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판소리, 또는 산조(散調)음악에 쓰이는 장단형 가운데 가장 느린 형태가 <진양 장단>이라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진양 1장단의 길이를 6박으로 볼 것인지, 6박×4장단으로 해서 24박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진양 장단>의 완성은 동편제(東便制)의 명창, 송흥록이 그의 매부(妹夫)인, 중고제(中古制) 명창, 김성옥으로부터 진양조를 처음 듣고, 그것을 여러 해 갈고 닦아 완성에 이르렀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 그 일부를 소개하였다, 송흥록은 1780년대 태어나서 1800년대 중반까지 활동한 판소리 동편제의 중시조(始祖)로 알려진 대명창이다. 특히 그가 진양조를 완성했다는 기록은 1940년,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비치고 있는데, 구체적인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맹렬’이라는 여인과 만나게 된 배경과 헤어짐 속에서 이루어졌던 이야기이다. 명창, 송흥록이 대구 감영에 소속되어 있는 명기(名妓)로 노래와 춤이 뛰어나다는 맹렬로부터 ‘미진한 부분이 있다’, ‘더 연습해야 한다(피를 더 쏟아야 한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 곧 수긍하기 어려웠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완창판소리 - 김금미의 적벽가>를 4월 13일(토)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창극단 창악부 악장이자, 다수 작품에서 굵직한 역할을 도맡아 온 김금미 명창이 박봉술제 ‘적벽가’를 들려준다. 김금미는 판소리의 궤를 같이하는 집안의 계보를 이어 판소리 계승에 헌신해 온 인물이다. 남도민요 ‘육자배기’의 대가인 외할머니 김옥진 명창을 시작으로, 전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이었던 어머니 홍성덕 명창의 계보를 이어 3대째 소리의 길을 잇고 있다. 어릴 적 소리보다 한국무용을 먼저 접하며 1991년 전주대사습놀이 무용 부문에서 이매방류 전통무용으로 차상을 받는 등 소질을 보였으나, 소리 사랑이 각별한 어머니의 권유로 다소 늦은 25살부터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탁월한 기량을 갖춘 김금미는 성창순 명창으로부터 ‘심청가’ ‘흥보가’ ‘춘향가’, 김영자 명창에게 ‘수궁가’, 마지막으로 김경숙 명창으로부터 ‘적벽가’를 배웠다. “늦은 나이에 입문한 만큼 더욱 소리에 매진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는 그는 2007년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차지하며 소리로도 단연 실력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 이야기는 우리가 추임새에 인색하다면, 매우 우울한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 고수의 추임새 한 마디에 긴장하던 소리꾼이 용기를 얻게 되고 객석에서도 공감하게 되는 것이 추임새의 효과라는 점, 추임새는 비단, 소리꾼과 고수와의 관계에서만 생겨나는 결과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사이 일상에서도 수없이 나타나는 에너지의 보충원이라는 점, 우리의 일상이 밝고, 명랑하게 바뀌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추임새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판소리에 쓰이는 장단, 곧 소리꾼이 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소리와 고수가 치는 장단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장단(長短)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한다면, 길고 짧은 시간의 조합을 뜻하는 말이다. 판소리나 민요, 또는 민속 기악(器樂)에 쓰이는 산조음악의 장단 형태를 보면, 제일 느린 장단형이 바로 진양 장단이다. 이어서 중몰이 장단, 중중몰이 장단, 잦은몰이 장단, 휘몰이 장단으로 점차 빠른 형태의 장단이 쓰이고 있으며 그 밖에 엇몰이 장단이나, 드물게는 엇중몰이 장단 등도 쓰이고 있다. 제일 느린 형태의 ‘진양’ 장단에서부터 점차 빠르게 이어가는 중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고수(鼓手)의 추임새가 소리판을 키우는 요건이라는 점, 고수의 적절한 추임새가 소리판을 성공적으로, 또는 실패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명고수 김동준은“소리꾼이나 잽이를 반주하며 추임새를 해 줄 때, 모두가 잘해서 저절로 추임새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을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제하면서“ 안 좋은 걸, <좋다> <잘 헌다> 하는 것이, 여간 일이 아니란 명언을 하였다. 추임새는 소리꾼이나 연주자(演奏者)들에게만 적용되고 필요한 것일까? 무대 위에서 펼치고 있는 모든 소리꾼이나 차비(差備), 곧 잽이들은 그들의 일상 연주가 모두 훌륭해서 반주자나 객석으로부터 추임새를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살펴야 한다. 간혹, 무대 위에서 긴장하는 연창자(演唱者)들은 여러 가지 조건이나 이유로 평소의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첫 발표회를 준비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긴장할 경우, 실력 발휘가 어렵고, 전문가 그룹의 관객이 자리 잡을수록 객석이 무섭고 두려운 법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과연 무대 위에 함께 올라 있는 고수는 어떠한 방법으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고수(鼓手)의 임무나 그 역할에 관한 이야기, 고수는 반주자로 창자의 소리에 맞추어 정확하게 장단(長短), 곧 박자의 조합과 강약(强弱)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이러한 능력은 소리속을 훤히 꿰고 있지 못하면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고수의 추임새가 소리판을 키우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고수가 정확하게 장단을 쳐 주고, 이와 함께 강약 처리를 잘한다고 해서 모두가 유명 고수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일까? 물음에 대한 대답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다. 그것은 바로 ‘얼씨구’, ‘으이’, ‘좋지’, ‘좋다’, ‘잘 헌다’ 등의 조흥사(助興詞), 곧 추임새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넣어 줌으로 해서 소리꾼에게 자신감을 가지도록 북돋아 주는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때로 이를 소홀히 하거나 적절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고수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명고수(名鼓手)의 대접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리꾼의 역할은 <춘향전>이나 <심청전>과 같은 긴 이야기를 소리와 장단, 그리고 다양한 대사와 발림(몸동작) 등으로 소리판을 이끌어가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고수의 길로 들어선 송원조가 당시 이리국악원 총무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고법(鼓法)을 익히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의 북 실력이 점점 향상되면서 무대공연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익산에서 열린 판소리 대회, 북 부문에서도 장원에 올랐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고수(鼓手)의 임무나 그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소리꾼은 긴 이야기를 소리와 장단, 그리고 다양한 대사와 동작, 등으로 소리판을 끌어 나가는 역할을 하기에 매우 힘든 역할이고, 상대적으로 고수는 한 자리에 앉아서 소리에 맞추어 북을 치기 때문에 쉬운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첫째가 고수, 둘째가 명창이란 말, 곧 ‘일고수 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란 말이 널리 회자(膾炙)하는 것도 그만큼 고수의 역할이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글쓴이는 대학신문에 “추임새, 에너지의 보충원(補充原)”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 글에서 고수가 얼마나 어려운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추임새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하는 점을 피력했다, 비단 판소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범피중류 등덩둥덩 떠나간다. 망망헌 창해이며 탕탕헌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헌 남은 소래, 어적이언마는 곡종인불견에 수봉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고수난 날로 두고 이름이라.” 위는 판소리 <심청가> 가운데 ‘범피중류’ 대목 일부입니다. 이 부분은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이 팔려 배를 타고 임당수로 가며 좌우의 산천경개를 읊는 부분이지요. 느린 진양 장단 위에 얹어 부르는 그 사설이나 가락이 일품이어서 많은 사람이 즐겨 듣고 있고 또한 부르는 대목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이 부분은 가락이 멋스럽고 흥청거리는 대목으로 88서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김소희 명창 외 여러 명이 배를 타고 불러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사설이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데, 우선 ‘범피중류(泛彼中流)’라는 말은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떠가는 모습을 표현한 말입니다. 또 하얀꽃이 피어 있는 섬 ‘백빈주(白蘋洲)’의 ‘홍요안’이라고 하는 언덕으로 날아드는 갈매기들이 있으며, ‘삼강(三江)’의 기러기가 한수(漢水), 곧 양자강의 지류로 돌아들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심청이 죽으러 뱃사람들을 따라 떠나가고, 심봉사는 공양미 300석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서 뒤늦게 후회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기절하게 된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한걸음에 눈물짓고, 두 걸음에 한숨 쉬며”라는 심청이가 뱃사람들을 따라가는 목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가는 길이 즐겁고, 신이 나는 행차가 아니다. 천근의 몸으로 가기 싫은 길을 한걸음, 한걸음, 옮겨 놓는 상황임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 심청이가 죽으러 가는 길, 슬픔의 극치를 표현하고 있는 부분인데, 신나게 서두를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슬픔으로 가득 찬 계면조의 소리 일색이라고 해도, 분위기의 반전은 필요한 법이다. 한 시간 내내, 또는 그 이상을 눈물만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청가에도 맹상군 이야기도 나오고, 뺑덕어미 이야기도 그리고 다음에 이어질 <범피중류> 대목처럼 넓은 바다를 헤쳐 나가면서 주위의 경관을 감상하는 우조의 느낌도 나와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악기(樂記)》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애심(哀心), 희심(喜心), 노심(怒心)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심청이가 떠나야 하는 마지막 날의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반야진관에 맹상군”이 아니어든,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라는 혼잣말의 의미를 소개하였다. 한밤중, 진나라 관문은 막혀 있고, 뒤에서는 군사들이 쫓아오고 있는 다급한 상황이다. 일행 중,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사람이 있어서 그 소리를 흉내 냈더니, 성(城)안의 모든 닭이 잠에서 깨어나며 한꺼번에 울었고, 그 바람에 성문을 지키던 병사도 날이 샌 줄 알고, 문을 열어주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슬픔이 가득 찬 계면조의 소리 속에서도, 분위기 반전을 위한 대목은 필요한 법이다. 공양미 300석에 몸이 팔린 심청, 드디어 선인(船人)들과 약속한 날이 밝아오니, 사당에 하직 인사를 마치고, 아버지와도 이별한 다음, 선인들을 따라나서는 약속 시간이 된 것이다. 아무 물색도 모르고 있던 아버지가 어딜 가느냐? 물으며 답답하다고 말하라고 재촉한다. 더는 아버지를 속이는 것도 자식 된 도리가 아니어서 심청은 눈물로 그간의 상황을 고백한다. “아이고 아버지, 공양미 300석을 누가 저를 주오리까? 남경 장사 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말 못 하는 까마귀도, 반포지은(反哺之恩)을 한다는 이야기, 심청이가 장 승상 댁에 가 있는 동안, 심봉사는 오지 않는 딸을 찾아 나섰다가 개천에 빠져 죽을 지경이 되었는데, 다행히 몽은사 화주승이 목숨을 구해 주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심청가 이야기는 바로 이 대목, 곧 심봉사가 화주승에 의해 목숨을 구한 뒤, 스님이 제시하는 ‘공양미 삼백석만 불전에 시주하고, 진심으로 불공을 드리면 눈을 떠서 대명천지를 보게 된다는 정보’를 듣게 되면서 크게 변화한다. 누구나 자기의 목숨을 구해 주고, 좋은 조건을 제시해 주는 구원자가 나타나면 그의 말만 반겨 듣고, 앞뒤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될 때가 많은 법이다. 처음에는 심봉사도 눈을 뜨게 된다는 제안에 호기 있게 응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기 시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앞뒤 사정이 이런데도 어린 심청은 어떻게든 공양미 300석을 마련해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는 효심을 포기하지 않는다. 심청이가 ‘어떻게 하면 공양미 300석을 불전에 시주하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해 있을 때, 때마침, 남경장사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