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꼴라 디 바리 <마음은 집시>

  • 등록 2017.12.05 12: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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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107]
Nicola Di Bari <Il cuore e uno zingaro>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그게 벌써 20여 년 전 일이던가.

참으로 세월이 빠르다. 시간이 나를 흐르게 한 것인가?

내가 시간을 예까지 끌고 온 것인가?

꿈처럼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월 따라 나도 흐르지만 다행히도 같이 흐르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 것이 바로 기억으로 책장에서 책을 꺼내듯 기억 한 권을 꺼내어 펼쳐 본다.

 

그땐 그랬었다. 세상이 내 것 인양, 내가 최고 인양 설치던 시절. 오만방자함을 겸손으로 감추던 시절. 머잖아 불혹이 온다는 초조함에 이루고 싶은 것도 많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나는, 지금 와 생각해 봐도 제법 그럴싸한 낭만 한 타래를 엮는다.

 

보헤미안!

어린 시절엔 장돌뱅이들이 부럽더니, 머리가 좀 굵어지면서 나는 늘 집시들의 삶을 동경했었다. 누가 나에게 역마살이 끼었다 말하면 왠지 기분이 좋았고, 그렇게 하고 싶어 안달이 나곤했다. 마음 같아선 주유천하 하면서 살고 싶었으나 민생고 해결이 언제나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마음과 현실이 동 떨어진 생활을 하던 중년을 코앞에 둔 어느 날, 나는 꿈과 현실을 동시에 해결할 묘책 하나를 떠올린다.

 

그 묘책은 곧바로 실행에 옮겨져 먼저 중고차 매장으로 달려가 5톤 트럭을 한 대 장만했다.

그 다음엔 적재함에 포장을 치고 겉에는 멋진 그림들을 그려 넣었다. 안에는 왕대를 잘라서 인테리어를 한 뒤 판꽂이를 짜서 한 면을 LP판으로 채우니 꽤나 그럴싸한 카페가 탄생했다.

나는 그 이동카페의 이름을 <마음은 집시>라 지었으며, 해가 두 번 바뀔 때까지 한국판 집시가 되어 온 나라를 누볐다.

 

     마음은 집시

 

내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입었지요
슬프고 슬펐지요
당신한테는 아무 것도 아니라 했지만

거짓말이었지요
울고 울었답니다
나를 잡지 말아요 그냥 두어요
당신은 나를 보지 않겠다하고선
내가 이 아픈 노래하도록 내버려 두었지요

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나요
마음이 떠도는 집시
얽매려 하지 말아요
마음은 떠도는 집시
풀밭이 더 푸르러질 때까지 난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별들을 딸 거에요


해가 바뀐 어느 날 밤 당신을 보았지요
웃고 웃었지요
나를 짓누른 건 당신이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거
흔들리고 흔들렸지요
당신은 말했지요
오늘 밤 함께 있자고 '' 할 거라 짐작했겠지만
나는 당신을 보지 않았고
당신이 그렇게 노래하도록 내버려 두었지요


마음은 집시!

제목부터 사뭇 문학적 내음을 풍기는 이 노래는 1971년에 개최된 제21회 산레모 가요제에서 니꼴라 디 바리와 나다라는 여가수가 각각 불러 대상을 받은 곡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아 이용복, 정훈희 등 많은 가수가 번안하여 불렀다. 당시 산레모 가요제는 한 노래를 복수의 가수가 부르는 것을 허용하는 획기적 심사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상을 받는 것은 참가가수가 아니라 참가 곡의 몫이었다.

 

2차 대전 패전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광산업의 부흥을 위해 1951년에 탄생된 산레모 가요제는 매년 1월과 2월 사이에 이탈리아의 관광도시 산 레모에서 열린다. 한 때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와 함께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많이 쇠퇴한 느낌이다.

 

이탈리아의 대중가요를 깐쏘네라 부르는데 기악곡 보다는 대부분이 노래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민족이 이탈리아인이고, 그 다음이 우리 한민족이라 하는데 우리음악이 전 세계의 음악을 주도할 날을 기대해본다.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ccrk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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