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을 메운 시체 이 누구의 한인가? 승병으로 나선 허백당 대사

  • 등록 2017.08.09 11: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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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의 시 감상 16

[우리문화신문= 이나미  기자]

어린 시절 머리깎고 산문에 들었거늘

원수의 직책으로 명리의 소문 따를 줄이야

이 몸 온전히 이름 날림은 효도와 충의이고

백성의 안정 나라의 보전도 간절한 충성

그렇지만 산림의 선객이 되지 못한다면

부처님의 청정행은 따르기 어려워

어느 날 저 창해수 기울여

참다운 중으로 대장의 이름 씻을까

 

허백당(虛白當, 1593~?) 대사는 13살에 출가하여 묘향산에서 사명대사를 스승으로 구족계를 받았다. 그러나 인조 4(1626) 후금의 침입 때에 강원 감사의 천거로 의병대장이 되어 4천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안주에 진을 쳤다. 그때를 회상하여 지은 시가 다음의 시다.

    

 

의병모집이란 왕명이 날아와

규합한 장정은 4천명

깃발만 보이는 청천강가

성 위에 화살나는 소리만 들려

구렁을 메운 시체 이 누구의 한인가

앞뒤 구분 없는 길 내 깊이 놀라다

백상루 아래 저 청천강 물도

긴긴 슬픔으로 밤새워 울어 옌다

 

출가한 몸이면서 의병대장으로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이 고뇌에 찬 일이었음을 알 수 있는 구절이다. 하지만 허백당 대사는 나라의 위기 앞에 자신을 내 맡겼다.

 

풍악에서 이 구름집 두드리니

웃고 맞는 즐거움 옛정 그대로

이야기도 끝나기 전 간다고 하니

숲 사이 새 울음 두서너 마디

 

허백당 대사는 의병대장이 되어 직접 전장에 나가 읊은 시가 많다. 그러나 다시 산으로 돌아와 수행하면서 유가의 선비들과의 교유도 폭 넓게 가졌다.

 

이나미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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