二) 고구려 중쇠와 북부여의 멸망 △제6편 고구려ㆍ백제 충돌 △제7편 남방 제국의 대(對)고구려 공수동맹 △제8편 삼국 혈전의 개시 △제9편 고구려의 대(對)수나라 전쟁 △제10편 고구려의 대(對)당나라 전쟁 △제11편 백제의 강성과 신라의 음모 등 모두 11편으로 이뤄져 있다. 《조선상고사》 원문은 지금의 우리말과 큰 차이가 있어 내용을 이해하며 읽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웃는 낯에 침 뱉으랴. 웃는 낯에는 함부로 대하기 힘든 힘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웃는 얼굴이라는 말처럼, 웃음에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신비한 치유의 힘이 있다. 우리 문화유산에는 유난히 웃는 표정이 많다. 얼핏 보면 근엄하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은은한 웃음기가 배어있다. 이런 잔잔한 웃음기가 우리 문화유산을 보면 볼수록 매력 있게 만든다. 김은의가 쓴 이 책, 《웃음꽃이 핀 우리 문화유산》은 우리 문화유산에 나타난 웃는 표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책이다. 첫째 마당, ‘유형 문화유산 속 웃음꽃’에서는 그윽한 불상의 미소, 지붕 위 웃는 기와, 하회탈 등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웃는 표정을 다뤘다. 둘째 마당, ‘우리 그림 속 웃음 보따리’에서는 무덤 벽화, 민화, 풍속화에 나타난 웃는 표정을 살펴본다. 셋째 마당 ‘무형 문화유산 속 웃음 바다’에서는 판소리와 탈춤에 나타난 해학적인 장면을 집어낸다. 마지막으로 부록에서는 ‘세계 속 웃음꽃’으로 세계 곳곳의 문화유산에서 나타난 웃는 표정을 조명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달신의 미소다. 옛 고구려 영토였던 중국 길림성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