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덴버 “내 어깨에 쏟아지는 햇살”

  • 등록 2016.07.17 1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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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87]
노래와 비슷한 삶 살아 화제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금당산이 숨을 크게 한 번 내뱉으니 청량함이 골 안 구석구석을 휘돌고 나간다. 머리 위에선 구름들이 소곤거리고 계곡 바위에선 물이끼 돋는 소리가 사르륵 사르륵 들려온다. 산수유 봉오리가 깨어날 때를 맞아 병아리 떼가 나뭇가지에서 삐악거리고 떼죽나무 잎은 벌써 회돌이모양으로 삐치고 나왔다.

 

산사의 아침은 늦게 시작되지만 낮은 빨리 시작된다. 부지런히 설거지를 마치고 요사 채 앞마당에 빨래를 널었다. 화사한 봄볕에 승복이 하얗게 보인다. 햇살이 가닥가닥 빨래에 부딪쳐 입자로 튕겨져 나가기도 하고 알갱이가 우수수 쏟아지기도 한다.

 

노 주지는 오수에 빠져 이미 이승을 떠나 코고는 소리가 거죽을 어르고 운판(불교의식에 쓰는 불구의 하나로 구름 모양의 얇은 청동판)을 치더니 범종 속을 맴돈다.

 

낚시 줄에 알밤을 꿰어 다람쥐와 꾀를 겨루는 장 처사 입에선 능글맞은 웃음이 새어 나오고, 그렇게 고즈넉한 오전이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 산 아래서 알록달록한 꽃잎 몇 장이 올라오고 있었다.

 

서울 이 사장네구나

 

당구풍월이라더니 장처사도 신통력이 생겼는지 어떻게 저 멀리 있는 사람들을 알아볼까?

 

, 매 바위로 가는 길이 험하다고 하던데 안내 좀 해주실래요?”

 

점심공양 후 뻐근한 허리를 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당돌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돌아다보니 이 사장이란 신도의 딸이었다. 우리는 바윗길을 한참을 기어올라 매 바위 정상에 다다랐다. 바위에 걸터앉은 그녀의 어깨위로 봄볕이 살포시 내려앉았고, 호리병 같이 긴 목에 두른 스카프는 제비꽃처럼 파르르 떨고 있었다.

 

왜 스님이 되고 싶으세요?”

 

길을 찾고 싶습니다.”

 

길이라면 평탄한 길도 많은데 왜 하필 험한 길로 가세요?”

 

그녀는 망치로 내 머리를 내려치는 한마디를 던지며 까르르 웃었다. 만약 제비가 잽싸게 채가지 않았더라면 앞산 너머에까지 웃음소리가 퍼졌을 것이다. 그날 그 한마디는 두고두고 나의 화두가 되었다.

 

오늘은 화사한 햇살이 비치는 날이면 늘 생각나는 노래를 한 곡 골라본다.

 

내 어깨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그 햇살이 눈 속을 비출 땐

상쾌한 눈물이 나지요

물위에 비친 햇살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항상 나를 들뜨게 하지요

만약 당신에게 하루를

선물할 수 있다면

나는 오늘 같은 날을

선사 할래요

만약 당신을 위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면

당신이 이렇게 사랑스럽다는

노래를 부르겠어요

          “내 어깨에 쏟아지는 햇살(Sunshine on my shoulders)”

 

 

존덴버(John Denver)만큼 자신의 노래처럼 살다가 간 가수도 없을 것이다.

 

록키산에서 태어나(Rocky mountain high) 시골소년인걸 감사드리고(Thank god I‘m a country boy) 햇살을 사랑했으며(Sunshine on my sholders) 고향을 사랑하고(Take me home country road) 노래하는 시인으로 기도하며 살다가(Poems, prayers, promises) 아내와 이혼하고 비행기로 각자 헤어진 뒤(Living on a jet plane) 미안하다며(I’m sorry) 19971012일 경비행기를 몰고 영원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Fly away).

 

존 덴버의 우연이라 하기엔 참으로 절묘하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ccrk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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