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103] 황규현 <애원>

  • 등록 2016.12.11 1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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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키보이스로 부르는 ‘떠난 님’
고교생때 무대 올라 미8군서 실력 연마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이 메어 불러보는

내 마음을 아시나요

사랑했던 내님은

철새 따라 가버렸네

허무한 마음으로

올리는 기도소리

그대는 아나요

무정한 내 사랑아

몸부림 쳐봐도

재회의 기약 없이

가버린 그님을

소리쳐 불러본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소식이나 전해다오

 

얼마 전 40년 만에 동두천을 다녀왔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옛 모습을 잃은 건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지만, 그나마 변하지 않고 있는 개울과 역 광장을 토대로 옛 모습을 그려 보았다.

 

미군 제2사단이 있던 자리며 개천을 따라 늘어선 기지촌자리, 자취방이 있던 생연리. 본토음악 배우겠다고 전국의 기지촌을 떠돌던 시절, 동두천읍 보산리는 기지촌의 대명사이자 8군무대의 대명사였다.

 

오늘은 기지촌과 8군무대를 회상하며 얘기꽃을 피워본다.

일반적으로 기지촌에 있는 클럽과 8군무대를 같은 존재로 보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 둘 사이엔 엄연히 경계가 있다. 8군무대는 부대에 부속된 클럽을 지칭하는 용어로 장교들이 출입하는 officers 클럽, 하사관들을 위한 NCO 클럽, 사병들이 이용하는 EM클럽이 있었다.

 

8군무대에 서기 위해선 미 국방성에서 파견한 심사위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오디션에 합격한 이들은 연예인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전국의 미군클럽을 순회하였다.

 

8군무대의 융성은 일본에 있던 미8군 사령부가 1955년에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본국의 유명연예인들이 위문공연을 다녀갔으나 그것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서 우리 연예인들에게 문을 열었다. 8군 무대는 보수가 좋아 인기가 치솟았고 수요도 꾸준히 늘어 전국의 미군클럽이 264개에 이를 정도였다. 당시 미군이 지불한 한 해 출연료는 120만 달러로 우리나라 연간 수출총액과 맞먹었다.

 

8군무대의 전성기 때에는 대형 쇼단 위주로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음악에만 국한하지 않고 무용수와 코미디언, 마술사까지 망라된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러다 월남전 발발로 주한미군의 숫자가 줄어들자 8군무대도 사양길로 접어든다. 쇼단 위주의 공연은 사라지고 캄보밴드(전자악단)가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그 뒤에도 계속된 주한미군의 감축으로 결국 8군무대는 종언을 고하고 말았다. 그 여파로 기지촌클럽에도 밴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DJ들이 진출하였다.

 

<애원>의 주인공 황규현 역시 8군에서 연마한 실력으로 인기가수가 되었다. 허스키 보이스가 일품인 황규현은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교 2학년 때 초등학교 동창인 차중용의 집에 놀러 갔다가 차중락을 비롯한 키보이스 멤버들이 연습하는 모습에 반해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고교생 신분으로 8군 무대에 설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성년이 된 1967년에 일반무대로 돌아와 한웅(훗날 He5 창단), 조경수, 이승재와 함께 Four Guys를 결성하였다. 그 뒤 플레이보이 시절을 거쳐 이태원, 전언수, 김철회와 쉐그린(훗날 포크듀엣으로 재편)을 창단하였으며, 포크가수로 유명한 조동진도 그 그룹에서 록 기타리스트로 출발하였다.

 

<애원>은 황규현의 솔로 데뷔곡으로 1970년 발매되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ccrk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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